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기독미술평론>

 

제목:Mind-core, 41cm X 32cm, Acrylic on canvas, 2018

강은주 작가는 성신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을 수료했다. 국내외 개인전과 초대전 11회 및 단체전 50여 회를 열었으며, 대한민국 구상 공모전 특상 2회, 경향하우징 아트페스티벌 장려상을 수상했다. 현재 한국미협, 난우회, 홍미회 회원으로 미술심리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강은주의 회화는 형태와 형식을 거부한 비재현적 추상 작업으로 독창적 작품세계를 추구한다. 점, 선, 면, 색과 같은 순수 조형 언어에 의한 사유적 공간은 작가의 독특한 내면세계의 표출구이다. 재현의 거부는 공간적 자유를 선언하며 무목적성을 지향한 순수작업이다. 점과 색에 의한 고유의 의미와 느낌만을 강조하며 숨김의 미학, 즉 아름다움의 대상을 은신시켜 대상의 아름다움을 극대화시켰다.

화면에는 낙엽이 쌓인 오솔길, 바닷가 조약돌들, 현미경 렌즈 속 미생물의 유희, 밤하늘의 아름다운 별무리 등이 보이기도 하는데 이런 자연 현상의 착시를 유발하여 더 친근감이 있고 근사해 보이는 매력이 있다. 현대 추상회화의 시조 칸딘스키의 서정적 추상 영향인 것 같기도 하다.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한국 일부 작가가 구현하고 있는 단색화에서 정신적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도 추측된다. 작가 자신이 동양적 전통 철학과 수묵화에 접근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색화 작가들이 주장하는 자기수행성과 비재현적 탈이미지의 자아 성찰을 추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강은주는 “예측 불가한 시대를 살며 자아 정체성에 대한 탐색은 필연적이었다. 실재(實在)와 현재(現在) 속에서 존재론적 물음에 대해 본능적으로 탐구하고 표현하는 것은 원시시대부터 동서양 역사나 철학에서도 볼 수 있다”라고 고백한다. “일련의 작업은 한자의 마음 심(心)의 네 개의 획으로부터 시작한다. 마음을 붓끝에 모아 들숨과 날숨 위에 색을 얹는 반복행위이다. 무수한 점들은 내면의 정직한 음률 공간을 구축하고, 고독과 불안을 어루만지며 치유한다. 유기적 형태와 가변적 재료를 통한 반복 행위는 에너지와 감정의 소모가 아니라 자기성찰과 수행이며, 자신의 내면을 비추어 현재적 존재와 조우한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반복 작업의 시각적 패턴 효과는 형태적 재현을 넘어 자아성찰로 보는 견해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그의 작업행위는 자기수양 과정으로 볼 수도 있다. 화면은 점, 선, 면의 요소 중 가장 기본 단위인 점을 찍는 수법이다. 캔버스에 찍어 누른 붓 자국은 드러나기, 스며들기, 지우기, 중첩하기 등의 수법으로 점이 생성되기도 하고, 소멸되기도 하는데, 반복 작업은 철학적으로 심오하고,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순수자연에 접근한다.

쉼 없는 붓질은 365일 삶을 묵상하는 수양으로 한 땀 한 땀 손바느질하듯 화면을 채워나가는 금욕적 명상 작업으로 인내와 수고의 결과물이다. 하늘도성을 향해 징검다리를 수놓는 것과도 같은 여정이라고 비유할 수 있다. 마음을 비우고, 시간, 밀도, 에너지를 집약하여 내면의 아름다운 풍경을 그려내는 진정성이 보인다. 화면은 병치된 점들이 서로 어우러지고, 보듬고, 사랑하며 살갑게 살아가기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빼곡히 묻어난다. 작가는 고독과 허무라는 어두움의 세력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져가는 대중을 향해 사랑의 징검다리를 하나씩 하나씩 수놓는 열정만 있다면 꿈꾸는 하늘도성에 도달할 것이라고 속삭이듯, 오늘도 행복한 붓질을 계속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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