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평등 기초한 가정공동체 모델 제시했다”

박경미 교수 “전통적 가족개념 존중하며 섬김과 헌신 통한 확대된 가족 형태 지향”
조경철 교수 “바울, 복종의 가부장적 가정 아닌 ‘믿음의 공동체’ 파격적 인식 강조”

한국신약학회(회장:김동수 교수)가 4월 14일 감신대학교에서 ‘신약성서와 가정’을 주제로 제109차 정기학술대회를 가졌다.

이번 대회에서는 가족해체가 심화되어가는 한국사회를 안타까와하면서 성경에서 지향했던 가정의 모습 속에서 대안을 찾으려고 했다. 주제발제를 한 박경미 교수(이화여대)는 ‘예수/예수운동과 가정’을 통해서 세계화와 근대자본주의의 여파로 가족의 유대가 약화되고 있다면서 이는 예수 당시 로마의 지배 아래 있던 유대 공동체의 상황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예수는 갈릴리 촌락들에서 하나님 나라를 선포했다. 박 교수에게 이런 선포는 “모세계약의 평등주의적 전통에 따라 살아왔던 공동체적 정신과 협동의 정신을 재활성화하고 제국의 폭력이 가져온 신체적 정신적 상처들을 치유하는 것”이었다.

▲ 가정해체 현상이 심화되고 있지만 교회가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신약학회는 최근 학술대회에서 교회가 예수와 바울이 지향했던 대안적이며 평등한 가족모델을 교회 내에서 구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예수는 기존의 가부장적 가족제도를 인정했다. 그러나 내용적으로는 혁명적이었는데 가장이 군림하는 존재가 아니라 가족을 위해서 헌신해야 하는 존재라고 가르쳤기 때문이다. 형제들 간의 관계에서도 피차 섬길 것을 요구했다. 나아가 예수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확대된 가족을 지향했다. 즉 서로 빚을 탕감하고 죄를 용서하는 등 공동체적 모습을 넓혀나가는 사회가 이뤄지기를 원했다. “누구든지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하는 자가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이니라 하시더라”(마 12:50)

박경미 교수는 “이 가정은 생물학적 혈연이 아니라 종교적, 도덕적 측면에서 재규정된 가정, 즉 회개와 회심, 하늘 아버지의 뜻에 대한 자발적인 복종, 아버지의 사랑과 은혜 안에서 벗어나지 않는 신뢰에 들어가게 되는 새로운 대리적 가정이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많은 여성신학자들이 예수가 가부장적 가정구조 해체나 재구조화를 주장하기를 바라지만 복음서에 나타나는 예수에게서는 그런 관점을 기대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예수가 복음서에서 가족을 소홀히 여기는 듯이 말한 성경본문들도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대표적인 본문은 누가복음 9장 60절이 있다. 어떤 사람이 예수님을 자신의 아버지를 장사하고 나서 예수님을 따르겠다고 하자 예수님은 “죽은 자들로 자기의 죽은 자들을 장사하게 하고 너는 가서 하나님의 나라를 전파하라”고 답했다. 누가복음 12장 49절 이하에도 예수님은 세상에 분쟁을 주러왔다면서 집마다 가족끼리 분쟁하게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누가복음 14장 26절에는 “무릇 내게 오는 자가 자기 부모와 처자와 형제와 자매와 더욱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아니하면 능히 내 제자가 되지 못하고”라고 언급했다.

박 교수는 이러한 명령들을 가족과의 단절을 요구하는 직접적인 명령으로 볼 것이 아니라 이미 벌어져 있는 상황, 즉 가족과 단절되고 가족을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을 받아들이라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예수는 전통적인 가족개념을 존중했다. 가족에 대한 상황에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가정해체를 대안으로 생각하지 않고 섬김과 헌신을 통한 가정상의 회복을 생각했다. 예수는 전통적 가정의 해체가 로마제국의 권위와 핍박 아래 촉발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존재하는 가정을 더욱 존중할 것과 더불어 더 넓은 가정, 즉 평등한 신앙공동체를 이뤄나가는데 힘쓰라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조경철 교수(감신대)도 ‘혼밥족 바울과 가정’이란 발제에서 “바울 역시 혈연공동체로서의 가정을 믿음의 공동체로 전이해서 이해했다”면서 “바울은 복음에 대한 믿음으로 교회와 가정에서 새로운 인간관계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가르쳤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당시 바울이 생각한 가정관은 시대적 인식과 비교할 때 파격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즉 바울서신이 쓰여졌을 때 아내, 자녀, 노예들은 모두 가장에게 복종하는 위치라고 생각했다. 고대 지중해권에서 결혼은 사랑에 근거하지 않고 자녀생산이나 정욕의 해결수단 그리고 가정의 경영을 위해 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자녀들을 “자녀들아”와 같이 2인칭 호격으로 부르면서 교훈하는 일은 없었다. 유대교에서는 어린 자녀들을 때로는 잔인하리만큼 엄격하게 교육했다. 스토아 철학에서도 자녀들은 엄격한 순종을 교훈해야 하는 대상으로 여겼다. 종과 상전의 관계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조 교수는 “바울의 사상은 남녀평등이나 노예제도 폐지 같은 사회적 차원으로 가지 않았고 당시 주어진 사회적 여건 속에서 복음으로 말미암은 인간관계의 변화를 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교수들의 발제에서 예수와 사도바울의 가정에 대한 가르침은 당시의 개념으로 볼 때 획기적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전통적 가정제도를 존중했으며 가족 구성원의 자세 변화에 방점을 두었다. 더불어 혈연관계를 뛰어넘는 가족의 필요성을 언급했으며 믿음 외에 다른 조건을 달지 않았다. 그런데 현대 가정이 전통적 개념을 유지하지 못하고 해체되어가고 있는 반면, 교회는 거꾸로 전통적 가부장제도와 권위주의의 모습으로 회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교회는 그 운영에 있어서 섬김과 평등이 존재하는 모델이 되어, 가정의 대안적 모델 역할을 하고 성도의 가정을 회복시키는 데까지 나가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한편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에 나타난 백부장의 오이코스’(장석조, 한국성경대학원대학교 교수), ‘초기 크리스천 공동체 내에서 여성들의 역할에 관한 바울의 신학/윤리적 근거’(정승우, 연세대 교수), 바울의 가정교회 사역과 노예관‘(임진수, 감신대 교수), ‘신약성서와 가정 속의 장애인의 의미’(이완병, 감신대 교수), ‘요한계시록의 부부와 부자 관계에서 본 하나님의 가족’(송영목, 고신대 교수) 등의 논문이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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