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윤리학회 학술대회 … ‘한국교회와 돈 문제’ 설문조사 결과 발표

58% “신앙생활 성실히 하면 물질 축복 따라와” … 88% “돈에 대한 기도 자주한다”
이숙진 교수 “한국개신교, 돈에 대해 매우 친화적 … 돈 논리 넘어서는 대안 필요

한국교회 성도들은 돈의 많고 적음이 교회직분 임직을 포함한 교회생활 전반에 영향을 끼치며, 신앙생활을 성실히 하면 물질의 축복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결과는 이숙진 교수(이화여대)가 2017년 2월부터 4월까지 수도권 지역 개신교인 7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및 심층인터뷰에서 나타났다. 이 교수는 설문을 통해서 돈 문제에 대한 개신교인들의 생각을 물었으며 4월 21일 장신대학교에서 개최한 한국기독교윤리학회(회장:김은혜 교수)에서 발표했다.

‘돈(물질)과 신앙의 관계에 대한 인식조사’ 제목으로 이뤄진 설문은 크게 5개의 항목으로 나누어 구성했다. 첫째 항목은 신앙과 돈의 상관성과 관련한 질문들이었다. “돈에 대해 기도를 하느냐”는 문항에 대해서 전체 응답자의 88%가 “기도한다”고 대답했다. 이 중 매월 최소 1~2회 이상 기도한다는 응답은 70% 이상이었고 매일 기도한다는 응답자도 10.67%에 달했다.

이 교수는 이 문항을 바탕으로 교회 활동 빈도와 돈에 관한 기도 횟수에 대한 상관관계를 살펴봤는데 교회모임에 자주 참여하는 응답자일수록 돈에 관한 기도를 자주 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응답자 자신이 신앙심이 깊은 편이라고 생각할수록, 돈에 대한 기도 횟수가 빈번함을 알 수 있었다.

▲ 한국기독교윤리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이숙진 교수가 ‘돈(물질)과 신앙의 관계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번 정기학술대회에서는 포스트모던 시대를 맞아 신학의 위기가 대두될 것이라면서 기독교윤리학은 하나님의 실재를 변증하는 일에 앞장서야 하며 십자가 사랑을 구현하는 인간공동체 형성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앙과 돈의 상관성과 관련해서 “신앙생활을 성실히 하면 물질적 축복도 따르는가”라는 문항에 대해 58.1%가 긍정적으로 답을 했고, 이 가운데 14.86%는 “매우 그렇다”는 반응을 보였다. 신앙생활의 성실도와 물질적 축복이 양적 상관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응답자가 과반이 되었다는 것이다.

또 “십일조는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80%가 “그렇다”고 답했으며 9.34%가 “안해도 된다”고 응답했다. 응답자의 성향에 따라 상관조사를 했을 때 신앙심이 깊은 편이라고 스스로 생각할수록, 또 교회 모임에 자주 참여할수록 십일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두 번째 항목은 교회활동과 돈의 상관성에 대한 질문들로 구성했다. “돈 때문에 교회에서 어떤 형태로든 차별당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느냐”는 문항에 대해서 31.09%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부유할수록 교회생활이 수월하다고 생각한 응답자는 50%였으며, 헌금액수가 직분에 영향을 끼친다는 답변도 40.54%였다.

“교회에서 돈(물질)에 관한 가르침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나”라는 물음에는 68.06%가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었으며 8.33%는 “필요 없다”고 밝혔다. “돈이 언급될 때 떠오르는 단어”는 ‘축복 〉 선교 〉 자선 〉 선물 〉 탐욕’ 순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긍정적인 의미가 있는 축복, 선물, 자선을 떠올리는 응답자는 전체의 56.98% 인 반면, 부정적 의미가 있는 탐욕은 8.4%만이 연상된다고 응답했다.

지출을 위한 의사결정 과정에 교인이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은 데 대해서는 전체 응답자의 68.92%가 동의했다. 헌금이 가장 많이 사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곳은 선교, 교육, 구제/자선 순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많았다. 한편 헌금사용이 많이 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곳은 교회운영, 교회행사, 교회건축 등으로 여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헌금이 많이 사용되는 곳이 교회건축이라고 답한 사람은 19명이었는데, 헌금이 가장 많이 사용되어야 할 곳을 교회건축이라고 답한 사람은 3명 뿐이어서 대조됐다. 교회건축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것이다.

셋째 항목은 돈에 대한 가르침의 유통경로와 수용도에 대한 부분이었다. 응답자들은 “주로 어디에서 돈과 신앙의 관계에 대해서 듣느냐”는 문항에 설교(57.75%), 구역회/속회(9.86%), 각종 회의(9.86%), 신앙서적(9.89%), 회중기도(1.41%) 순으로 답했다. 설교가 가장 중요한 통로라는 말은 목회자의 돈에 대한 가치관과 태도가 교인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헌금을 많이 해야 축복을 받는다고 교회에서 들은 바 있느냐”는 물음에는 14.86%만이 “들은 적이 없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85%가 자주 듣는다는 것이다. 또 “십일조를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물질의 축복을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느냐”는 문항에는 74.32%가 부정적으로 답했다. 2/3 가량이 온전한 십일조를 해야만 물질적 축복을 받을 수 있다는 가르침에 수긍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넷째 항목은 가난의 원인과 해결방식에 대한 인식이었다. 응답자들은 가난의 근본원인로 불평등한 경제구조(52%)를 손꼽았으며 이어 빈곤세습, 자기관리부족 등을 지목했다. 그러나 가난 해결방안에 대한 응답에서는 ‘자기계발 〉 복지정책 〉 확고한 믿음’ 순으로 답했다. 즉 가난의 원인은 경제구조의 모순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면서 해결책은 개인적 차원(자기계발에 대한 신뢰)에서 찾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해결책에 대한 생각은 신앙심이 깊다고 답한 집단일수록 강했다. 가난 극복 방안에 대해서 스스로 신앙심이 없다고 답한 집단은 ‘기본소득 〉 자기계발 순으로, 신앙심이 보통이라고 답한 이들은 자기계발 〉 복지 〉 확고한 믿음 순으로 답한 반면, 신앙심이 깊다고 표시한 집단은 자기계발 〉 확고한 믿음 〉 복지/기본소득’ 순으로 빈곤 극복방안을 제시했다.

설문을 진행한 이숙진 교수는 “한국 개신교는 돈에 대해 매우 친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성도 개개인으로서도 돈과 신앙은 매우 친화적인 관계임을 알 수 있다”고 결론내렸다. 이 교수는 “설문 조사 결과 성도들은 돈에 대한 기도를 빈번하게 하고 있으며 성실한 신앙생활을 하면 재정문제에 대해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또 이 교수는 “오늘날 교인들은 돈의 소유 여부가 교회 생활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신앙심이 깊을수록, 교회활동을 오래했을수록 가난 해결을 개인적 책임으로 돌리는 성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헌금하면 축복받는다는 가르침이 교회공간에서 빈번히 유통되지만 모든 개신교인들이 이를 전적으로 수용하거나 동의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으며, 교회건축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돈의 논리에 포획된 한국교회를 넘어서려는 대안적 신앙공동체와 신앙인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기독교윤리학회의 2018년 정기학술대회는 ‘포스트 휴먼 시대, 기독교윤리는 가능한가’를 주제로 진행됐으며 이 교수의 설문분석 외에 다양한 주제 및 자유 논문들이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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