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수 목사, 부산보훈병원서 활발한 원목사역
부상 고통 안고도 침상 누비며 복음의 소망 전해

지난 6월 1일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 홈구장인 부산 사직야구장. 이날은 롯데자이언츠가 6월 호국보훈의 달을 기념해 주말 3연전을 ‘밀리터리 시리즈’로 진행하는 첫날이었다. 경기에 앞서 갖는 시구행사에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국가유공자인 목사와 그의 아버지가 시구자로 초대를 받았다. 그 주인공은 현재 부산보훈병원에서 원목으로 사역하는 정홍수 목사와 한국전쟁 참전 유공자인 아버지 정상수 옹(88세)이었다.

정홍수 목사가 아버지가 탄 휠체어를 밀며 마운드에 오르는 동안 전광판에는 시구자인 두 부자의 사연이 관중들 앞에서 상영됐다. 정상수 옹은 한국전쟁 당시 강원도 금화지구 전투에서 적군의 포탄에 맞아 부상을 입었다. 홀로 피신하기도 벅찬 상태임에도 부상당한 분대장을 등에 업어 함께 탈출하는 전우애를 발휘했다.

▲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지난 1일 프로야구 경기에서 시구를 기다리는 아버지 정상수 옹과 정홍수 목사

정홍수 목사 역시 국가유공자 신분이다. 그는 공수부대 특전하사관으로 복무하던 중 헬기레펠 훈련을 하다가 크게 다쳐 6개월이나 병원신세를 져야 했다. 이 부상으로 더 이상 복무가 힘들었던 정 목사는 전역 직후 곧바로 신학교에 입학해 목회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전광판에는 정상수 옹의 2남이자, 정홍수 목사의 형인 고 정봉수 님의 사연도 소개되었다. 고인은 공수부대에서 제대 3개월을 앞두고 실시한 도하 훈련 도중 안타깝게 순직했다. 정홍수 목사 가족사를 접한 관중들은 숙연함과 고마움의 마음을 담아 박수갈채로 격려했다.

생애 특별한 경험을 한 정홍수 목사는 사실 온전한 몸 상태가 아니다. 군에서 다친 부상 외에도 희귀병까지 걸려 여러 차례 사선을 넘나드는 위기를 경험한 신체를 안고 산다. 이 때문에 농촌교회와 도시에서 교회를 개척해 목회를 하면서도 응급실 행을 수차례 겪었다. 정 목사는 약을 타거나 아플 때 입원한 것이 계기가 되어 2002년부터 부산보훈병원에서 병원선교사역을 도왔다.

그리고 2015년 1월말에 서부산노회 기관목사로 파송 받아 부산보훈병원교회에서 원목사역에 매진하고 있다. 온전치 못한 신체이지만 그의 병원목회는 매일매일이 바쁘다. 그만큼 전심을 다해 목회하고 있다는 의미다. 죽음의 문턱을 여러 번 경험이 있기에, 질병으로 고통 받는 환자와 가족들의 심정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만나는 사람마다 진정성 있게 대할 수밖에 없어서다.

▲ 부산보훈병원교회에서 원목으로 사역하는 정홍수 목사는 아픔이라는 고통 속에서 복음을 전하고 복음의 열매를 맺는 것이 하루의 사역이자 의미이다. 정 목사는 매일 거르지 않고 호스피스병동을 찾아 환자들을 위해 기도한다.

정홍수 목사의 하루 일과는 이렇다. 매일 오전 9시에 아침예배를 드린다. 이어 호스피스병동과 일반병실을 방문해 환자들을 격려하고 기도하는 심방을 실시한다. 때로는 신앙상담 외에도 상이연금 등 각종 상담으로 애로사항을 해결해 주기도 한다.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월요일과 수요일에는 내원하는 환자와 가족들을 위한 차(茶) 나눔 봉사, 화요일에는 환자 머리감겨 드리기 봉사활동을 펼친다. 주일 오전 11시와 오후 2시, 수요일 저녁에는 공식 예배를 인도한다.

특별행사로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에는 생일잔치도 열어 주고, 매월 첫째 주 금요일 신우회 예배를 인도한다. 병원교회에서 전도된 사람이 임종하거나, 가족의 요청이 있으면 언제든지 임종예배를 비롯해 모든 장례절차를 성심껏 집례한다. 이렇듯 정홍수 목사의 일상은 바쁘게 돌아간다. 자신을 꼭 필요로 하는 환자들이 있기에 지금껏 1박 이상의 행사에 참여하지 못할 정도다.

현재 부산보훈병원교회 주일 및 수요예배에 평균 250~300여 명이 참석한다. 예배참석자 90%는 불신자들이다. 신앙여부를 떠나 모두가 신체적 정신적 아픔을 안고 절박한 심정으로 참석하기에 전심을 다해 예배를 준비한다.

온전하지 못한 몸에다 매일을 꽉 찬 일정으로 보냄에도 정 목사는 언제나 보람차다. “병원목회는 일거수일투족 직접 뛰어야할 요소들이 많습니다. 특히 환자들이 다른 누구보다 저를 찾고 기다리는 모습에서 사명감을 갖습니다. 병원 특성상 전도 접촉기회가 많고 갈급한 심령이기에 영접확률이 높습니다. 대부분 나이 드신 분들이기 때문에 생의 마지막에 예수님을 영접하고 돌아가시는 모습에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복음전도로 보람을 갖기에 정홍수 목사는 장례식에서조차 유가족들을 대상으로 부활의 소망과 복음을 온전하게 전할 정도로 사명감이 충만하다.

“저와 병원교회 사역을 위해 힘써주시는 부산보훈선교단 정종해 장로님과 회원들께 감사하며, 병원교회 자체 공간이 생겨 더욱 알찬 병원선교를 펼쳤으면 하는 바람이 큽니다.” 이런 감사와 바람을 안고 정홍수 목사는 오늘도 어김없이 병상에 누운 환자들 곁을 누비며 복음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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