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론 오픈포럼’서 창조과학 공과 지적

진화론 방어에 큰 기여 … 현대과학연구 비판에 귀 열고 신앙운동서 도약 필요

‘지구의 연대’와 ‘노아홍수 범위와 결과’에 대한 시각차로 대변되는 창조과학 논쟁은 복음주의 진영을 가르는 그리 많지 않은 이슈 가운데 하나다. 한쪽은 지구 연대는 6000년에 불과하며, 단 한번 일어났던 노아홍수로 전지구적 격변이 생겨 이미 그때 오늘날과 같은 지형이 형성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현대 과학기술이 밝혀낸 46억년 지구설을 받아들여야 하며, 노아홍수는 지구상에서 일어난 여러 격변 가운데 하나라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양측의 입장이 오랫동안 팽팽하게 평행선을 그리는 가운데 국내 창조과학 운동의 역사를 살펴보고 지구 연대가 신앙의 유무를 가릴 정도의 사안은 아니므로 상대를 정죄하지 말자는 제안이 발표됐다.

▲ 창조론 연구의 전문기관으로 자리잡은 창조론오픈포럼이 논문발표회를 갖고, 창조론 연구의 발전을 위해서 현대 과학연구 결과를 경시하지 말 것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참여의 기회를 줄 것을 제안했다. 사진은 신성교회 정민 목사가 <그랜드캐년, 정말 노아홍수 때 생겼는가> 북 콘서트 사회를 보고 있다.

창조론오픈포럼(공동대표:양승훈 등)은 3월 31일 노량진 신성교회에서 ‘창조론 오픈포럼’ 논문발표회를 가졌다. 양승훈 박사(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 원장)와 조덕영 박사(창조신학연구소 소장)는 ‘한국에서의 창조론 운동’을 통해 한국교회 창조과학 운동의 역사를 되돌아봤다. 두 사람은 한국의 창조과학운동은 시작부터 미국 창조과학연구소(소장:헨리 모리스, ICR)의 지대한 영향을 받았고 지금까지 미국의 자료를 소개하고 대중강연 및 신앙운동을 하는 성격을 띠고 있다고 규정했다. <박스 참조>

한국의 창조과학운동은 1981년 KAIST 교수들이 중심이 되었고 한국대학생선교회(CCC)와 온누리교회가 후원한, 한국창조과학회(초대회장:김영길 박사)의 탄생과 역사를 같이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창조과학회는 “진화가 과학이고 창조는 신화”라는 진화론자들의 공격 앞에 지적인 대응을 하지 못했던 한국교회에 오아시스같은 존재였다. 진화도 허점이 많은 이론이며 창조도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을 깨우쳐 줬기 때문이다.

한국창조과학회는 한국교회의 열화와 같은 호응을 받았으며 대중강연, 출판, 토론 등을 통해 지경을 급속도로 넓혀갔다. 이에 힘입어 검인정 교과서 등록에도 도전했고 창조과학전시관 등을 개관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창조과학회는 2008년 발기인이자 평생회원이었던 양승훈 박사를 제명조치하면서 갈등을 외부로 드러냈다. 양 박사는 초창기에 6000년 지구론 등을 신봉했으나 창조론 연구를 거듭하면서 젊은지구론을 포기했다. 또 이후 창조과학회의 노아홍수론과도 입장을 달리했다. 창조과학회는 창세기 6장의 노아홍수라는 유일한 대격변에 의해 그랜드캐년과 같은 오늘날의 지형이 형성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양승훈 박사는 노아홍수는 오랜 지구연대(46억년) 속에 있었던 여러 가지 격변 가운데 하나이며, 노아홍수로 그랜드캐년과 같은 지형이 형성됐다고 보는 것은 잘못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2018년 현재 한국교회는 다수를 점하는 한국창조과학회와 후원교회, 그리고 거기서 파생한 여러 단체들과 이와 입장이 다른 창조론오픈포럼이나 유신진화론을 주장하는 과학자들 그룹으로 나뉘어져 있다. 한쪽에서는 다른 쪽을 “반기독교적”이라거나 “진화론과 타협하고 있다”는 식의 비판을 하고 있으며 반대쪽에서도 창조과학회 인사들에 대해 “반지성주의”라거나 “세대주의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15년 한동대 학생들이 유신진화론을 주장하는 서울대 우종학 교수 공개강연을 가지려다 취소됐고, 그해 말 예장고신 SFC 수련회에서 우종학 교수가 강의한 일로 서울지역 대표간사가 사임했다. 2016년 총신대학교도 우종학 교수 특강을 허락했다가 강연 나흘 전 취소하기도 했다.

