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은 장애가 없습니다. 영혼을 바라보며 목양한다면, 모든 사람이 함께 하는 온전한 교회 공동체를 지향한다면, 장애인교회는 존재하지 않을 겁니다.”

4월 20일 소재훈 목사를 만났다. 지난 2월 한국장애인선교단체총연합회 회장으로 취임한 후 맞은 첫 번째 장애인의 날이었다. 보건복지부에서 주최한 장애인의 날 기념행사에 참석한 후, 곧바로 26년의 목회와 삶을 간직한 경남 합천 평화마을로 내려가고 있었다. 소재훈 목사의 첫 마디는 “제가 드러나면 안됩니다”였다. 

소재훈 목사는 예술성이 풍부한 신학생이었다. 신학교를 졸업한 후 음대 교수의 추천으로 성악을 전공할 수 있었다. 그 열망을 가로막은 것은 계획에 없던 장애인이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이 겪는 영혼과 육체의 아픔을 봤고 외면하지 못해서다. 그렇게 1992년 11월 장애인 부모를 위한 교육을 시작했다.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던 장애인 중심의 교회를 대구광역시에서 개척했고, 장애인 주간보호센터와 그룹홈을 개소한 후 장애인 주거시설까지 건립했다. 10년 동안 장애인 사역에 매진하던 그는 교회와 시설을 다른 사역자에게 이양하고 합천으로 들어갔다. 

“35살 부교역자 생활을 하면서 앞으로 35년 목회를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했습니다. 하나님께 칭찬받는 목회를 고민하고 기도하던 중, 요한복음 17장 예수님의 기도가 가슴에 박혔습니다. ‘아버지께서 내게 하라고 주신 일을 내가 이루어 아버지를 이 세상에서 영화롭게 하였습니다’(4절) 예수님의 기도처럼, 저도 하나님께서 주신 일을 감당하며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야 한다고 결심했지요.”

‘하나님께서 주신 일’은 무엇일까. 소재훈 목사는 “예수를 위해 살기 원하는 사람들과, 일상과 삶을 나누는 공동체 교회를 설립하고, 약하고 힘든 이들을 끌어안는 사역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장애인을 위한 사역을 하고 장애인 가족만 출석하는 교회에서 목회를 하면서도 소 목사는 자신을 장애인 선교를 하는 목회자로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장애인만의 교회’는 공동체 교회로서 온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왜 장애인 교회가 생기는지 아십니까? 교회가 장애인을 밀어내기 때문입니다. 비장애인 성도가 장애인 성도를 공동체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밀려난 장애인들이 모여 장애인만의 교회가 됩니다. 장애인을 밀어낸 교회는 비장애인만의 교회가 됩니다. 두 교회 모두 온전한 공동체성을 가진 교회가 아닙니다.”  

합천으로 내려간 소재훈 목사는 폐교를 매입해 ‘평화마을’이란 이름 아래 노인보호시설을 시작했다. 합천에서 ‘공동체 교회로서 끌어안아야 할 약하고 힘든 이들’은 노인이었다. 2008년 정부에서 장기요양보험제도를 본격 시행했다. 오갈 데 없던 독거노인들을 돌볼 복지정책을 시작한 것이다. 소 목사는 다시 돌봐야 할 약한 사람들을 찾았다. 그의 사역을 눈여겨보던 합천군청에서 먼저 중증장애인을 위한 요양원을 권유했다. 법인설립은 물론 정부 지원금으로 요양원 건물까지 건축할 수 있었다. 사회복지법인 평화마을복지재단은 2007년 7월 이렇게 설립했다. 

평화마을복지재단(http://peacetown.or.kr) 중증장애인들이 함께 생활하는 ‘사랑의집’과 직업 재활을 위한 평화농장 및 승마를 재활치료에 활용하고 있는 평화홀스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평화마을복지재단은 ‘모든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받은 존재’라는 창조섭리 속에서, ‘각 지체들이 한 몸을 이루는 것처럼 서로 협력하는 공동체’를 일구고 있다. 이를 통해서 ‘더불어 사는 좋은 세상, 평화를 만드는 좋은 공동체’를 꿈꾼다. 

평화마을복지재단은 모든 면에서 건실하게 운영하는 장애인 시설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소 목사는 모든 것이 하나님과 후원자 덕분이라고 말했다. “제가 드러나면 안됩니다. 하나님의 일을 하면서 하나님의 영광만 드러나야 합니다. 또한 평화마을을 지원해 주시고 지금도 봉사와 헌신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분들이 더욱 귀합니다.”

소재훈 목사는 사진을 싣는 것도 사양했다. 대신 한국 교회와 성도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한국교회는 예수님이 말씀하신 2가지 명령 중 하나님 사랑은 잘 지킵니다. 하지만 이웃 사랑은 부차적인 것으로 여깁니다. 예수님은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구별하지 않으셨습니다. 하나님 사랑하듯 이웃을 사랑하라고 말씀하십니다. 그것을 야고보 사도가 말하는 것입니다. 신학교에서 하나님 사랑을 가르치는 것처럼, 이웃 사랑 역시 목회자 후보생들에게 가르치고 배워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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