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비전트립, 복음적 평화통일 방향 그려…“하나님의 기적, 한반도서 이루자”

▲ ‘총회 베를린 통일선언’ 발표한 이후, 전계헌 총회장 등 총회 임원들과 김용대 위원장 등 통준위원들이 하나님의 기적이 한반도에게 내려지기를 기원하며 합심 기도를 드리고 있다.

총회 통일준비위원회가 독일 방문을 구상한 것은 10개월 전이었다. 지난해 7월 북한 접경지역에서 열린 101회기 통일비전트립 기간 중 현 총무 이기봉 목사가 “내년에는 통일을 이룬 독일에서 교단 통일운동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당시 통준위원들은 이 목사의 제안을 반겼지만, 솔직히 독일 방문이 가능할지 확신하지 못했다. 누가 차기 통준위원장에 선출될지, 통준위원들이 위원회에 계속 남아있을지 몰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101회기 부위원장 김용대 목사가 102회기 통준위원장으로 선출되면서 구상이 현실이 됐다. 김용대 목사는 “복음적 평화통일을 위한 교단의 역할을 이해하려면 독일 통일에 기여한 독일 교회를 들여다봐야 한다”며 통일비전트립을 독일에서 열기로 했다. 그때만 해도 남북 관계는 여전히 경색 국면에 놓여있었다. 그럼에도 통준위는 수차례 임원회와 워크숍을 거쳐 독일 통일비전트립의 밑그림을 그려갔다.

그리고 4월 25일, 통준위원장 김용대 목사, 서기 남서호 목사, 총무 이기봉 목사, 회계 김영태 장로, 통준위원 서종석 이재천 목사 원태윤 장로, 전문위원 정규재 목사가 유럽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멜크수도원에서 접한 남북정상회담

통준위의 첫 번째 행선지는 오스트리아였다. 위원들은 비엔나와 짤츠부르크의 명소를 방문했지만, 솔직히 그것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몸은 타국에 있었지만, 마음은 판문점으로 향했기 때문이다. 통준위가 독일 통일비전트립을 확정한 것은 2월 초. 이후 4.27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면서 오스트리아에서 이를 지켜보는 웃지 못 할 상황이 연출되고야 만 것이다.

▲ 남북정상회담 직전 합심기도를 드리고 있는 통준위원들.

남북정상회담이 시작되기 직전, 호텔 로비에 모인 통준위원들은 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며 합심으로 기도를 드렸다. 아울러 저마다의 바람을 드러내며 회담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어 오스트리아 최대 규모의 바로크식 건축물인 멜크수도원으로 이동한 직후 인터넷과 유튜브 등을 통해 회담 결과를 확인했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비롯해 올해 종전 선언과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다자회담 추진 등, 기대 이상의 성과를 접한 통준위원들은 얼싸안고 기뻐했다. 이들의 환호 소리가 수도원의 정적을 아주 잠시 동안 깬 순간이었다. 이 광경을 지켜본 현지인들과 관광객들도 통준위원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이기봉 목사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하나님의 간섭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총회가 기도하면서 하나님의 뜻을 이뤄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태윤 장로도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크나큰 성과를 거뒀고, 특히 통준위 사역이 보다 확대될 수 있는 계기를 맞았다”며 반가워했다.

오스트리아 현지 언론도 남북정상회담을 대서특필했다. 가는 곳마다 만나는 사람마다 남북정상회담 성과를 언급했다. 더불어 통준위도 독일에서 치를 거사 준비에 분주해졌다.

독일 통일은 “하나님의 기적”

오스트리아 체코를 거쳐 4월 30일 독일 베를린에 입성했다. 통준위 뿐만 아니라, 약속한대로 총회임원회도 베를린에 도착했다. 첫 일정은 윈프리드 루들로프(Winfried Rudloff) 목사를 초청해 진행한 통일 강연 ‘독일 통일의 기적’이었다.

▲ 통일강연 강사 루들로프 목사가 베를린 장벽을 들어 보이고 있다.

동독 출신으로 독일 통일운동에 투신했던 루들로프 목사는 “동독 공산주의체제에서 자유와 통일을 외치는 것만으로 감옥에 갈 수 있고, 총살을 당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독일 교회는 계속해서 기도했다. 용기 있는 사람들도 일어났다. 100명에서 시작해, 1000명 1만명으로, 그리고 라이프찌히에서 10만명이 거리로 나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루들로프 목사는 “누구도 베를린 장벽이 순식간에 무너지고 통일이 찾아올 지 예상하지 못했다. 독일 통일은 사람이 만든 작품이 아니었다”며, “통일을 위해 기도한 교회가 있었고, 무엇보다 하나님의 기적이 있었기에 통일이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루들로프 목사와 총회 임원 및 통준위원들은 한반도 통일을 위한 교회의 역할, 통일 당시 독일과 현재 남북한의 유사점과 차이점, 한반도 통일 단계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남서호 목사는 “루들로프 목사의 강연은 교단 통일운동의 방향을 짚어주는 유익한 시간이었다”며, “독일 통일의 기적을 일으킨 하나님께서 한반도에도 기적을 베풀어 주실 것을 믿고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총회 베를린 통일선언

▲ 이제는 관광 명소가 된 베를린 장벽 앞에 선 총회임원들과 통준위원들. 이들은 베를린 장벽처럼 가까운 미래에 판문점도 관광 명소가 되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드러냈다.

