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왕 목사의 아름다운 자연사진 이야기] (19)작은 폭포들이 어우러진 작지 않은 폭포-플리트비체 폭포

유난히 폭포를 좋아하는 필자는 <페타 픽셀(PetaPixel)> 편집장이었던 블로거 DL Cade가 사진작가 ‘500px’ 회원들로부터 소개받아 죽기 전에 방문해야 할 25개의 폭포를 편집한 사진들을 본 적이 있다.

그 중에 첫 번째로 꼽힌 것이 베네수엘라 카나이마 국립공원(Canaima National Park)에 있는 엔젤폭포(Angel Falls)라고 한다. 물론 필자도 사진으로만 보았지 직접 가보지 못한 폭포들 중에 하나다. 엔젤 폭포가 왜 첫 번째인지는 먼저 그 높이가 말해준다. 무려 979m 높이에서 폭포수가 낙하하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폭포이다. 사진으로만 보아도 어떻게 그렇게 높은 곳에서 폭포수가 떨어질 수 있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그와 대조적으로 넓이로만 따진다면 최고의 폭포는 이과수폭포(Iguazu Falls)이다. 그 길이가 무려 2.7km나 되는데 나이아가라 폭포의 두 배 길이다. 오늘의 사진 중 아래 왼쪽이 바로 이과수폭포이다. 전체 25개의 폭포 중에서 일곱 번째로 꼽힌다. 2004년에 필자가 더 나이 먹거나 병들기 전 마지막으로 가보자고 결심해 다녀온 남미 파타고니아(Patagonia) 트레킹 중에 들러서 찍은 사진이다.

이과수폭포는 19개의 메인 폭포가 길게 연결된 다중폭포로 대부분이 브라질 쪽에, 나머지 일부는 아르헨티나 쪽에 있기 때문에 국경을 넘나들며 보아야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악마의 목구멍’(Garganta do Diabo)이라고 일컫는 폭포이다. U자 모양의 큰 구멍으로 높이 75m에서 폭포수가 쏟아져 내리기에 생긴 이름이다. 폭포에서 뿜어 나오는 엄청난 물보라와 천둥과도 같은 굉음은 보는 이들의 정신을 쏙 빼놓을 정도이다. 사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과수폭포는 전체를 한 장에 담을 수 없고, 한 단면만 보여줄 수 있을 뿐이다.

유명한 폭포 중에는 이과수폭포처럼 거대한 폭포만이 아니라, 그 중 일부만을 떼어놓은 정도의 크기에 불과한 단일폭포 중에서도 큰 인상을 주는 것들이 많다. 그 중 하나로 에티오피아에 있는 청나일폭포((Blue Nile Falls)를 꼽을 수 있다.

청(靑)나일강의 원류인 타나호수는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Addis Ababa)에서 북서쪽으로 578km나 멀리 떨어진 고산지역에 위치해 있다. 필자는 청나일폭포를 보기 위해 타나호수가 한눈에 들어오는 호텔에서 하룻밤 잠을 자고 다음날 출발했다. 청나일폭포로 가는 길은 시속 20km로 달리는 것조차 쉽지 않은 꼬불꼬불한 비포장 1차선 도로였다. 길이 험해 차가 너무 심하게 털털거리는 바람에 차창으로 지나는 풍경을 도저히 사진에 담을 수 없을 정도였다.
꽤 오래 달린 끝에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으나 폭포까지 가는 도로는 개발이 되지 않은 상태였다. 때문에 뜨거운 햇살 아래서 좁은 밭길을 따라 30여분을 더 걸어서야 마침내 폭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당시는 건기였기 때문에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아 폭포수의 수량이 적었다. 당연히 폭포의 위세가 우람하지 못해, 필자는 아쉬운 마음에 문득 ‘내가 이것을 보려고 그렇게 많은 돈과 시간을 쏟았나?’하는 후회까지 할 정도였다.

그러나 어디를 가나 삭막하고 황량한 대지뿐인 에티오피아의 사람들과 짐승들에게 청나일강이나 폭포수는 생명수나 다름없는 소중한 자산임을 곧바로 상기할 수 있었다.

비교적 규모가 작은 청나일폭포일망정 다른 나라의 폭포들과 비교하면서 잠시나마 하찮게 여긴 것이 얼마나 물량주의적 사고에 사로잡힌 잘못된 생각인가를 새삼 깨달았다. 결국 후회 대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아래 오른쪽 사진이 바로 청나일폭포이다.

마지막으로 오늘의 주제가 되는 사진은 크로아티아의 플리트비체호수 국립공원(Plitvice Lakes National Park)에 있는 플리트비체폭포이다. 이과수폭포나 청나일폭포 등에 비해 비록 규모는 작지만, 어느 폭포보다 가장 아름다운 폭포임을 화면에서 한 눈에 알 수 있다.

플리트비체의 작은 폭포들을 각각 분리하면 사실 보잘 것이 없다. 그러나 작은 폭포들이 함께 어우러져서 하모니를 이룰 때 그것은 결코 작거나 초라하지 않았다. 오히려 고귀함을 풍겨내는 자태가 아름다운 폭포였다. 최근에는 이과수나 청나일폭포보다 이곳을 더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오늘의 교회도 폭포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과수폭포와 같은 대형교회도 나름대로 존재이유가 있지만, 비록 규모는 크지 않더라도 이웃의 작은 교회들끼리 교파와 교단과 크기를 초월하여 함께 어우러진다면 플리트비체폭포처럼 하나님과 사람들 앞에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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