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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청소년도피성 ‘달나무’[조성민 목사의 상도동 이야기]
  • 조성민 목사(상도제일교회)
  • 승인 2018.07.06 10:32
  • 호수 2159

여호수아서는 가나안 땅에서의 정복과 정착과정을 다룬 책인데, 그 중에서 제20장은 땅 분배를 마치면서 마무리지어야 할 중요한 과제 하나를 다룬다. 부지중에 실수로 사람을 죽인 자들을 위한 ‘도피성’에 대한 결정이다. 이 땅의 누구도 생각해보지 못한 것을 하나님께서 여호수아에게 제시하신다. 도피성은 가나안 동편 세 곳과 서편 세 곳 등 총 6군데에 설치했으며, 이스라엘 백성뿐만 아니라 그들 중에 거류하는 이방인들까지 아무라도 사용할 수 있도록 열어주셨다. 누구에게든지 위기 상황에서 피할 장소가 있다는 것은 대단한 복이다.

▲ 여성청소년을 위한 야간전용 피난처인 ‘달나무’ 모습.

서울시는 1년 전 이맘때 동작구 상도동 7호선 장승배기역 부근에, 위기상황에 놓인 여성 청소년을 위한 야간전용 피난처인 ‘달나무’를 열었다. 그들에게는 꼭 필요한 도피성이었다. 일반 가정집의 외관을 갖추고 있어 별로 사람들의 주의를 끌지 않는다.

‘달나무’라는 이름에는 쉴 곳이나 거주할 곳이 없어 심야시간에 방황하는 위기 십대여성들에게 따뜻한 음식과 휴식공간을 제공해, ‘어둠속에서 빛을 내는 달’이 되고자 하는 바람을 담았다고 한다. 운영 시간은 월~금 밤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다.

기존 청소년 쉼터는 대부분 주간에만 이용할 수 있다. 밤에도 이용할 수 있는 중·장기 쉼터는 보호자와 연락을 하거나 쉼터 규칙을 지켜야 하는 등 까다로운 점이 많아 이용자들이 가기를 꺼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출 10대 여성의 상당수가 야간에 잠잘 곳과 먹을 것을 마련하려고 또 다시 성매매 덫에 빠져들곤 한다.

2015년 서울시의 조사에 따르면 가출한 10대 여성의 18.3%는 성매매 경험이 있는데, 대부분 숙식 해결을 위한 생계형 성매매인 것으로 나타났다. 밤에 잘 곳이 없어 성매매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성매매에 유입되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는 ‘거주지 제공’(78.5%)과 ‘일자리 제공’(47.8%)이 꼽혔다.

최근 발표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2016 성매매 실태조사’에서도 가출 등을 경험했던 위기 청소년 173명 중 48.6%가 조건만남과 성매매로 돈을 마련했다고 답했다. 조건만남의 대가로 ‘잘 곳’과 ‘음식’을 받았다는 응답이 각각 42.1%, 38.3%에 달했다. 가출 당시 주로 지낸 숙식장소는 ‘동성 친구나 선후배의 집’(31.5%), ‘여관·모텔·월세방’(30.1%)이었고, ‘쉼터·시설’이란 응답은 8.9%에 불과했다. ‘달나무’는 이를 타개하기 위한 시도로 상도동에 첫 깃발을 꽂았다. ‘달나무’를 이용하고자 하는 여성 청소년은 페이스북(www.facebook.com/good7947)이나 전화((02)3280-7947)를 참고하면 된다.

위기 여성청소년들은 남의 아이들이 아니다. 나의 자녀이고 우리의 자녀이다. 서울시 여성정책담당관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위기 여성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지원 사업이 있지만 사각지대에 놓인 청소년들은 아직도 많다.” 아직도 많다? 우리에게 할 일이 있다는 것이다.

사실 교회가 다음세대를 위해 이런 저런 사역들을 많이 하지만, 남녀를 불구하고 위기 청소년들을 위한 도피성 사역을 고민해본 경우는 많지 않으리라. 그런데 만약 그 아이가 바로 내 자녀라면 이에 대한 인식이 확연히 달라질 것이다. 도피성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만 아니라 오늘날 우리에게도 주시는 은혜이다.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은혜, 잠깐 쉬면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은혜, 보복 당하지 않도록 배려 받는 은혜. 하나님이 만드신 도피성의 은혜를 우리가 맡아 나누어야 하지 않을까?

너무 거창하게 여길 필요는 없다. 상도동에 있는 달나무는 총 95.21㎡(28평) 규모의 건물에 침실과 샤워실, 주방, 상담실 등으로 구성되어 그리 복잡하지 않다. 이정도 규모라면 어느 교회든지 감당하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주중에 비어있는 교회 공간을 활용해도 충분할 것이다. 물론 담당자도 세워야 하고, 예산도 어느 정도 들어갈 것이고, 이런저런 신경도 쓰일 것이다. 하지만 원래 사역이란게 다 그렇다. 한 번 생각을 바꾸어보면 사역의 길이 보인다.

조성민 목사(상도제일교회) ekd@kid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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