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선교사 추방과 파송교회의 역할 ③파송교회 사례 : 전주영광교회

“선교사님들은 어떻게든 하루 빨리 사역지로 돌아가고 싶다고 안달하시는데, 제가 보기에는 두 분의 육체적·심리적 상태가 당장 복귀하기 힘들어보였습니다. 일단은 무조건 쉬시라고, 회복이 우선이라고 권해드렸지요.”

전주영광교회 서정배 목사는 한국으로 돌아온 김종국·강경임 선교사를 처음 만났던 순간을 이렇게 기억한다. 10년 넘게 일구어왔던 선교지에서 느닷없이 추방당한 두 사람은 충격에 휩싸인 채 어찌할 바를 몰라 하고 있었다.

▲ 전주영광교회가 김종국·강경임 선교사를 우크라이나로 재파송하며 축복하는 모습. 왼쪽은 서정배 목사.

이들 부부는 비자 갱신을 위해 태국으로 잠시 나왔다가 사역지인 인도로 재입국을 하려던 중이었다. 하지만 캘커타공항에서 뜻밖의 제동이 걸렸다. 따로 불려간 장소에서 긴 시간의 취조 끝에 두 사람의 선교사 신분이 드러났고, 수감이냐 추방이냐의 갈림길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추방을 선택해야 했다.

어떤 예고나 징후도 없었고, 아무런 대책을 세울 수도 없었다. 두고 온 사역지와 동역자들은 어떻게 할 것이며, 후원교회들에게는 대체 무엇이라고 설명할 것인가. 이들 부부들이 빠진 것과 같은 위기상황을 전문가들은 ‘트럭에 부딪친 것과 마찬가지 상태’라고 비유한다.

이럴 경우 해당 선교사와 파송교회 사이에는 대부분 묘한 기류가 흐르기 마련이다. 선교사에게 마땅히 물을 책임이나 잘못이 없는 경우라 하더라도, 오랜 시간 공들여온 선교지를 잃는 것은 교회 입장에서도 마찬가지기에 답답하고 허탈한 마음을 누르기 힘든 것이다. 그런데 전주영광교회의 자세는 조금 달랐다.

우선 선교사들을 진정시키고, 정확한 상황 파악에 나섰다. 인도 사회의 힌두주의가 강화되면서 기독교에 대한 통제가 극심해지고 있다는 정황을 파악했고, 김 선교사 부부가 당분간 사역지로 돌아갈 수 없다는 현실인식도 확실히 했다.

당회에서 먼저 사태를 논의한 후에 교회에 정식으로 실정을 알리고, 성도들의 기도를 요청했다. 총회세계선교회(GMS)와도 긴밀한 연락을 주고받는 가운데, 담당 책임자인 김정한 위기관리팀장을 교회로 불러 당회원 및 선교위원들과 대책을 숙의하기도 했다.

어느덧 추방사건이 발생한지 6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김 선교사 부부는 충분한 휴식과 회복의 시간을 가졌다. 전주영광교회의 배려로 전주에 거처를 마련하고, 매월 첫 주일 오후에 열리는 선교헌신예배 설교자로 꾸준히 강단에 오르며 사역자로서 역량을 추슬렀다. GMS를 통해서도 케어와 훈련프로그램을 지원받으며 다시 현장으로 나갈 만반의 준비를 했다.

교회에서는 두 가지 준비로 바쁘게 움직였다. 하나는 김종국 선교사가 맡아 섬겨 온 인도 콜카타 등지의 교회들에 대한 대책이었다. 일단 김 선교사와 동역해 온 현지인 사역자로 하여금 계속해서 활동을 이어가도록 하고, 일정기간 재정후원을 계속할 것을 당사자와 확약했다. 덕분에 인도의 선교현장은 안정을 되찾았다.

▲ 추방당하기 전 인도에서 왕성하게 사역하던 당시의 김종국 선교사(오른쪽).

다른 한 편으로는 김 선교사의 향후 진로에 대한 대책이었다. 비록 어쩔 수 없이 선교사가 사역지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전주영광교회는 파송교회로서 역할과 책임을 감당하고자 최선을 다했다. 선교사 본인은 물론이고 GMS 등 여러 요로를 통해 돌파구를 찾았다.

그 결과 최종적으로 내린 결론이 우크라이나로의 재파송이었다. 두 국가 사이에 대체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지 주변에서는 의아해했지만, 실상 많은 수의 인도 젊은이들이 유학하는 국가이자 적잖은 인구가 디아스포라를 형성하는 나라가 바로 우크라이나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인도인들을 상대해 온 풍부한 사역경험에다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우크라이나의 특성 등은 마치 김 선교사를 위해 준비된 최적의 조건과도 같았다. 국가 정책상 선교사가 비자문제로 어려움을 겪을 일도 없었다. 가능성을 발견한 선교사와 파송교회 모두 열심히 문을 두드렸고, 마침내 지난달 GMS로부터 우크라이나지부 선교사로 허입 결정이 내려졌다.

3월 4일은 김종국 선교사와 전주영광교회 모두에게 뜻깊은 날이었다. 바로 우크라이나 선교사로 새 출발하는 파송식이 열린 날이다. 교우들과 GMS 관계자 등 파송식 참석자들 모두가 기쁨으로 김 선교사 부부를 축복하며 응원을 보냈다.

3월 11일 현지로 출국한 김종국 선교사는 당장은 정탐훈련을 통해 사역방향을 결정할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 의대와 공대 등에 유학을 간 인도인 학생들을 타겟으로 정해 복음을 전하고 훈련시키며, 나중에 이들을 선교사로 다시 인도에 파송하는 전략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내용들은 얼마 전 GMS 주최 인도선교세미나를 통해 상세히 소개된 바 있다. 당시 세미나에 참가한 여러 선교사역자들과 파송교회들에 김종국 선교사와 전주영광교회의 사례는 동역자들 간의 신뢰구축이라는 측면과 선교현장의 효과적인 위기관리라는 측면에서 깊은 영감을 주었다.

서정배 목사는 일련의 상황들을 회고하면서 “위기 상황 앞에서 당황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선교사님과 깊은 대화 및 각종 점검 등을 통해 난관을 타개하려 애를 썼다”면서 “이를 통해 선교사님의 강점을 면밀히 파악하고, 사역 새 출발의 기반으로 삼는 등 소득이 적지 않았다”고 털어놓는다.

전주영광교회는 이번 사태로 얻은 교훈들을 활용해 선교사와 더욱 긴밀히 대화하며 협력하는 선교공동체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으리라고 자신한다. ‘초대교회의 회복’이라는 설립취지를 되새기며 선교위원회(위원장:오세훈 장로)를 주축으로 제2, 제3의 파송선교사를 배출하는 역동적인 모습도 꿈꾸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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