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태(교육의 봄 공동운영위원장)

▲ 이종태 교육의 봄 공동운영위원장

‘교육의 봄 10년 플랜’이라는 다소 생소한 이름의 교육운동이 시작되었다. 출범식을 알리는 초대장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들어있다. <계절은 훌쩍 봄이 다가왔고 남북도 봄날의 순풍이 돌건만, 교육은 아직도 겨울입니다. 사람들은 교육의 봄을 기대하다 지쳤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깨달음, “그래! 봄은 우리가 만드는 것이지!”>

생명체 입장에서 볼 때 겨울은 제약의 계절이다. 성장과 짝짓기 등의 자유로운 생명활동이 억압되기 때문이다.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오늘날의 학교, 나아가 교육 전반의 상황은 아직 겨울이다. 많이 완화되었다고는 해도 학교는 여전히 통제문화에 익숙하다. 아이들 하나하나를 보면 생김새는 물론 생각이나 관심, 재능 등이 천차만별이지만, 똑같은 내용을 동일한 속도로 가르치고 그 결과를 하나의 잣대로 재어 줄 세우는 일은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 한 장의 공문으로 전국의 학교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풍토가 그런 교육의 배경이다.

그 안에 있는 아이들의 상황은 어떤가? 우리나라 학생들이 공부하는 시간은 세계에서 가장 길다고 한다. 하지만 그 공부의 내용은 대부분 단순 문제풀이로 지식기반사회 또는 제4차 산업혁명시대가 요구하는 것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말하자면 별로 쓰이지도 않는 지식을 암기하느라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시간 낭비가 아니라 정작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거나 숨은 재능을 발전시킬 기회를 잃게 만듦으로써 이중으로 손해를 보는 꼴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이처럼 낙후된 교육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질 않았고 대대적인 교육개혁이 추진되기도 했다. 학생들이 생각하는 힘을 기르도록 한다고 대학입학시험의 내용과 방법을 여러 차례 바꾸었고 학교교육과정이나 수업방법의 혁신도 줄기차게 시도되었다. 하지만,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별로 달라지지 않은 학교 현장에서 재미없는 시험공부에 시달리며 피 말리는 성적 경쟁을 하고 있다.

‘교육의 봄 10년 플랜’은 이러한 교육현실에서 과감하게 벗어나야 한다는 문제의식으로 출발하는 교육운동의 이름이다. 우리 아이들이 미래사회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훨씬 더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기르고 탄탄한 자존감과 남과 더불어 살 수 있는 협동력을 키울 수 있는 교육제도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것은 하루아침에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니며, 또 몇 사람의 전문가가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그러기에 ‘교육의 봄 10년 플랜’은 적어도 10년을 내다보면서 수많은 국민들의 참여를 통해 우리 교육이 나갈 방향과 세부적인 계획을 만들고자 한다.

다소 생뚱맞아 보일 수 있겠지만, 이런 새로운 교육운동에서 오늘날 한국의 교회교육이 찾을 수 있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나는 가장 주목해야 할 점으로 경쟁 프레임의 탈피를 들고 싶다. 입시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많은 기독인 자녀들 역시 학원 등의 사교육을 받느라 교회교육에서 멀어졌다. 대학입시가 교육의 전부인양 받아들이는 사회에서 이러한 개인적 선택을 나무랄 수 없겠으나, 미래사회에서는 그러한 방식의 경쟁이 본인의 앞날을 위해서도 별로 이득이 없다는 지적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기독교가 이웃을 사랑하라는 핵심 계명을 통해 미래사회에서 요구되는 더불어 삶의 가치를 앞장 서 실천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반적인 성적 경쟁 프레임에서 벗어남으로써 활성화되는 교회교육이 기독인 자녀들의 미래사회 경쟁력을 키우는 일로 귀결된다고 할 수 있다. 이 점에서 나는 많은 기독인들이 ‘교육의 봄 10년 플랜’ 운동에 적극 가담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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