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패밀리, 성폭력 피해자 전인치유기관 '위드유치유상담센터' 설립

[인터뷰] 하이패밀리 송길원 목사와 김향숙 원장

▲ 하이패밀리 송길원 목사와 위드유치유상담센터 김향숙 원장이 교회 내 성폭력의 심각성을 설명하며 위드유치유상담센터를 통한 피해 여성의 전인적 치유 회복 사역을 소개하고 있다.

“더 이상 덮을 수 없고 덮여지지도 않는 시대가 왔다. 비등점을 지나 끓어오르고 있다. 지금이라도 여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지 않으면, 교회는 더 많은 것을 잃을 것이다.”

송길원 목사와 김향숙 원장은 한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미투(MeToo)운동의 파장을 예상하고 있었다. 하이패밀리를 시작한 직후부터 한국 사회와 교회의 성문제를 간파했다. 본격적으로 여성치유세미나를 진행한 11년 전부터 성폭력 문제가 위험수위에 이르렀음을 지적했다. 이제 미투운동으로 한국 최고의 공연예술가와 노벨상 후보로 오르내리던 작가와 차기 대권주자까지 무너지고 있다. 

송길원 목사와 김향숙 원장은 한국 사회의 권위적 문화 속에서 숨죽이고 있던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터진 것이다. 봇물처럼 일어날 것이다. 교회도 예외는 아니다”라며 각성과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 김향숙 원장(왼쪽)이 3월 8일 위드유치유상담센터 개소식 후 참석자들과 함께 상담실을 소개하고 있다. 상담실은 경기도 양평에 소재한 하이패밀리 본관에 마련했다.

하이패밀리(대표:송길원 목사)는 최근 성폭력 피해여성을 위한 ‘위드유치유상담센터’를 개소했다. ‘성범죄 피해여성의 아픔을 끌어안고 그들과 함께 하겠다’(위드유·WithYou)는 의미를 담았다. 20년 넘게 교회 내 성폭력 피해 여성들을 상담해 온 김향숙 원장이 중책을 맡았다. 위드유치유상담센터 개소 후 경기도 양평 W-스토리에서 김향숙 원장을 만났다. 김 원장은 “교회의 성폭력 피해 여성은 몸과 마음뿐만 아니라 영혼까지 상처받는다. 하나님이 어디 계시냐며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여성들을 위한 센터가 되겠다”고 말했다.

김향숙 원장은 20년 동안 상담했던 성폭력 피해자들의 몇몇 사례를 들려주었다. 사람으로서 그럴 수 있을까하는 충격적인 일들이 교회에서 일어나고, 목회자들이 그 일을 저지르고 있었다. 김 원장은 지금까지 성폭행을 당했다며 상담을 요청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극심한 우울증에 빠진 여성과 사모들을 상담하다보면, 비로소 우울증의 원인으로 성폭력 문제가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목회자는 영적 권위를 이용해서 성폭력을 가한다. 여기에 너는 나의 라헬이다, 나의 돕는 배필이다라며 상황을 왜곡시킨다. 여성이 폭행을 당한다는 인식조차 못하도록, 저항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성경과 영적 권위를 성폭력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교회 내 성폭력의 피해는 더 무섭고 심각하다. 몸과 마음을 넘어 영혼까지 깊은 상처를 주기 때문이다. 성폭행 피해자는 목회자에 대한 원망을 넘어 하나님에게 분노를 표출하고, 이 상태가 깊어지면 결국 하나님과 영적으로 단절된다. “저 목사가 믿는 하나님을 나는 믿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송길원 목사는 김향숙 원장과 상담사역을 하면서 한국교회에 성문제의 심각성을 알려왔다. 각 교단에 전담 기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가해자들이 피해 여성을 꽃뱀으로, 이단으로 몰아가는 문제를 지적하며, 공적 차원에서 성폭력 문제를 조사하고 가해자를 치리해야 한다고 외쳤다. 한국교회는 송 목사의 경고를 무시했다. 피해자의 아픔을 모른척하며, 긁어 부스럼 만들지 않겠다고 미적댔다. 미투운동의 거대한 물결이 교회를 뒤덮기 직전에 와서야, 몇몇 교단에서 성폭력 전담 기구 설치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몸과 마음과 영혼까지 상처받은 교회의 여성들을 치유하는 전문 기관도 없었다. 교회의 성폭력 피해 여성들은 일반 상담소를 찾아다니며, 치유받지 못한 영혼을 붙들고 아파했다. 위드유치유상담센터는 성폭력 피해 여성들의 전인적 치유를 위한 첫 기관으로 기억될 것이다. 

위드유치유상담센터는 성폭력 피해 여성의 몸-마음-영혼을 전인적으로 치유하고 회복시키는 사역을 펼칠 예정이다. 김향숙 원장은 피해 여성들의 몸과 마음에 각인된 성폭력의 흔적들을 신체심리학 차원에서 치유한다. 샘병원 박상은 박사와 최은영(가정의학) 신영철(정신의학) 의사는 전문적인 진료와 처방으로 도움을 준다. 송길원 목사와 황규명 박사는 성경적 상담과 영성 치유 사역을 진행한다. 홍선기 변호사와 경수근 변호사는 피해자를 위한 법적인 문제를 지원할 것이다. 