조덕영 박사는 “복음주의 과학자, 신학자들 사이에서조차 창조과학의 젊은 지구론 비판과 창조과학운동의 문제점을 지적하지만 창조과학은 여전히 일반성도들이나 목회자들 사이에서 한국교회 주류이고 이에 대한 비판은 믿음없는 태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면서 “그러나 창조과학은 더 이상 해당 분야 학계에서 존재감이 없다는 점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조 박사는 2017년 중소벤처기업부 초대 장관 후보자 박성진 교수의 자진사퇴 및 창조론 논란을 계기로 창조과학운동이 열린 태도를 견지하고 기존의 자료를 답습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심도깊은 연구를 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제안했다.

한편 이번 포럼에서 박찬호 교수(백석대)는 ‘과학신학자 존 폴킹혼의 종말론’, 임영동 교수(백석문화대)는 ‘알리스터 맥그래스가 본 우주의 기원과 우주상수’, 오의석 교수(대구가톨릭대학교)는 ‘예술 담론에 나타난 창조주와 창조세계’, 허정윤 연구원(케리그마신학연구소)은 ‘지구와 우주의 나이는 몇 살인가?’를 주제로 논문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허정윤 연구원은 “젊은우주론은 하나의 아디아포라(adiaphora)”라면서 “젊은 우주론이나 오랜 우주론은 모두 창조의 시기에 관련하여 하나의 성경적 견해로 주장할 수 있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허 연구원은 창조론의 요건 가운데 △모든 생물을 종류대로 창조하셨다는 것과 △인간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하셨다는 것만 일치한다면 그 이외의 것들은 신앙의 형제들 사이에서 해석의 차이로 용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또 ”과학주의 시대에 과학이 이룩한 문명의 혜택을 누리면서 비과학적인 성경해석으로 과학적 이론을 공격하는 것은 현대인들에게 전혀 공감을 얻을 수 없다“면서 ”과학적 이론이 종교적 믿음과 다르다면, 신앙적인 성경해석에 근거하여 반박할 것이 아니라 과학적 방법으로 비판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교회 창조론 운동 소사(小史)

1984년 헨리 모리스(미국창조과학연구소, ICR 소장), <현대 창조론의 역사> 발간으로 창조과학운동 부활
1976년 계의돈 박사(Robert Louis Goette), 숭전대(현 한남대)에 ‘성경과 과학’   과목 개설해 국내서 처음으로 창조론 강의
1970년대 쥬영흠 박사, 총신대, 장신대 등에서 창조론 강의
1980년 ‘80세계복음화대성회 중 ’창조냐? 진화냐?‘ 주제로 분야별 세미나 개최
1981년 한국창조과학회 설립, 강연과 출판운동 활발히 펼침
1992년 한국창조과학회, 노아방주 안정성 연구 및 실험(해사기술연구소 홍석원 박사팀)
1988년 ‘창조냐, 진화냐’ 제목으로 TV 심포지엄 최초 개최(KBS 3TV)
1988년 대학 최초로 ‘창조와 진화’ 주제 학술집회 개최(단국대 천안캠퍼스)
1989년 한국창조과학회, 창조론 검정교과서 출판 시도 및 탈락
1995년 창조론와 진화론 지지자들 최초로 만나서 토론(계명대)
1989년 한국창조과학회, 500억원 규모의 창조과학교육관 건립 계획 발표
1993년 대전세계박람회(엑스포) 기간 중 창조과학전시관 운영
1994년 KAIST 창조과학연구회(RACS) 결성, 지적설계운동 연구 시작
1995년 러시아창조과학협회 쿠즈네초프 사기사건 발생
1998년 서울대 창조연구회(SCR) 시작, 지적설계운동 연구
2000년 한국창조과학회, 제1호 창조과학선교사(고 전광호 박사) 해외에 파송
2004년 지적설계연구회 창립
2007년 창조론오픈포럼 시작
2008년 한국창조과학회, 양승훈 박사를 오랜 지구론 지지 등 이유로 제명
2010년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회(교진추) 출범
2012년 교진추, 교육부에 생물교과서 내 시조새와 진화계열 그림 삭제 요구 및 거부당함
2017년 문재인 정부 중소벤처기업부 초대장관 후보 내정자 박성진 교수(포항공대), 창조과학회 활동 전력 시비로 자진사퇴
2018년 현재 성경과학선교회(김명현 박사), 창조과학선교회(이재만 선교사), 세계창조선교회(박창성) vs. 창조론오픈포럼(조덕영 박사), 과학과신  학과의 대화(우종학교수) 최승언 교수(서울대) 등 활발히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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