통일 강의를 마친 후, 베를린 장벽으로 향했다. 동베를린과 서베를린을 드나들 수 있던 유일한 관문인 체크포인트 찰리는 전 세계인이 찾는 관광 명소로 변모했다. 총회 임원들과 통준위원들은 “판문점도 많은 사람들이 오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며 부러워하며, 미로로 꾸민 유대인 대학살 추모비를 지나 독일 통일의 상징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 당도했다.

5월 1일 노동절을 맞은 브란덴부르크 문은 한쪽에서는 집회를 하는 독일 노동자들로, 다른 한쪽에서는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총회 임원들과 통준위원들은 그 사이로 들어가 브란덴부르크 문 앞 정중앙에 섰다. 그리고 정오에 맞춰 전계헌 총회장이 ‘5.1 총회 베를린 통일선언’을 발표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적 사랑과 실천을 핵심가치로 통일비전을 선언한다.”

수많은 소리와 수많은 인파가 있었지만, 그 순간 전계헌 총회장의 목소리가 가장 또렷했고, 총회 임원들과 통준위원들의 모습이 가장 주목받았다.

총회 베를린 통일선언문 낭독을 마치자, 주위에 있던 독일인과 관광객들이 엄지를 들거나 포옹까지 해주며 반겼다. 마치 그들도 한반도 평화통일을 소망하는 것처럼.

통준위원장 김용대 목사는 “우리 총회가 통일의 역사를 이룬 독일 땅에서 기념적인 행사를 갖게 돼 정말 감격스럽다”면서, “특히 통준위원들에게 감사하다. 비전만 세우면 실천해 주는 보석 같은 분들이다. 이들과 함께 복음적 평화통일을 향해 진력하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 라이프찌히에 있는 독일 통일의 성지 성니콜라이교회를 방문한 총회임원들과 통준위원들이 평화를 상징하는 종려나무 앞에서 손에 손잡고 독일 통일을 이룬 것처럼 한반도에도 통일의 은혜를 내려주기를 소망하며 합심기도를 드리고 있다.
▲ 통준위원장 김용대 목사가 총회 베를린 통일선언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총회 베를린 통일선언’에 앞서, 총회임원회와 통일준비위원회는 5월 1일 베를린 메리어트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총회 베를린 통일선언’에서 교단 통일운동의 핵심가치를 녹아냈다면, 기자회견은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제시하는 자리였다.

먼저 4.27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졌다. 전계헌 총회장은 “기대 이상의 놀라운 성과를 거둔 남북정상회담이었다. 이제 곧 북미정상회담도 열린다는 점에서 보다 큰 기대를 갖게 한다”면서, “물론 북한이 행한 전례를 볼 때 우려가 없는 것도 아니지만, 남북통일을 향한 큰 걸음이 시작됐다고 본다. 이제는 한국교회도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역할을 해야 할 시점이다”고 밝혔다.

브란덴부르크 문에서 발표할 ‘총회 베를린 통일선언’의 취지와 의미도 설명했다. 통준위원장 김용대 목사는 “그동안 진보교단에서 통일문제와 대북지원 등을 주도했지만, 개혁주의 신학을 지향하는 우리 교단이 통일이라는 민족의 중대한 과업을 위해 동참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독일 통일의 상징 브란덴부르크 문에서 발표한다는 점에서 이번 통일선언의 의미가 상당히 크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날 기자회견에서 통준위는 통일엔지오 설립에서 방향을 선회해, 통일부 산하 대북지원단체 등록을 추진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지난 102회 총회에서 통일엔지오 설립을 결의했지만, 대북지원단체로 등록하여 활동하는 것이 북한 교회 및 주민과 접촉에 용이하고 보다 다양한 지원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통준위 서기 남서호 목사는 “연구를 해보니 엔지오는 만드는 것도 힘들고 관리도 어렵다. 반면 통일부 대북지원단체로 등록하면 우리 교단의 이름으로 투명하고 지속적으로 대북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면서, “4월 24일 총회장 명의로 통일부에 북한주민접촉신고서를 접수했고, 조만간 대북지원단체로 등록이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또한 통준위 전문위원 정규재 목사는 “우리 교단 자체가 역사성이 있고 신용도가 있는데 굳이 엔지오를 설립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오히려 남북 교류의 문이 활짝 열리는 시점에서 대북지원단체로 등록하는 것이 북한 교회 및 주민 등과 접촉을 빠르게 하는 길이다”고 덧붙였다.

통일신학 정립과 통일기금 적립, 통일 캠페인 관련 구상도 밝혔다. 통일신학에 대해 총회서기 권순웅 목사는 “북한을 돕는 일은 교회 밖에서도 할 수 있지만, 사회와 정치가 하지 못하는 것은 신학에서 나오는 사상과 정신이다. 결론적으로 교회는 그리스도 안에서 통일을 접근해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 사상이다. 이를 토대로 교단의 통일신학을 정립해 나갈 것이고, 이번 베를린 통일선언의 핵심가치로도 성육신 사상을 담아낼 것이다”고 밝혔다.

통일기금 적립과 통일 캠페인은 부총회장 이승희 목사가 설명했다. “지난 3년간 적립한 통일기금이 우리 교단 규모로 볼 때 적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사실 북한과의 소통을 차단시켰던 정치적 환경적 요인이 컸다. 하지만 남북 교류의 물꼬가 트인 만큼 통일기금 적립을 활성화 하는 교단적 운동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승희 목사는 “통준위가 중심이 돼 전국에 걸쳐 평화통일기도회를 잘 진행하고 있다. 향후 평화통일기도회와 더불어 교단 전체가 동참하는 통일 관련 중요한 무브먼트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