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을사랑하는교회, 노숙인 무료급식 진력
용산서 20여 년 따뜻한 밥 나누며 자활 도와

▲ 용산역 주변에서 20년 넘게 무료배식사역을 이어가고 있는 조재선 목사와 유연옥 사모

서울 재개발의 상징 용산. 어느덧 고층 주상복합아파트와 대형쇼핑몰이 즐비하게 들어섰지만, 용산역 맞은편과 남쪽은 용산의 옛 모습을 지니고 있다. 한강로 2~3가는 낡고 오래된 건물도 많아, 얼마 전 4층 상가건물이 붕괴돼 큰 피해가 난 지역이기도 하다. 아울러 재개발 이후 서울역이나 영등포로 이동하긴 했지만 적지 않은 노숙인들이 용산역 주변에 머물고 있다.

가장 소외 받고 가장 낮은 자리에 서있는 노숙인들에게 20년 넘게 한 끼 밥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는 교단 중서울노회 소속 하나님을사랑하는교회(조재선 목사)가 바로 그곳에 있다.

지난 화요일 찾은 하나님을사랑하는교회에는 30~40여 명의 노숙인들이 배식을 기다리며 줄지어 서 있었다. 오전 11시 50분, 스피커에서 찬양이 흘러나오자 조재선 목사와 유연옥 사모, 그리고 두 명의 사역자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식판에 밥과 반찬을 담는다. 이날 반찬은 잡채 김치 호박조림 닭볶음 오이냉국. 그리고 푸드뱅크에서 얻어 온 큼지막한 빵도 내놓았다.

“어제도 술 드셨어?” “김치는 왜 안 먹어?” “뭐를 더 드릴까?” 유연옥 사모의 낭랑한 목소리가 노숙인들을 친근하게 맞이한다. 그 옆에 선 조재선 목사는 배식 외 안부도 묻고 고민 상담을 해주는 등 할 일이 많다.

▲ 세상 가장 낮은 자리에 있는 노숙인들을 한 끼 밥으로 섬기고 있는 하나님을사랑하는교회 사역 현장

이날 대낮부터 취기가 오른 노숙인 한 명이 이마에 깊은 상처가 난 상태로 왔다. 연고를 발라주는 조재선 목사는 “좀 조심히 다니세요”라며 애정 어린 핀잔을 준다. 그러자 노숙인이 “다음부터 이런 모습으로 안 올께요”라며 고개를 숙이며 인사한다. 그 모습에 살며시 미소 짓는 조 목사.

하나님을사랑하는교회 식구들은 능수능란한 솜씨로 약 1시간 만에 배식부터 설거지까지 마쳤다. 그런데 눈여겨 볼 것은 조재선 목사가 아닌 유연옥 사모가 사역 전반을 주도한다는 점이다. 보통 목사가 앞장서고 사모가 돕는 데, 여기는 그 반대였다. 그도 그럴 것이 20여 년 전 용산에서 무료배식사역을 시작한 이가 유연옥 사모다.

이벤트 기획회사를 운영하던 젊은 사업가였던 유연옥 사모는 20대 후반에 원인 모를 병으로 사경을 헤맸다. 특히 허리통증이 심해 걷기는커녕 일어날 수도 없었다.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할 것이라고 다짐했지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때 친한 친구가 하나님께 기도를 드릴 것을 권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유연옥 사모는 가족들 몸에 기대 집 앞 교회를 찾아 새벽마다 기도를 시작했다.

유연옥 사모는 “저와 제 자식의 생명을 하나님께 드리겠습니다”라고 고백했고, “세상에서 가장 불쌍하고 어려운 이들을 위해 살겠다”고 서원했다. 그렇게 40일간의 새벽기도를 마쳤을 때 기적이 일어났다. 사모의 몸을 극심한 고통 가운데 있게 했던 모든 통증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드디어 일어선 유연옥 사모는 서원한대로 세상에서 가장 불쌍하고 어려운 이들을 돕기 위해 길을 나섰다. 그리고 그녀가 사역의 터전으로 삼은 곳이 용산역이다. 1996년 행려자 할아버지에게 도시락을 건네며 시작된 유연옥 사모의 무료배식사역. 1997년 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 하루 800여 명의 넘는 노숙인이 찾아오자, 빚을 내 무료급식소 ‘하나님의 집’을 마련했다.

그렇게 하나님과 약속을 지킨 지난 세월, 어렵고 고된 길을 묵묵히 걸어왔다. 빚을 내고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하며 사역을 이어왔다. 그럼에도 유연옥 사모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도 사역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나님이 인도해 주셨다”고 말했다.

조재선 목사와 유연옥 사모의 인연도 하나님의 집에서 꽃피웠다. 하나님의 집 원장과 봉사자로 만난 두 사람은 2004년 결혼에 골인했다. 곧이어 조재선 목사가 목회를 시작하면서 지금의 하나님을사랑하는교회에서 무료배식사역을 이어가고 있다.

▲ 과거 용산역에서 무료배식을 하던 모습

하나님을사랑하는교회는 3개월 전부터 점심 무료배식에 더해 저녁 무료배식도 실시하고 있다. 조재선 목사는 “용산 전자랜드 부근 공원에서 텐트를 치고 생활하는 노숙인들을 만났는데, 저녁을 먹으러 을지로까지 걸어서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우리가 감당하면 저분들이 을지로까지 걸어갈 일이 없겠구나 싶어 저녁 배식을 시작했어요”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무료배식이 오히려 노숙인 자립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견해도 있지만, 조재선 목사와 유연옥 사모의 생각은 다르다. 유연옥 사모는 “20년 넘게 이곳에 있는 동안 많은 노숙인들이 자립하는 모습을 봤다. 하지만 아직 거리에 남아있는 분들은 연세가 많거나 장애가 있거나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정말로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다. 자립하고 싶어도 자립할 수 없는 이들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전하는 것이 예수님을 믿는 신앙인의 자세다”고 단호히 말했다.

몇 차례나 문을 닫아야 했지만 때마침 언론을 통해 보도가 되어 후원을 받거나 또는 빚을 내어 사역을 유지했다. 여전히 모든 게 부족한 가운데 있지만 낮과 밤으로 노숙인들의 주린 배를 채우는 하나님을사랑하는교회는 여러분들의 후원을 기다리고 있다.
후원계좌:신한은행 100-024-917197(예금주:하나님의집) 문의:조재선 목사 010-4123-7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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