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CCM 그룹 ‘에필로그’ … “찬양사역 통해 채워진 은혜와 기쁨, 흘려보낼 터”

▲ 시각장애인으로 구성한 CCM 그룹 에필로그는 보이지 않아도 믿는 소망을 사람들에게 전하며 그 기쁨을 누리고 있다. 왼쪽부터 황현기 목사, 김하은 사모, 박현준 형제.

아름다운 화음이 귓속을 간지럽힌다. 맑고 청아한 여성보컬과 그 앞뒤를 따뜻하게 받쳐주는 두 명의 남성보컬이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고 있다. 가만히 들어보면 마음이 평안해지고 절로 입가에 미소가 생겨난다. 2016년 데뷔한 3인조 CCM그룹 에필로그의 찬양이다. 예배음악이나 솔로 가수들이 강세인 CCM계에 화음이 강점인 음악을 하는 것도 신선한데, 더 놀라운 것은 3명이 모두 시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이다.

황현기 목사, 김하은 사모, 박현준 형제로 구성한 그룹 에필로그는 데뷔하자마자 CCM 오디션 프로그램 <가스펠스타 C>에서 금상을 수상한 실력파 뮤지션이다. 멤버 모두 에필로그로 뭉치기 전부터 다양한 방면에서 음악을 해왔기에 가능했다. 황 목사는 피아노, 기타, 드럼 등 악기를 섭렵하며 찬양사역을 해왔고, 김 사모와 현준 형제 역시 10대 때부터 찬양사역을 했다. 각자의 사정으로 팀이 해체되고 어려움을 겪던 시절, 같은 학교 출신이라는 공통분모로 셋은 의기투합했다. 여기에 황 목사와 김 사모의 러브스토리가 숨어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서로 사랑의 감정이 싹트면서 그룹을 결성하게 됐고, 1년 뒤에는 결혼까지 했습니다. 하은이는 남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것이 몸에 배인 친구예요. 본인도 힘들지만 어떻게 하면 저를 편하게 해줄까를 항상 먼저 생각하니 고맙죠.”(황현기 목사)

옆에서 지켜보기에는 황 목사도 사모를 생각하는 마음 씀씀이가 보통이 아니다. “하은이 먼저” “하은이가 더” “하은이의...” 등의 말이 끊이지 않는다. 볼 수 없으니 더 애틋하게 신경을 쓰는 모양이다. 이 사이에서 현준 형제가 소외감을 느끼지 않을까 살폈더니, “둘이 11월 18일에 결혼했어요!”라며 묻지도 않은 말에 먼저 대답한다. 20년이 넘는 끈끈한 우정과 사랑이 고스란히 피어나는 대목이다.

사실 현준 형제는 시각장애 외에도 자폐를 앓고 있다. 현준 형제가 외출이라도 할라치면 황현기 목사 부부가 옷 입는 것까지 일일이 챙겨야 한다. 하지만 김하은 사모는 “현준이는 절대음감에다 피아노, 화음 넣기 등 음악적 재능이 매우 뛰어나다. 대화도 안 되던 현준이가 찬양사역을 하면서 밝아졌고, 의사소통도 가능하게 됐다”며 기쁨을 먼저 표현했다.

▲ 에필로그의 공연 모습.

에필로그의 사역은 이렇게 기적의 연속이었다. 예수님께서 지쳤던 이들의 삶을 은혜로 채워주셨다. 그렇기에 그 은혜를 다른 이들에게 흘려보낼 수 있었다.

“처음부터 찬양에 소명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어요. 그냥 노래라도 해야 대학에 가겠구나 생각했어요. 그러다 고3 때 소아암환자 돕기 콘서트를 했는데, 루푸스라는 희귀병을 가진 분이 오셔서 저의 찬양으로 자살하려던 마음을 고쳐먹었다고 하시는 거예요. 그 때 그 분이 만났던 하나님을 붙잡고 감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찬양 사역을 해야겠구나 마음을 먹었어요.”(김하은 사모)

“신학공부를 할 때부터 많은 분들이 제가 있는 것만으로도 은혜가 된다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공연을 가면 리허설 할 때부터 눈물을 흘리시는 분들이 있어요. 제가 살아있는 것, 살아가는 것만 봐도 힘이 된다고 하시는 말씀이 저에게도 큰 위로가 됩니다.”(황현기 목사)

총신대학교와 칼빈신대원을 졸업한 황현기 목사는 현재 인천에서 목회도 하고 있다. 그가 섬기는 의의나무교회는 현재 20여 명의 성도들이 모여 가족같이 함께 예배드린다. 성도끼리 음식을 나누기도 하고, 4월 초 황 목사의 어머니가 소천하셨을 때는 내 일처럼 돕기도 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마음도 아팠지만, “이제 걱정 없다”라고 말씀해주신 것이 큰 위로였다. 김하은 사모는 “시각장애인 목회자의 아내는 대부분 비장애인인데, 내가 옆에서 내조하는 것이 부족할까봐 헤어질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어머니께서 ‘나는 이제 너만 믿는다’는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누가 봐도 완벽한 사모감인데, 더 해주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이 부부의 사랑법이다.

지금까지 사역하면서 고비도 있었고, 마음의 상처도 물론 많았다. 어렸을 때 겪었던 가정의 해체, 잘 섬기던 교회에서 갑자기 쫓겨났던 일, 끝까지 도와줄 거라 믿었던 친구의 배신 등이 가끔은 그들의 힘을 빠지게 했다. 하지만 더 좋은 사람을 붙여주시고 더 좋은 일로 채워주시는 것을 보면서 ‘하나님이 나의 약함을 아시고 이렇게 사랑하시는구나’를 깨달았다.

“팀 이름을 에필로그로 지은 것은 하나님 만나고 풍성해진 우리 삶의 이야기를 계속 나누자는 의미에서였습니다. 앞으로 우리가 만난 하나님을 찬양을 통해서 전하고, 우리보다 힘든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일에 기쁨으로 헌신하겠습니다.”

에필로그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앞으로도 더 많은 이들에게 따뜻한 위안을 전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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