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채기로 남아있는 4월이 또 찾아왔다. 21세기 한국의 시계(視界)를 멈추게 만든 세월호 사건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기독교인 1500여 명은 4월 15일 안산 합동분향소가 설치된 화랑유원지 노천극장에서 세월호 참사 4주기 기억예배를 드렸다. 이에 앞서 4월 12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는 200여 명이 모여 세월호 참사 추모기도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세월호와 관련하여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많은 의문점들이 남아 있지만 희생자들을 잊지 않고 유가족들과 끝까지 함께 할 것을 약속했다. 또한 정부는 모든 거짓과 의혹을 사실대로 밝혀 대한민국이 안전한 나라가 되도록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그동안 기독교계는 일부 교회와 목회자를 제외하고 세월호를 애써 외면하려고 했던 것이 사실이다. 유가족들과 지금도 아픔을 함께 나누는 그리스도인들도 있지만 사건이 발생하고 정부가 세월호의 ‘흔적’을 지우려는 인상이 강하자 기독교계도 세월호 유가족들과 함께 하는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안산 합동분향소와 광화문 광장에도 한국 교회의 행동은 아쉬웠다. 유가족의 아픔을 제대도 돌보지 못했던 것이다.

지금도 단원고 학생들이 희생된 안산 지역에서는 세월호 납골당 설치를 두고 이해관계가 첨예하다. 안산에 세월호 납골당 결사 반대를 외치는 일부 정치인들과 시민들이 합세하여 유가족들을 또 아프게 하고 있다. 그동안 진상규명을 반대하고 유가족들을 폭도로 호도했던 언론들이 있었지만 우리는 침묵으로 동조했다. 이제는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 일부 시민들이 유가족들에게 “이제, 나라의 경제도 생각하며 시위 그만하라”고 다그칠 때 우리도 암묵적으로 동의했던 것은 아닌가?

천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생명이다. 세월호는 고귀한 생명을 안이하게 생각하며 대처한 대한민국의 총체적 부실을 드러낸 일대 사건임에 틀림이 없다. 이 땅에 살아있는 자들에게 부끄러움을 가르쳐준 회개의 시간이 되어야 한다. 이런 연유로 우리는 세월호 앞에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는 ‘죄인’임을 스스로 고백해야 한다.

세월호를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매년 찾아오는 4월이지만 그들의 죽음을 통해 한국 교회가 그리고 대한민국이 바로 설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며 행동해야 한다. 힘이 센 권력 앞에 숨어있거나 모르는 척 하는 것도 그리스도인이 취해야 할 태도는 아니다. 잘못된 관행을 그대로 방치하며 동조하는 것 만큼 큰 죄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이제라도 세월호를 기억하며 유가족의 아픔과 함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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