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교회 내 성폭력과 미투 운동 ③ 피해자 회복과 치유

피해자 제보부터 법률 조력까지 ‘안전장치’ 마련 시급
최근 신속하고 체계적 지원 위한 전문센터 개소 잇따라
‘피해 고발하고 도움 요청이 더 안전’ 인식 확산 돼야

▲ 교회개혁실천연대는 목회자 성윤리와 관련해 꾸준히 포럼 등을 개최하며 한국교회가 목회자 성윤리 확보를 위해 연대할 것을 촉구해왔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 없이 피해자의 회복과 치유는 있을 수 없다.”

교회 내 성폭력을 경험한 많은 여성들이 침묵을 선택한다. 그러다 고통을 참지 못하고 겨우겨우 용기를 내 기독교에서 운영하는 사설 상담소를 찾지만, 대부분 상담소에서 받는 상담은 그들의 고통을 치유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매일을 고통 속에 살아가는 피해자들과 달리, 가해자인 목회자 대부분은 멀쩡히 교회에서 목회를 하고 있거나 여전히 범죄를 저지르고도 처벌받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 설립을 준비 중인 교회개혁실천연대 김애희 사무국장은 교회 내 성폭력 피해자들이 가장 원하고 또한 가장 필요한 것이 ‘위기개입’을 할 수 있는 전문기관이라고 강조했다. 위기개입이란, 위기에 처한 사람에게 예상치 않았던 외상사건으로 발생한 정서적, 행동적, 인지적 위기상태를 인식하게 하고 돕는 것이다.

위기개입이 시작되기 위해서는 먼저 피해자의 ‘말하기’가 전제되어야 한다. 즉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 사실을 정확하게 진술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정확한 피해 발생 시간을 알려야 하고, 피해 사실을 입증할 증거자료들을 수집한다. 이후 형사 처벌을 위해 변호사를 선임해서 법률 조력을 받는 것이다.

성폭력을 당했을 때 그 사실을 제보할 경우 피해자의 입장에 서서 도와줄 전문기관이나 가해자를 처벌할 공권력을 가진 기관이 있다면, 피해자들은 자신이 당한 폭력을 직시하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김 사무국장은 “범죄에 대한 피해자 제보는 익명성과 독립성 보장이 되지 않으면 불가능한데, 그런 안전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교회나 노회, 교단에 제보한다는 것은 피해자 신상이나 피해 경험이 어떤 방식으로 공유될지 장담할 수 없기에 제보 자체가 어렵다”고 밝혔다.

그렇기 때문에 교단 내 목회자 성범죄에 대한 처벌 규정이나 매뉴얼을 만들고 전담기구를 만드는 것과 더불어, 교회의 구조와 문화를 잘 이해하면서도 교회와 교단에 대한 신뢰를 잃은 피해자들에게 전문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기관이 필요한 것이다.

▲ 지난해 교회개혁실천연대는 삼일교회와 교회 내 성폭력 근절을 위한 ‘기독교반성폭력센터’ 설립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는 지난해 12월 26일 삼일교회(송태근 목사)와 교회 내 성폭력 근절을 목적으로 ‘기독교반성폭력센터’ 설립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는 성폭력 피해자 제보를 받는 것부터 시작해 피해자 심리상담과 의료 지원, 변호사 선임을 비롯한 법률 지원, 피해자 자조모임 운영, 전문 변호사 및 상담사 그룹 조직은 물론, 교회 내 민주적이고 성평등한 문화 조성과 교회 내 성범죄에 대한 교회와 교단법 개선 운동, 대사회적 성평등의식 확산 운동 등을 진행한다. 이를 위해 삼일교회는 5년간 센터 설립과 운영에 필요한 기금을 지원하고 있다.

김 사무총장은 “최근 미투 운동이 확산되면서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서 형사적 처벌을 묻기 어려운 사건들에 대한 피해자들의 상담 및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며 “법적 처벌이 어렵더라도 가해자가 과거에 했던 행위에 대해 사회적으로 책임 혹은 대가를 치르는 사회적 처벌이라도 진행되어야 하며, 그러한 사례들이 많아져 ‘내가 입은 피해를 고발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인식이 확산되어야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어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 3월 22일 교회개혁실천연대는 수년간 신학교 제자들과 전 세계 곳곳의 강연회를 찾은 청중들에게 성희롱과 성폭력을 행사해왔던 요더 목사와 그의 성폭력을 집단적으로 은폐했던 메노나이트 교단에 대한 보고서인 <야수의 송곳니를 뽑다> 출간 간담회를 개최했다.

센터 개소를 앞두고 3월 2일에는 ‘교회 내 성폭력 생존자 말하기 대회’가 비공개로 열렸다. 이 모임을 이끈 백소영 교수(이화여대)는 22일 열린 한 대담회에서 당시 경험에 대해 “교회 내 많은 여성들은 성폭력을 경험한 순간, 자신이 사랑하고 믿고 의지했던 목회자는 물론 교회공동체로부터 말할 권리를 잃게 된다. 자신의 목소리를 잃고 사는 기간은 생명을 살아낸 삶이 아니다. 피해자들을 그냥 둔다는 것만으로도 교회는 큰 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피해 여성들이 안전한 공간에서 마음 놓고 서로의 경험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하이패밀리도 최근 성폭력 피해여성을 위한 ‘위드유치유상담센터’를 개소했다. 위드유치유상담센터는 성폭력 피해 여성의 몸-마음-영혼을 전인적으로 치유하고 회복시키는 사역을 펼칠 예정이다. 김향숙 원장은 피해 여성들의 몸과 마음에 각인된 성폭력의 흔적들을 신체심리학 차원에서, 샘병원 박상은 박사와 최은영(가정의학) 신영철(정신의학) 의사는 전문적인 진료와 처방으로 도움을 준다.

송길원 목사와 황규명 박사는 성경적 상담과 영성 치유 사역을 진행하고, 홍선기 변호사와 경수근 변호사는 피해자를 위한 법적인 문제를 지원한다. 김향숙 원장은 교회 내 성폭력 피해 여성들이 용기를 내서 문을 두드려 달라고 말했다. “침묵하고 숨긴다고 상처가 치유되지 않는다. 상처는 더욱 깊어지고 몸과 마음과 영혼은 병들어 간다. 그 상처 때문에 삶을 무너뜨리면 안 된다. 여러분은 치유되고 회복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