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은 목사의 기독교교육 철학과 비전 담아
실력 갖춘 인재 양성 다양한 핵심교육 ‘호응’

밤을 지새웠다. 공저 중인 책을 저술하고 새벽예배를 인도한다고 눈 붙일 틈이 없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피곤한 기색 없이 마주한 장대은 목사. 목회자이자 기독교교육자이자 저술가인 그와의 대화는 흥미진진할 것만 같았다. 더구나 시무하는 교회 이름이 도서관교회. 독특한 이름을 가진 교회와 평범한 이름을 지닌 목회자의 만남은 어떻게 성사됐고, 또한 어떤 사역을 펼치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 코메니우스의 말처럼 책을 통해 이 세상의 모든 지식과 지혜를 나누고, 실력 있는 기독교인을 양성하는 도서관교회의 장대은 목사와 학생들

목회현장에 오기 전, 장대은 목사는 꿈의학교 설립에 힘을 모았고 사사학교를 아내 이윤미 사모의 스승과 시작한 기독교교육자였다. 대안학교 운영진으로 있으면서 교사 양성 및 교육 프로그램 기획에 전념했다. 그런 그에게 담임목사직 제안이 들어왔다. 이미 자리를 잡은 기독교교육자는 솔직히 목회현장으로 가는 게 끌리지 않았다. 대신 6개월간의 세계여행을 떠났다.

18개 국가의 땅을 밟으며 각국의 교육기관을 둘러봤다. 유익했고 즐거웠다. 마음에 1%의 변화조차 없었다. 그런데 여행 4개월이 지났을 때 네덜란드 한인교회에서 눈물을 쏟으며 기도를 하게 된다. 장대은 목사는 “신비로운 사건이었어요. 목회에 관심 없던 제 마음 속에 지역교회로의 부르심은 하나님의 부르심이라는 확신이 피어올랐어요. 목회현장으로 가기로 결심한 순간이었죠”라고 회상했다.

▲ 도서관교회와 호도애도서관 전경

해외여행을 마치고 온 장대은 목사는 두 달 뒤, 2007년 1월 첫 주부터 분당한양교회의 담임목사로 부임했다. 부임 후 1년 6개월 동안 장대은 목사는 외부활동을 삼가고 오직 성경만 파고들었다. 성경 통독부터 필사 녹음까지, 그렇게 38독을 했다. 성경 읽기 외 단 하나의 일을 벌였는데, 2층 사택 개인서재에 있던 6000여 권의 책을 1층 예배당으로 옮겨놓은 것이다. 아울러 1층 예배당을 도서관으로 바꿔 지역주민들이 오갈 수 있게 하면서, 예배당을 2층에 마련했다. 당시 성남시가 작은도서관 사업을 대대적으로 진행할 무렵, 도서관으로도 등록했다. 길이라는 뜻의 헬라어 호도스에 사랑 애(愛)를 더한 ‘호도애도서관’이다.

장대은 목사는 2008년 중순부터 호도애도서관을 중심으로 지역주민과 교제를 시작했다. 그 결과 지역주민 특히 동네 아이들의 쉼터로 자리 잡아갔다. 주목할 것은 호도애도서관이 단순히 책만 내어주는 도서관에 머물지 않았다는 점이다. 잃어버린 기독교교육의 ‘읽기’ ‘글쓰기’ ‘공동체교육’을 세워가는 창구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 호도애도서관은 책을 사랑하는 아이들의 놀이터다. 비전스쿨을 마치고 피자를 먹으며 교제하고 있는 아이들

기독교교육의 기틀을 다시금 세우는 핵심 교육은 ‘아침학교’ ‘비전스쿨’ ‘빌더스쿨’이다. 아침학교는 아이들 등교 전 7시 45분에서 8시 45분까지 진행된다. 한국십진분류법에 따라 매주 주제를 선정하여 독서를 한다. 그리고 1주일에 한 번씩 에세이를 쓴다. 십진분류독서법에 따라 지속적으로 책을 읽다보면 장대은 목사가 선정한 192개 독서 주제를 모두 만나게 된다.

장대은 목사는 “아이들은 호도애도서관에서 십진분류독서법이라는 창문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아울러 십진분류독서법은 균형을 잡아가는 독서법으로, 아이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새로운 주제에 관심을 이끌게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오후에 열리는 비전스쿨은 1시간동안 학교 수업 복습 예습을 하고 2시간에 걸쳐 교제와 게임도 즐긴다. 이후 1시간 반 동안 책을 주제별로 읽고 요약하는 프로그램이다. 아침학교가 읽기와 글쓰기에 초점을 뒀다면, 비전스쿨은 요약과 공동체성 향상에 중점을 두고 있다. 또한 매주 금요일에는 글쓰기 중심의 과정 빌더스쿨을 진행한다. 여기에 성인 대상의 독서지도사 과정도 마련돼 있다.

그 결과, 2013년에 인근 돌마초등학교 전교생 620명 중 570명이 회원으로 등록하는 등 1700여 명의 회원을 두게 됐다. 또한 매년 1000만원의 예산으로 책을 구입한 결과, 서고의 책은 6000권에서 1만4000권으로 늘어났다.

딸 지은이가 빌더스쿨에 다니고 있다는 정은주 씨는 “기독교세계관으로 아이를 교육하고 싶어 호도애도서관을 찾았다. 그 바람처럼 이곳에서는 책을 통해 기독교세계관을 마주하게 하고, 기독교세계관을 바탕으로 대화를 하고 생각을 공유하게끔 이끌어간다”고 밝혔다.

이렇듯 호도애도서관은 단순한 교회 도서관이 아니다. 일정한 공간에 책을 모아놓아 문고 역할에 머무는 보통의 교회 도서관과 달리, 호도애도서관은 기독교교육을 통해 실력 있는 기독교인을 양성하는 모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셈이다.

장대은 목사는 “도서관은 하나님의 천지창조를 담아놓은 그릇이다. 호도애도서관은 아이들이 세상으로 나아가기 전, 성경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가치관을 심어주는 도서관이 되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

2016년 안식년 때 장대은 목사는 목회 여정을 돌아보던 중 교회의 지난 9년간의 사역을 이름으로 드러내고자, 분당한양교회에서 도서관교회로 명칭을 변경한다. 여기서 도서관은 일반적인 의미의 도서관(圖書館)이 아니라, ‘도서관(道序觀)’이다. 즉 진리를 차례를 지켜가며 바라보는 신앙공동체라는 말이다. 그러면서 도서관교회는 교회를 돕는 교회로, 기독교인의 부족함을 채우는 대안교회 성격을 갖고 있다.

장대은 목사는 아이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10년 뒤 너희 중에 회사 대표도 있고 정치인도 있고 공무원도 있겠지만, 나는 10년 뒤 20년 뒤에도 너희 자녀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을 거야. 목회자와 교사는 했던 일을 반복하는 사람이야. 훗날 이곳에 너희 손자가 앉아있을 수도….” 그는 천생 목회자이자 기독교교육자이자 저술가다.

참신한 목회현장을 발견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목회자이자 기독교교육자이자 저술가이자, 그리고 달변가이기도 한 장대은 목사의 목회 여정을 다 담으려면 이 지면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다음 만남이 더 기다려지는 도서관교회와 장대은 목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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