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복음주의신약학회 ‘요한계시록’ 정기논문발표회

손하영 박사 “사도요한, 출애굽 모티브 사용 통해 성도의 궁극적 구원과 승리 확신시켜”
김혜란 박사 “계 12장, 창 3:15에 기초 … ‘여자의 후손’, 하나님의 백성으로 이해해야”

한국복음주의신약학회(회장:김추성 교수)는 3월 31일 백석대학교에서 제62차 정기논문발표회를 개최했다.

이번 발표회에는 신진학자들이 요한계시록을 주제로 논문을 소개했다. 학자들은 이단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성경 전체의 맥락과 별개로 요한계시록을 해석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입장을 취했다. 학자들은 일부 본문을 예로 들어서 계시록이 구약성경과 깊은 연관성을 갖고 있음을 밝혀냈다. 또 계시록은 쓰여진 당시 수신자들의 필요를 인식하고 희망을 제시하고자 했다면서 계시록에 대한 신비주의적 해석을 경계했다.

▲ 한국복음주의신약학회가 요한계시록을 주제로 한 두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손하영 박사와 김혜란 박사는 계시록은 핍박 가운데 있었던 당시 신앙인들에게 희망을 주었으며 이때 저자 사도요한은 구약성경의 모티프를 효과적으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모세의 노래 어린양의 노래(계15:3~4)의 구약배경연구-출애굽기 15장의 노래를 중심으로’를 발표한 손하영 박사(횃불트리니티신대원대)는 계시록 15:3~4에 나오는 ‘모세의 노래 어린양의 노래’를 예로 들면서 이 부분이 구약의 출애굽 모티프와 출애굽기 15장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계시록 15장의 해당 부분은 “불이 섞인 유리 바다 같은 것”을 배경으로 “짐승과 그의 우상과 그의 이름의 수를 이기고 벗어난 자들이 유리 바닷가에 서서 하나님의 거문고를 가지고 하나님의 종 모세의 노래 어린 양의 노래”를 부른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 본문에 대해서 일부 학자들은 “요한계시록의 저자가 여러 구약본문들을 짜깁기 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손 박사는 이런 견해에 반대했다. 그는 계시록의 모세의 노래가 출 15:1~18 뿐만 아니라 신 32:1~43, 시 90편 등 구약본문들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 박사에 따르면 특히 계 15장과 출 15장은 여러 면에서 연관성을 보이고 있다. 먼저 두 노래 속의 인물은 하나님과 반대편에 선 어떤 압제자로부터 고통을 받고 거의 패배가 확실한 듯 보이는 상황까지 몰리고 나서 극적으로 구원받았다. 공간적으로도 출 15장은 홍해를 “큰 물이 바다 가운데 엉기니이다”(8절)라고 묘사를 했는데 물이 엉긴 모습은 “유리 바다”(계 15:2)와 “수정과 같은 유리바다”(계 4:6)의 좋은 밑그림을 제공한다. “바다”라는 표현이 출 14~15장에 나오는 홍해에 대한 표현과 연결점을 가진다. 구성에서도 두 본문은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의 갈등이 해소된 시점에서 그들의 이야기의 결론을 하나님에 대한 찬양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두 본문의 유사성은 이외에도 상당히 많다. 노래의 타이틀에서 “하나님의 종”이란 묘사와 함께 노래가 언급되고 있으며 내용의 순서도 “하나님의 종”으로 표현한 다음에 “모세의 노래 어린양의 노래”가 이어진다. 내용도 하나님의 크고 놀라운 일을 목격한 모든 사람들이 하나님을 두려워한다는 것으로 비슷하다. 전후문맥에서 구조적 병행을 보여주고 있다.<>

손 박사는 “모세의 노래 어린양의 노래 배경(인물, 장소, 플롯), 노래의 타이틀(하나님의 종 모세의 노래), 노래의 내용(주제적 병행), 노래의 전후문맥(구조적 병행)을 살펴보았을 때, 출 15:1~8은 계 15:3b~4에 가장 영향을 주는 배경본문임을 알 수 있다”고 제시했다.

그렇다면 요한은 왜 출애굽 모티프를 계시록 본문에서 사용하였을까? 손 박사는 “악인들에 대한 종말적 심판, 하나님의 놀라운 구원의 능력, 그리고 하나님의 백성들이 하나님을 찬양하는 장면을 그리는 요한의 묵시적 글에 출애굽 모티프보다 더 좋은 도구를 찾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도요한은 계 15장의 신비로운 장면에 홍해 사건을 오버랩 시킴으로써 그의 독자들로 하여금 하나님의 그 잊을 수 없는 놀라운 구원의 역사를 회상케 했다는 것이다.

손 박사는 “이 메시지는 현대를 사는 우리들에게도 현실 너머 약속된 영원한 생명을 이 땅의 한정된 것들로 바꾸지 말고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지키며 인내하라, 승리하라는 말씀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한편 ‘요한계시록 12장에 나타난 ’여자-뱀 후손 간의 대결 구도 모티프‘ 연구’를 발제한 김혜란 박사(웨스트민스터신대원대학교)도 계시록에 대한 신화적 해석을 경계하면서 계시록과 구약의 연관성과 당시 독자들에게 주는 분명한 메시지가 있었음을 밝혔다. 김 박사는 “그동안 요한계시록 12장을 신화적 차원에서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었다”면서 “이런 태도는 교회와 사탄간의 종말적 전쟁의 본질을 제시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비판했다.

김 박사는 계 12장에서 여자-뱀의 후손간 대결구도 모티프의 기초에 창 3:15절이 있음을 증명하면서 “이 본문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사탄이 패배하고 심판 가운데 있게 된 것을 보여주면서 핍박과 순교의 상황에 있는 교회 공동체에게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를 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에 앞서 김 박사는 창 3:15에 있는 ‘여자의 후손’을 메시아로만 해석하려는 한계를 극복하고 ‘하나님의 백성’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구약과 초기 유대교 문헌이 이스라엘과 이방 민족 간의 전쟁에서 두 후손 간 싸움이 당대에 재현되고 성취되었다고 해석했으며 종말에 와서 여자의 후손인 메시아가 악의 세력을 심판하는 대결 구도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김 박사는 “사탄과 영적 전쟁을 벌이는 오늘의 교회 공동체 역시 승리한 여자의 후손”이라면서 “창 3:15를 더 깊이 연구한다면 한국교회 안에서 하나님의 구속사를 이해하는 중요한 신학적 밑거름을 제공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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