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신문

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기자수첩
[기자수첩] 이스라엘로 수양회를 간다고?

가이드 목사님의 휴대폰이 수시로 울렸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 공습이 시작됐다는 문자였다. 하지만 아무도 놀라지 않았다. 가이드 목사님은 “하룻밤 사이에도 10개씩 문자가 온다”고 말했다. “워낙 자주 일어나는 일이라 인명피해가 나지 않는 이상 이제 이스라엘 뉴스에도 나오지 않을 정도”라고 했다.

전국교역자하기수양회를 이스라엘에서 연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이 걱정했다. 출발을 앞두고 미국이 주 이스라엘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면서 긴장이 극에 달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시위를 벌였고 이스라엘이 최신 무기로 진압하면서 59명이 사망했다. 아무리 성지라지만 이런 곳으로 수양회를 간다고? 불안감이 앞선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막상 도착한 이스라엘은 어디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냐는 듯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팔레스타인 자치지구로 가까이 갈수록 외교부에서 보내는 경고문자가 50~60개씩 쏟아지는 일만 없었다면 위험지역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도 모를 정도였다. 삭막하고 스산한 분위기는 있었으나 현지를 순례하고 예배하고 기도하는 데에는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120명의 목회자들이 사건사고 없이 돌아온 것은 하나님의 은혜였다. 하지만 우리가 아무런 위험신호도 느끼지 못하고 예수님 흔적 찾기에만 집중하고 있을 때 바로 그 곳에서 목숨과 신앙과 국가를 건 싸움은 진행되고 있었다. 당시 우리는 과거를 돌아보느라 현재 진행 중인 분쟁과 유혈사태에는 무심해진 상태였다.

마침 가이드 목사님의 제안으로 느보산 정상에서 이스라엘을 내려다보며 중동의 평화를 위한 기도의 시간을 가졌다. 피의 땅으로 변해버린 예수님의 고향이 사랑과 화해의 증거를 보이는 땅이 되게 해달라고 부르짖었다. “이번 성지순례가 ‘잘 보고 왔다’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신음하고 있는 중동에 지속적으로 마음을 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현지를 위해 평생을 바치고 있는 가이드 목사님의 말은 우리들의 성지순례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바꾸는 전환점이 됐다.

박용미 기자 mee@kidok.com

<저작권자 © 기독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용미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