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4주기 특집]

목포신항부터 광화문광장·안산까지 참사 기억하며 진실규명 촉구 발걸음 이어져 … “끝까지 연대할 것”

 세월호는 노란색 지지대들을 의지해서 누워있었다. 녹슬고 여기저기 구멍 난 선체가 “4년이 지났다”고 말했다. 그래도 선미에 ‘세월’이란 이름은 선명했다. 세월호를 잊지 말라고, 그 날의 참사를 기억하라고 말하는 듯 했다.

그 외침에 대답하듯, 참사가 일어난 지 4년이 지난 오늘도 많은 시민과 성도들은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고 기도하고 있다. “잊어버리는 순간 모든 것이 사라진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것이 선한 역사를 이루는 것”이라며,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추모공원 건립 지지운동을 펼치고 있다. 한국교회와 성도들도 참사 4주기를 맞아 추모기도회와 기억예배를 드리며 “함께 기도하고 행동하겠다”고 약속했다. 

세월호를 기억하고 찾는 사람들

▲ 참사 4주기를 맞은 세월호가 목포신항에 누워있다. 항구를 둘러싼 철망은 노란 리본으로 가득했다. 리본마다 미수습자들이 가족에게 돌아오기를 바라는 문구와 “잊지 않겠다”는 약속들이 적혀 있다.

세월호 참사 4주기를 앞둔 4월 12일 목포신항을 찾았다. 짙은 구름 낀 날씨에 찬바람이 거셌다. 노란 리본들이 휘날리는 철망 너머로 세월호가 누워있었다.

가족과 함께 목포신항을 찾은 정상환 씨는 “그래도 처음 올 때보다 깨끗해졌다. 지금 배를 똑바로 세우는 작업을 하는 중이다”고 설명했다. 정 씨는 작년 4월 세월호를 인양하고 목포신항에 거치한 직후에 왔었다며, “긁히고 녹슨 배를 보며 미수습자 9명이 가족에게 돌아가기를 바랐던 기억이 난다. 아직 5명이 돌아오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세월호를 바라보는 자리에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는 커다란 안내판을 붙였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의 수련회 사진과 미수습자 5명의 사진이다. 단원고 양승진 선생님과 남현철 박영인 학생 그리고 권재근 혁규 부자 5명은 끝내 유해를 찾지 못한 채 작년 11월 발인했다.

태안에서 단체버스를 타고 온 김이남 할머니는 희생한 학생들의 단체사진을 보며 “아이고 저렇게 이쁜(예쁜) 애들이 모두 죽어서 어쩌냐…”고 했다. 지팡이에 의지해 사진을 보던 김 할머니에게 목숨을 잃은 학생이 250명이고 아직 2명의 시신은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테레비만 보고 처음 세월(호)을 보러 왔네. 저 부모는 마음이 얼마나 무너졌겠냐. 눈물 난다”고 말했다.
평일 굿은 날씨 속에서도 목포신항 세월호를 기억하고 찾는 사람들은 계속 이어졌다.

유가족과 함께 기도한 성도들

“지난 4년 간 저희들 곁에서 함께 숨 쉬고 행동하고 기도하며, 함께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애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힘든 고비를 하나씩 넘기며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12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단원고 2학년 7반 오영석 학생의 어머니 권미화 씨는 또 눈물을 흘렸다. 권미화 씨는 세월호 유가족들과 함께해온 교계 16개 단체가 주최한 ‘세월호 참사 4주기 추모기도회’에 참석해 성도들에게 감사인사를 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아이들의 억울한 죽음을 함께 풀어주시고,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계속해서 기도해주시고 마음을 나눠주세요.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들을 처벌하고 안전한 사회까지, 끝까지 함께해주세요”라고 부탁했다.

추모기도회에 참석한 성도들은 눈물의 호소에 손을 모았다. 성도들은 유가족의 아픔에 동참하고 진상규명으로 생명의 가치를 회복하는 일이야말로 한국교회의 사명이라고 확신했다.

