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장애인 사역에 희망을 ② 장애인과 함께 하는 교회 만들기

장애인 사역 특성 이해하는 전문성 강조 … 인식개선부터 밟아가야

한국에서 비장애인 복음화 비율은 18% 내외이다. 이에 비해 장애인 복음화는 최대 5%, 실제 3%로 추정하고 있다. 장애를 가진 그리스도인이 이처럼 적은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교회는 처음부터 장애인 사역에 관심을 쏟지 않았을까.

선교를 넘어 자립사역까지
선교 초기 선교사들은 복음을 교육과 의료 등 사회선교와 연결시켰다. 예수님의 말씀을 따라 과부와 고아와 장애인 등을 돕는 일을 사명으로 여겼다. 의료사역을 한 선교사들 역시 장애인을 위한 치료와 함께 복음전파를 중요하게 여겼다.

1898년 원산에서 선교사를 도와 병원선교를 했던 김기법은 “매일 오는 병인이 수십 명이요, 그 중에 안즌방이와 저는 자와 창병 있는 자와… 병만 고칠 뿐 아니라 영혼구원하는 성경책을 주니 여러 곳에서 믿는 사람들이 있어…”라고 했다. 로제타 홀 선교사는 1894년 시각장애인 소녀에게 점자를 가르치며 한국 근대 특수교육을 처음 시작했다. 이를 바탕으로 평양 여자맹인학교가 설립됐고, 1904년 남자맹인학교까지 세웠다. 선교사들은 시각장애인에게 교육의 기회만 제공한 것이 아니다. 침술과 안마 등 직업교육까지 진행해 장애인 자활자립을 선도했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사역은 1909년 평양농아학교를 통해서, 지체장애인은 1897년 페리 선교사를 중심으로 서울에서 시작했다. 선교사들에게 장애인은 교회가 돌봐야 할 이웃인 동시에 선교의 대상이었다.

장애인 복지 선도한 교회
한국교회의 목회자와 성도들 역시 장애인 사역에 열심이었다. 박두성 집사는 1926년 한글점자를 창안했고 이를 바탕으로 1941년 점자성경이 나왔다. 1926년 승동교회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맹인전도반을 조직했고, 1935년 이창호 목사는 최초의 특수학교인 평양광명맹아학교를 설립했다. 이 학교에서 청각장애인을 위한 농아교회도 설립했다.

▲ 수원화산교회 사랑부 교사와 성도들이 4월 22일 열린 장애인주일 예배 후 비장애인 성도들과 인사하고 있다.

해방 이후 1960년 부산 에바다 농아교회와 1961년 서울 에바다 농아교회 설립, 1964년 간질장애인을 위한 장미회(유재춘 목사) 설립, 1970년 정신지체아동을 위한 사회복지법인 구령회(이인재 목사) 시작 등 장애인 사역을 활발하게 펼쳤다.

목회 현장에서도 1984년 소망교회에서 장애아동을 위한 소망부를 시작한 이래 서울의 충현교회 영락교회 온누리교회 사랑의교회를 비롯해, 부산중부교회 사직동교회 호산나교회와 이리 갈릴리교회 및 대구 남산교회가 교회 내에서 장애인 부서를 시작했다. 이후 한국교회는 1990년 장애인 선교와 복지를 위해 장애인주일을 제정하고 교단 차원에서 장애인 사역을 펼치기 시작했다.

장애인 선교의 성패 ‘전문성’
대형 교회를 중심으로 장애인 부서가 조직되고 장애인주일까지 실행하면서, 목회현장에서 장애인 선교와 복지의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전문 사역자들은 “20년 동안 한국교회의 장애인 사역은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 이유로 전문 사역자의 부족을 꼽는다.

세계밀알연합 박성균 목사는 “초기에 전문 사역자들이 교회에서 장애인 부서를 조직했다. 이후 장애인 가족의 요청으로 중소형 교회에도 장애인 부서 설립 요청이 있었지만, 장애인의 특성을 이해한 전문 사역자가 부족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많은 교회들이 ‘사랑부’라는 이름으로 장애인 부서를 조직했지만 결국 사라지고 있다. 전문성이 부족한 교역자들이 1~2년씩 돌아가면서 장애인 부서를 담당하고, 그러다보니 교사를 위한 교육을 진행하지 못했다.

수원화산교회(이인기 목사) 역시 처음 장애인 부서를 시작할 때 전문성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2007년 중증발달장애인 2명과 교사 2명으로 사랑부를 개설했지만, 예배공간도 없고 장애인에 대한 의식도 낮았다. 무엇보다 힘든 것은 ‘장애인은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무조건 도움을 줘야 하는 사람’이란 성도들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사랑부 교사들은 편견에 위축되지 않았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교제하는 ‘오픈하우스’ 행사, 비장애인 성도 5명이 장애인 1명을 위해 기도하는 후원기도자 결연사역, 비장애인 성도들과 함께 주일예배 드리기 등 다양한 인식개선 캠페인과 장애체험 행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수원화산교회는 사랑부를 위한 예배실을 마련하고, 자체 여름캠프와 분기별 토요활동, 장애인 가족이 함께 하는 체육대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장애인들은 전도와 교회청소는 물론 지역사회를 섬기는 일까지 하면서 성장하고 발전하는 존재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인기 목사는 “사랑부가 교사들의 헌신과 성도들의 관심으로 더욱 성장하길 바란다. 우리 사랑부 성도들을 통해서 지역의 소외된 장애인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 흘러가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