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진 박사 생애 다룬 <미스터 미션 조동진> 발간

서구중심 선교 패러다임 아시아인 관점서 새롭게 정립
세계선교 영역 확장 큰 공로 … “한국교회사 귀한 자료”

▲ 조동진 박사(오른쪽)와 <미스터 미션 조동진>을 쓴 이민교 선교사가 19일 출판기념회에서 자리를 함께 했다. <미스터 미션 조동진>에는 탈서구, 동아시아 선교 운동사가 세세히 기록돼 있어, 해방 후 한국선교사 연구에도 귀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동진의 탈서구 선교운동이란 간단히 말해 미국과 영국 같은 서구 중심의 패권주의적 선교에서 탈피해, 동남아를 비롯한 기타 국가에서 스스로 선교의 주체가 되자는 것이었다. 그의 탈서구 선교운동은 자연스레 제3세계 선교지도자들의 단결운동으로 발전했다.”(이민교)

조동진 박사를 빼놓고 한국교회 선교사(史)를 논할 수 있을까? 탁월한 선교학자이자 지도자였던 그는 무엇보다 서구 중심의 기존 해외선교 패러다임을 아시아인의 사명과 관점에서 새롭게 정리한 최초의 동양계 선교운동가였다.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그가 아시아 국가들의 선교 협력을 목표로 1975년 아시아선교협의회(AMA)를 만들었을 때, 서구 선교 전문가들은 그의 탈서구 선교운동을 경계하고, 심지어 올무를 놓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모든 난관을 이겨내고 아시아를 넘어 제3세계 전체로 시선을 넓혔다. 결국 1986년 10월 미국 윌리엄캐리대학교에서 열린 제4차 아시아선교협의회 대회에서 아시아와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세 대륙을 대표하는 ‘제3세계 선언’을 채택했고, 이어 1989년 5월에는 제3세계선교협의회를 창립하고, 초대회장으로 선출됐다.

지금에야 전세가 역전됐지만, 선교는 곧 서구교회의 전유물로 인식되던 50여 년 전 그는 식견과 발걸음은 한 마디로 놀라운 것이었다. 현재 세계선교가 아시아와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에서 활발한 것은 탈서구 선교운동의 결과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기에 그를 향해 세계 석학들은 앞 다투어 존경을 표했다. 애즈배리신학교 교수였던 존 시맨즈는 그를 ‘미스터 미션’(Mr. Mission)이라 불렀고, 교회성장학자 도날드 맥가브란은 그를 ‘아시아 선교의 활발한 지지자’로 추켜세웠으며, 세계적 선교학자 랄프 윈터는 “그는 진실로 세계 시민이었다”고 평했다.
그는 민족주의자이자 통일운동가이기도 했다. 1924년 일제강점기에 평북 용천에서 독립운동가의 아들로 태어나, 28세 젊은 나이에 김구 주석을 만난 경험 등은 그를 평생 민족주의자요, 통일운동가로 살게 했다. 당시 장래 계획을 묻는 김구 주석에게 그는 “목사가 되어 이 민족의 영혼들을 위하여 봉사하려고 신학교에 가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김구 주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장한 결심을 했다고 격려했고, 그는 자신의 손을 꽉 잡아주던 김구 주석의 모습과 체온을 평생 잊지 못했다.

그 후 그는 범죄했던 이스라엘 민족이 바벨론 포로가 됐다가 7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와 한 민족, 한 국가를 이룬 것처럼 남과 북이 다시 하나 되기를 염원하며 통일 운동에 힘썼다. 무엇보다 그는 북한에 길을 냈다. 북한 김일성 주석을 세 번 이상 독대하고,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과 빌리 그래함 목사의 방북을 주선하고, 평양에 봉수교회가 설립되도록 가교 역할을 하는 등 남북통일을 위한 밀알이 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1995년에는 통일부 산하 사단법인 민족통일에스라운동협의회(현 Global Blessing)를 만들기도 했다.

그는 올해 94세다. 누군가는 그의 삶 전체를 조망하고 기록해야 했는데, 최근 그의 뒤를 이어 민족통일에스라운동협의회 대표로 섬기고 있는 이민교 선교사(GP선교회)가 그 역할을 감당했다. 이 선교사는 최근 조 박사의 성장 과정과 목회, 북한 사역, 선교 활동 등을 한데 엮어 <미스터 미션 조동진>(도서출판 사도행전 간)을 펴냈다. 조 박사는 과거 <지리산으로 간 목사> <평양으로 간 목사> <세상으로 나간 목사> 등 세 권의 회고록을 썼는데, 이 선교사는 <미스터 미션 조동진>에서 회고록에 실린 이야기들을 요약하고, 여기에 그간 숨겨졌던 이야기를 보탰다.

이 선교사는 19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린 출판기념식에서 “조 박사님의 광대한 여정을 한 권의 책으로 담는다는 것은 언어도단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교 사역을 중심으로 책을 출간하게 됐다”며 “이 작은 책이 성서 한국, 통일 한국을 넘어 온전한 선교 한국이 되어 온 열방을 섬기는 일에 작은 씨앗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말했다.

조동진 박사는 “북한을 사랑하고 통일을 열망하는 하나님의 종인 이 선교사가 책을 출간하고, 귀한 자리를 마련해주어 고맙다”며 한국교회가 세계선교와 남북 평화통일에 더욱 힘써 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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