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버전 10주년 맞아 고품질 무대… 깨어나는 민중 통해 한국교회 오늘 되물어

▲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15세기 프랑스 사회와 종교를 통해 현재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한국어 버전 공개 10주년을 맞아 연말까지 전국 주요 도시에서 무대에 오른다.

1988년 초연 이후 지금까지 25개국에서 3000회 이상 공연한 프랑스 대표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가 다시 돌아왔다. 이번엔 특별히 한국어 버전 공개 10주년을 맞아 더욱 화려하고 웅장하다. 한국어 버전은 2008년 처음 공개한 이래 2016년까지 누적 관객 수 100만명이라는 흥행 대기록을 세운 바 있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동명소설에서 출발했다. 소설은 15세기 당시 프랑스 사회와 종교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대작이다. 15세기는 귀족과 민중의 신분 차이가 극심했으며, 가톨릭은 마녀사냥을 통해 강압적으로 민중들을 지배하고 있었다. 그러나 구텐베르크가 인쇄술을 발명하고, 루터가 성경을 번역하는 등 사회가 급변하면서 민중들이 조금씩 깨어나기 시작한다. 귀족들과 종교인들은 세상의 변혁을 막아내고자 하지만 거대한 파도 앞에 역부족임을 느낀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기본적으로 노트르담 성당 종지기 콰지모도와 집시 에스메랄다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민중들의 몸부림, 굶주리고 소외된 이들을 돌보지 못하는 교회에 대한 비판, 겉과 속이 다른 인간의 나약함을 바라보는 연민 등 다양한 생각할 거리를 담고 있다. 뮤지컬 역시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아름다운 가사와 노래를 가득 채웠다.

특히 거대하고 화려한 성당 벽을 사이에 두고 주교 프롤로와 집시들이 대립하는 모습은 당시 교회의 타락을 지적함과 동시에 현재 한국교회를 돌아보게 만든다. 종교인이라면 소외된 이들을 먼저 품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프롤로는 집시들이 이방인이라는 이유로 없애버리려고 한다. 최근 불거진 제주도의 예멘 난민 사태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며, 한국교회가 이방인인 난민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곱씹어 보게 된다. 심판의 날, 종교적 학식이 뛰어났던 프롤로가 구원받았을까, 하나님을 머리로 알지는 못했어도 귀족과 민중 사이의 장벽을 없애달라며 기도했던 콰지모도와 에스메랄다가 구원받았을까. “신은 교회에 있는가 아니면 기도하는 사람 옆에 있는가”라며 절규하는 콰지모도의 노래가 가슴 깊이 남는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송스루(song through) 뮤지컬로, 모든 대사를 노래로 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프랑스 뮤지컬 특성상 연기(노래)와 춤이 철저하게 분리되어 있어, 댄서들이 주인공의 심리를 대신 표현하고 있다. 자유로운 집시들의 특성에 맞춰 춤 역시 강렬하고 역동적이다.

아크로바틱부터 암벽타기, 파쿠르(도심 속 다양한 장애물을 뛰어넘으며 이동하는 스포츠)를 연상시키는 고난도의 안무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댄서들은 노트르담 성당의 종이 되기도 하고 성당 벽을 자유롭게 타기도 하면서 주연 배우만큼이나 시선을 사로잡는다.

캐스팅도 믿고 볼만하다. 콰지모도 역에는 배우 케이윌과 윤형렬, 에스메랄다 역에 윤공주와 차지연, 그랭구와르 역에 마이클리와 정동하, 프롤로 역에 민영기와 최민철, 페뷔스 역에 최수형과 이충주, 클로팽 역에 박송권과 장지후 등이 나섰다. 8월 5일까지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으며, 이후 부산 대전 대구 성남 등 14개 도시를 돌며 관객들을 만난다.(1544-1555)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