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 헌틀리(한국명 허마르다), 당신의 집에 온 것을 환영해요!”

30여년 만에 돌아온 주인을 맞는 헌틀리하우스의 벽에는 이런 글귀가 내걸렸다. 남편 찰스 헌틀리(한국명 허철선)의 유해를 안고 한국 땅을 밟은 그녀를 양림동산과 빛고을 사람들 모두가 기꺼이 은인으로 환대했다.

광주에는 이들 부부에게 빚을 진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5·18 당시 신군부의 총칼을 피해 헌틀리하우스로 숨어들었던 사람들, 두 사람이 목숨 걸고 해외로 내보낸 글과 사진을 통해 폭로한 진실로 명예를 되찾을 수 있었던 사람들, 무엇보다도 이들을 통해 복음을 듣고 새 생명을 얻은 사람들은 결코 허철선과 허마르다 선교사 부부의 존재를 잊지 못한다.

5월 17일 옛 주인이 찾아온 헌틀리하우스에서는 ‘허철선의 밤’이라는 이름으로 지난해 고인이 된 헌틀리 선교사와 그의 동역자 아놀드 피터슨 선교사를 추모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두 선교사의 유족들, 그리고 그들과 믿음을 나누었던 양림동산의 형제들이 반갑게 해후했다.

▲ ‘허철선의 밤’ 행사에서 어린 학생들의 정성어린 공연과 선물에 감사의 뜻을 표하는 허마르다 선교사(왼쪽 두번째).

‘The 1904’(대표:홍인화 권사)와 교회개척연구원(원장:홍장희 목사) 주최로 열린 이날 행사를 위해 숭일고와 조대여고 청소년들, 헌틀리하우스에서 운영하는 KOG스쿨의 어린 학생들, 그리고 오카리나 연주자 정인봉씨와 성악가 이준씨 등이 정성껏 준비한 찬양 무용 연주 등의 순서들이 3시간에 걸쳐 펼쳐졌다.

특히 숭일고 학생들은 선교사들에게 보내는 감사장과 아코디언 연주를, 조대여고 학생들은 손수 제작한 두 선교사에 관한 연구문집과 초상화 손편지 영상CD 에코백 등을 유족들에게 선사하며 큰 감동을 전했다.

이 자리에서 마사 헌틀리는 “남편을 기억해주고 특별한 시간을 선물해 준 광주 사람들의 환대에 감사드린다”면서 “아직도 온전히 규명되지 못한 5·18의 진실이 명백히 드러나고 한국 사회의 민주적 발전에 더 큰 진전이 있기 바란다”고 축복했다.

앞서 마사 헌틀리 그리고 아놀드 피터슨 선교사의 아내 바바라 피터슨은 5월 15일 5·18기념재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18 당시 진압군의 헬기 총격과 북한의 개입설 등 당시 상황에 대한 진실들을 증언했으며, 가족들과 일주일간 광주에 머물며 각종 기념행사 일정을 소화했다.

특히 5월 17일에는 양림동 선교사묘역에 허철선 선교사의 유해를 안장하는 예식이 거행됐다. 호남신학대 최흥진 총장의 인도, 광주기독병원 최용수 원장의 기도, 예장통합 증경총회장 안영로 목사의 설교로 진행된 안장식에는 지역 목회자와 성도 광주기독병원 관계자들이 자리를 함께 하여 고인을 추모하며 유족들을 위로했다.

한국 땅에 하나님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불사하겠다는 기개로 헌신했던 헌틀리 선교사는 결국 자신의 소망대로 한국에 돌아와 유진 벨과 오웬과 서서평이 앞서 묻힌 정든 땅에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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