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교회 자활자립세미나 호응 속 마무리

목회수기 공모 농어촌 목회자 강사 초빙, 생생한 현장 노하우 나눠
“목회자 존재감 알리기 힘쓰고 복지 사각지대 주민 돕는 일에 진력”

▲ 농촌교회에서 교육목회를 진행하는 양병국 목사가 목회 경험담을 말하고 있다. 양 목사는 교육목회를 하는 이유에 대해 “말씀이 살아야 한다. 목사의 권위는 교회 크기에서 나오는 게 아니고, 하나님의 말씀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척박한 환경에서 목회를 시작한 것은 다를 바 없었다. 교인의 다수가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70세 이상의 고령층. 더구나 마음을 쉽사리 터놓는 어르신들이 아닌지라 교회도 목회자도 존재감이 없긴 매한가지. 청년들이 떠난 마을에서 느껴지는 그 쓸쓸함만큼이나 목회현장의 앞날은 막막하기만 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가래질하며 물길을 열어 동토를 옥토로 만들어가는 목회자와 사모들이 있다. 그들이 농어촌자활자립세미나 강단에 섰다. 그리고 물었다.
“이 마을에 교회가 있는 목적이 무엇일까요? 이 마을에서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102회기 농어촌교회 자활자립세미나가 농어촌교회 목회자와 사모 1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6월 22일 대전광역시 계룡스파텔에서 개최됐다.

특별히 농어촌부(부장:김관선 목사)는 목회 수기 공모를 진행해 현역 농어촌 목회자들을 강사로 초빙했다. 조상래 목사(덕은교회) 김문희 사모(빙도교회) 양병국 목사(동명교회)가 바로 그들이다. 여기에 농어촌선교 전문가인 김기중 목사(한국농선회 사무총장)에게 세미나의 마무리를 맡겼다.

경북 의성군 봉양면 구산리 첩첩산중에 있는 덕은교회에 시무하는 조상래 목사는 ‘복지와 섬김 목회’라는 주제로 참석자들과 마주했다. 20년 전 조 목사 부임 당시 덕은교회는 전형적인 농촌교회였고, 담임목사가 자주 바뀌다 보니 교인들마저 “이번 목사님은 언제 떠나실까?”라는 게 이야깃거리였다.

그래서 조 목사는 가장 먼저 목회자 존재감 알리기에 돌입했다고 한다. 마을 경조사에 반드시 참석해 교회 부조뿐만 아니라, 개인 부조까지 했다. 또 면민체육대회 등 마을 행사에 선수로 참여해 어울렸고, 5일장 나가는 것도 빠지지 않았다. 마을 주민들과 친분이 두터워지자 이번에는 교회 위상 살리기에 나섰다. 먼저 출입문을 없앤 전원교회를 마련해 교회 시설을 주민들에게 제공했다. 아울러 복지시설 사랑의집도 운영하며 사각지대에 있는 주민들을 돕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조 목사는 그 결과 “덕은교회는 주민들의 자랑이 되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열악한 농촌교회에서 하나님이 기뻐하는 일에 순종하겠다는 마음 하나로 임했다”면서, “나는 행복하게 목회를 하고 있고, 그 행복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충남 보령시 보령호 안쪽에 있는 빙도는 35가구 80여 명이 살고 있는 작은 섬이다. 1999년, 김문희 사모는 남편의 첫 목회현장으로 빙도교회에 오게 됐다. 처음 빙도에 왔을 때만해도 주민들은 교회에 다니면 나쁜 일이라도 일어날 듯 교회를 멀리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주민들과 음식을 나누고 한글학교를 운영했던 김 사모는 2005년 1월 빙도마을 이장으로 선출됐다. 느닷없이 이장이 됐지만 김 사모는 그때부터 상수도관 연결, 마을회관 신축, 녹색농촌체험마을 추진 등으로 주민들의 필요를 채워주었다. 여기에 도시교회와 연계해 마을 벽화그리기, 미용 및 마사지 봉사들을 진행했다. 그렇게 주민들과 어우러지며 12년간 이장으로 헌신하면서 주민들이 갖고 있던 교회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았다.

“이장으로 섬기며 교인이 늘어난 것도 아니고 교회가 커진 것도 아니다. 단지 주민들과 친해졌고, 하나님과 만남이 행복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 이러한 일을 했다”는 김문희 사모의 고백은 참석자들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농촌교회에서 교육목회를 시도한 양병국 목사. 양 목사는 지난 15년 동안 김제 동명교회에서 교리와 대요리문답 소요리문답 등을 교인들에게 가르치며 ‘왜 교회를 다녀야 하는지’, ‘왜 신앙생활을 해야 하는지’ 신앙의 기본이 되는 복음에 대해 알렸다. 그 결과 동명교회는 세례교인 중 노련층 15% 젊은이 85%의 젊은 농촌교회로 변모했다. 아울러 농촌교회치고는 적지 않은 20여 명의 어린이들이 주일학교를 다니고 있다.

양병국 목사는 “하나님의 말씀은 우리 성격도 품성도 바꿔 놓는다. 목사가 바꾸려고 해도 달라지는 게 없지만, 교인들에게 말씀이 들어가면 그리스도의 성품으로 바뀌어 지는 것을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102회기 농어촌자활자립세미나에는 이전 세미나마다 등장했던 도시교회 목사들의 개척 성공담이나 목회 자랑도, 농어촌 목회현장을 모르는 강사들의 뜬구름 잡는 강의도 없었다. 같은 사역의 현장에서 헌신하는 동역자들의 경험담이 참석자들에게 도전을 불러일으켰을 뿐이다. 지난해 세미나에도 참석했다는 진교소 목사(익산함께하는교회)는 “농어촌자활자립세미나는 이렇게 실제적인 현장의 이야기를 나누는 게 옳다”고 말했다. 윤병도 목사(용암교회)도 “실제적인 현장 이야기를 들으며 공감이 됐고, 더 큰 도전을 받은 세미나였다”고 평했다.

부장 김관선 목사는 “같은 위치에 있는 목회자와 사모를 통해 감동을 주고 도전을 주는 현장 사례를 전하고 싶었다. 참석하신 분들의 반응이 좋아 다행이다”면서, “나아가 더 많은 농어촌 목회현장의 정보를 나눌 수 있도록 목회자 네트워크도 마련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