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재 목사, 새롭게 전도서 해석한 <대담한 낙천주의자> 발표

“헛된 세상 속 참된 만족인 하나님을 경외하는 삶의 해답 제시”

얼음물을 뒤집어쓰고 번쩍 정신을 차린 느낌이었다. 15쪽 짧은 논문을 다시 정독했다. 허무와 좌절과 도피로 가득한 <전도서>에서 어떤 성경 말씀보다 진한 삶의 의미와 희망을 느꼈다.

▲ 전도서에서 허무가 아닌 희망을 전하는 권혁재 목사가 총신신대원 양지캠퍼스에서 전도서를 관통하는 ‘하나님의 경외하는 삶의 지혜’를 설명하고 있다.

권혁재 목사(양지 민들레교회)가 전도서를 새롭게 해석한 논문 <대담한 낙천주의자>를 발표했다. 논문은 지난 2월 쉐마교육학회 학술논문발표회에서 처음 선보였다. 논문발표회에 참석한 김진섭 교수(백석대 구약학)는 출간을 준비하던 저서 <구약개론> 전도서 편에 이 논문을 넣기로 했다.

전도서는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란 첫 말씀이 강렬하다. 최고 지혜자였던 솔로몬이 “해 아래 새 것이 없다. 네가 하는 모든 수고가 바람을 잡으려는 것처럼 헛되고 무익하다”고 말하니, 아둔한 인생은 “허무하고 죄 많은 이 세상, 저 천국을 바라며 예수 잘 믿다가 잘 죽어야지” 생각할 뿐이다.

유명한 신학자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국내는 물론 미국 댈러스신학교 총장을 역임한 찰스 스윈돌과 휘튼대학 총장을 했던 필립 라이큰 목사 등도 “전도서의 저자는 이 땅의 모든 것이 헛되고 하나님 밖에는 참된 만족이 없음을 절절히 고백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였다. “하나님 앞에 서게 될 때 우리가 행한 모든 것이 최종판결을 받는다. 이 세상이 허무해도 선을 행하면서 기쁨으로 살아야 한다.” 

목회자들은 인생무상을 설교할 수 없었다. 흙으로 말미암았으니 흙으로 돌아간다(3:20), 삼겹줄은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4:12), 하나님께 서원했으면 갚기를 더디 하지 말라(5:4) 죽는 날이 출생하는 날보다 낫다(7:1) 등 필요에 따라 단편적으로 전도서를 인용하는 데 그쳤다.

권혁재 목사는 오랫동안 신학자와 목회자들이 설파한 ‘허무한 전도서’를 반전시켰다. “전도서는 허무와 피안으로 점철된 말씀이 아니라, 어느 상황에서도 낙심하지 않고 담대하게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을 전한다”고 말했다.

어떻게 전도서에서 허무가 아닌 희망을 읽을 수 있을까. 권혁재 목사는 그동안 전도서를 오독하고 곡해한 이유를 설명했다. 전도서는 지혜문서로, 잠언과 연결되어 있다. 잠언은 삶에 필요한 현실적인 훈계와 성찰을 짧은 문장으로 담아냈다. 전도서도 잠언처럼 은혜롭고 주옥같은 경구가 많다. 하지만 전도서와 잠언은 큰 차이가 있다. 잠언은 짧고 단편적인 경구로서 의미를 갖지만, 전도서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맥)가 있다. 이 맥을 놓치면, 잠언처럼 단편적이고 파편적으로 전도서를 이해하고 결국 곡해하게 된다.

여기에 한글 성경은 드러나지 않지만, 전도서의 문학 형태는 시편과 가깝다. 시의 언어인 함축과 상징과 여운이 풍부하고, 이 시적 언어를 이해해야 말씀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권혁재 목사는 2016년 가을부터 1년 동안 전도서 본문에 매달렸다. 전도서를 1000번 이상 통독하고, 단어와 문장이 함축한 의미 파악에 집중했다. 그 결과 “전도사는 인생무상이 아닌 삶의 의미와 희망을 확인시켜주는 격문”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논문 <대담한 낙천주의자>에서 권 목사는 전도서를 10개의 주제(마당)로 파악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첫째 마당’이다. 첫째 마당 제목을 ‘희망, 걸어도 좋은가?’라고 정했다. 세상의 온갖 부귀영화를 누린 솔로몬이 인생은 모두 헛되다(1:1~18)고 말했다. 지혜가 많고 온갖 영화를 누렸어도, 결국 인생은 고통 받다가 죽음을 맞이하고 사람들에게 잊혀버린다고 한탄한다.

이 때 반전이 일어난다. “솔로몬은 여기에서 28가지 때(사건)를 통해서 진리를 깨달았다. 허무하고 의미 없는 사건들을 하나님은 때에 따라 아름답게 지으시고, 그 사건들은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영원과 닿아 있다는 것이다. 지금 이 땅에서 파편적으로 무의미하게 보이는 사건들이 사실 하나님께서 지어가고 계시는 아름다운 작품의 부분이요 과정들이라는 것이다. 정말 신비롭지 않은가!”

권혁재 목사는 3장 1~15절의 말씀이 전도서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라고 설명했다. 헛된 것으로 여긴 인생과 삶의 모든 것이 하나님께서 이루시는 창조세계 작품의 한 부분이라니! 내가 살면서 선택하고 행동하는 모든 것을 하나님께서 자신의 뜻을 이루는데 사용하신다니! 그래서 “우리는 아름답게 내 인생을 빚으시는 하나님을 신뢰하기에. 부정과 불의와 불공평이 난무하는 세상 속에서도 희망을 걸고 사는 것이다. 결국 아름답게 이루실 줄 알기에 대담한 낙천주의자가 가능한 것”이다.

전도서는 초반부에 인생의 모든 것이 헛되다는 충격적인 명제를 던지고, 곧바로 해답을 제시한다. 뒤이어 정의가 실현되지 않는 현실의 문제, 탐욕과 학대가 끊이지 않는 세계, 재물과 존귀와 장수 등 어떤 행복의 조건으로도 충족하지 못하는 인생의 공허함, 악인이 승승장구하고 의인이 핍박당하는 불공정한 세상 등을 언급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변하지 않는 3장 1~15절의 해답을 제시한다. 그 해답이 있기에 우리는 담대하게 희망을 갖고 살 수 있다. 

하나님께서 우리 삶을 아름다운 세계와 역사의 작품으로 사용하신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권혁재 목사는 “우리가 갖춰야 할 것은 하나님을 경외하는 삶, 전적으로 하나님을 신뢰하는 삶”이라고 강조했다. “전적으로 하나님을 신뢰하고 경외하는 삶의 지혜를 지니고 있다면, 인생의 모든 순간들을 청년의 날처럼 기뻐하며 용감하게 누릴 수 있게 된다.

이 땅에서 정의와 평화와 공정함이 실현되지 못하더라도, 하나님을 신뢰하며 끝까지 희망을 품고 살아갈 수 있다. 그래서 전도서는 복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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