▲ 세월호 참사 4주기를 앞두고 교계 16개 단체들이 광화문 광장에서 추모기도회를 열었다. 기도회에 참석한 성도들이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촉구한 서명 현수막을 유가족에게 전달하고 있다

 신학교 친구들과 함께 기도회를 찾은 윤진호 씨는 “내가 사는 사회의 고통, 내 이웃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하고 위로하지 못하는 그래서 행동하지 못하는 교회는 더 이상 교회라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이 이루어지고 안전하고 정의로운 사회가 만들어질 때까지 함께 기도하고 행동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의 모든 일이 끝날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연대할 것을 다짐했다. 
초등학생 아들과 추모기도회에 참석한 권민수 씨는 “작년 여름 아들과 함께 목포신항을 찾았을 때도, 지금도 여전히 세월호 참사의 진상이 규명되지 않았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기에 안전하고 정의로운 사회가 되기까지는 먼 길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권 씨는 “다시는 세월호 참사와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 진상을 규명하고 체계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일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기도하고 함께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월호 참사 이전과 다른 세상을”

세월호 참사 4주기를 맞은 지금까지 “진상규명”의 외침은 낮아지지 않고 있다. 그만큼 지난 4년 동안 세월호의 진실이 감추어졌다는 반증이다. 지난 정권은 심지어 세월호 침몰의 원인실험 조사결과까지 은폐했다. 이제 세월호 참사의 모든 것이 2기 특별조사위원회에서 드러날 것이다. 

416연대 안순호 공동대표는 “세월호가 침몰한 원인과 구조하지 않은 이유 규명, 진실을 은폐하고 조작한 책임자 처벌, 4.16 생명안전공원 조성 등 아직도 해결해 나가야 할 일들이 많다”며, “모든 거짓과 의혹을 밝혀 대한민국을 안전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만들 때까지 함께 기도하고 행동해 달라”고 호소했다.

새로운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구성과 함께 올해 4주기에 중요한 변화가 있다. 안산 화랑유원지에 마련했던 정부합동분향소를 4월 16일 영결식을 끝으로 철거했다. 합동분향소 철거를 앞두고 안산 지역은 세월호 참사 관련 현수막과 간판도 치우고 있다. 화랑유원지에 세월호를 추모하는 생명안전공원을 조성할 계획이지만, 일부 정치인과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잊혀지는 것, 기억에서 사라지는 것이 두렵다”고 말했다.

합동분향소 철거에 앞서 세월호 유가족과 주일예배를 드려 온 안산 지역 교회들과 교계단체들이 ‘세월호 참사 4주기 기억예배 ReBorn’을 15일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드렸다. 참석한 500여 명의 성도들은 ‘기억예배’라는 이름처럼 “세월호와 유가족의 아픔을 잊지 않겠다, 세월호 참사와 다른 세상을 만들자”고 약속했다.

예배에서 설교한 박인환 목사(화정교회)는 “기억하는 것이 선한 역사의 시작입니다. 기억은 머리 속의 관념이 아니라 움직이게 하는 힘입니다. 기억은 우리를 새로운 세계로 이끄는 힘이며, 다시 시작할 수 있게 하는 힘입니다. 주님의 은총을 믿으며 이제 세월호 가족들과 같이 기억하고 다시 시작합시다”고 전했다. 

▲ 안산 화랑유원지의 세월호 정부합동분향소가 4월 16일 4주기 영결식을 끝으로 철거됐다. 합동분향소 철거를 앞둔 15일, 세월호 유족들과 예배를 드려 온 안산 지역 교회들과 교계 단체들이 마지막 4주기 기억예배를 드렸다. 기억예배에서 유가족과 시민으로 구성한 416합창단이 특송을 하고 있다

 성도들은 합동분향소에서 마지막 예배를 드리며 세월호 참사 4주기를 맞아 유가족을 위로하고 하루빨리 진상이 규명되기를 기도했다. 또한 “416생명안전공원이 제대로 빨리 조성되어, 기억의 성지인 생명안전공원에서 평안히 다시 모이게 해주십시오”라고 간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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