김향숙 원장은 교회 내 성폭력 피해 여성들이 용기를 내서 위드유치유상담센터의 문을 두드려 달라고 말했다. “여러분이 잘못해서 피해를 당한 것이 아니다. 침묵한다고 숨긴다고 상처가 치유되지 않는다. 상처는 더욱 깊어지고 몸과 마음과 영혼은 병들어 간다. 그 상처 때문에 삶을 무너뜨리면 안된다. 여러분은 치유되고 회복할 수 있다.”

송길원 목사는 교회 내 성폭력 예방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각 교단들이 전담 기구를 구성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그리고 예방 교육을 강조했다. “당장 모든 신학교에서 목회자후보생들에게 성폭력의 심각성을 주지시키는 성교육을 진행해야 한다. 교회의 성폭력은 가해자와 피해자뿐만 아니라, 그 가족과 교회공동체 전체를 파괴시킨다. 목회자와 신학생들이 그 어떤 문제보다 성폭력이 야기하는 심각한 피해를 인식하고 주의하도록 교육해야 한다.” 문의 : 031)772-3223

하이패밀리 위드치유상담센터는 <성폭력으로 상처를 받은 이들을 위한 돌봄과 치유의 십계명>과 목회자와 교회 지도자들이 <성문제를 막기 위한 십계명>을 정리했다. 하이패밀리의 허락을 받아 그 십계명을 싣는다.

 

성폭력으로 상처받은 이들(미투)을 위한

돌봄과 치유의 십계명

 

1. 성 경험자와 ‘성폭력 피해자’는 구분되어야 한다.

그들을 향한 편견이 두 번 죽이게 된다. ‘평생 죄인’으로 또 다시 가두어선 안 된다. 그들은 피해자일 뿐이다.

2. 용기와 결단에 무한 박수를 보내주어야 한다.

내부 고발자와 공익제보자는 다르다. 그들은 여성의 ‘인권’과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 자기희생의 대가를 지불한 이들이다.

3. 1차 가해보다 더 아픈 것은 ‘2차 가해’다.

질병의 치명적인 상처는 2차 감염에서 비롯된다. ‘시간이 지나면...’ ‘네 몸은 네가 간수해야’ 따위의 어설픈 위로나 충고를 버려라. 진심으로 아파하라.

4. 3인칭이 아닌 ‘1인칭’으로 다가서라.

우리는 모든 사건을 3인칭으로 본다. ‘(하나의) 사건’정도다. 지나치고 만다. 2인칭은 ‘(내가 아는 지인들아 당한) 사고’일 뿐이다. 1인칭은 ‘(나의 깊은) 상처’다. 나의 일로 여겨 도와야 한다.

5. 최고의 치료약은 ‘공감’이다.

‘왜 그 때는 아무소리 없다가 이제 와서...’ ‘긁어 부스럼’ 이런 말이 무섭다. ‘그동안 홀로 감추고 사느라 얼마나 힘들었냐’ ‘나도 너였다’고 그냥 보듬고 울어주어라. 

6. 상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절대시간’이 필요하다.

아직까지도 거기 매달려 사느냐는 따위로 상처주지 마라. 치유의 시간이 판박이처럼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다. 피해자가 충분하다 할 때까지 독촉하지 말아야 한다.

7. 재난심리를 이해하고 ‘구호자’로 다가서라.

국가적 재난만이 재난이 아니다. 그들은 인생일대의 사투를 벌여야 한다. 분노, 우울, 침묵, 조절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매우 크다. 모르면 차라리 기도한다고 일러주고 두 손을 모아라.

8. 가해자 자신이라면 직접 무릎을 꿇고 ‘사죄’하라.

하나님께 용서받았다고 피하지 마라. 사죄는 피해자 본인에게 구하는 게 맞다. 비겁한 행위는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킨다. 용서될 때까지 ‘진심’을 다해 보상하고 돌이키라.

9. ‘전문치료사’를 찾아 도움을 청하도록 돌봐주어라.

사건이 드러났다고, 가해자가 어떤 형벌을 받았다고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문치료기관과 치료사를 찾아 반드시 ‘치료의 과정’을 거쳐야 아픔에서 벗어날 수 있다.

10. 가해자가 안전하지 않는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다음세대에 이런 일이 대물림 되지 않도록 우리는 좀 더 투명한 세상, 공의롭고 정의로운 사회 시스템을 갖추는데 여성계와 종교계가 나서야 한다. 이게 그들의 희생에 대한 작은 보답이다.

성문제를 막기 위한 십계명

 

1. 성적농담은 어떤 경우에도 하지 않는다.

큰 화재도 작은 불씨에서 시작된다. 강단이든 사적인 자리이든 성적 농담은 아예 지워라.

2. 터치의 범위를 공개하라.

상대가 여성인 경우, 가벼운 악수 외에 어깨 위에 손을 올리거나 가벼운 포옹조차도 주의해야 한다.

3. 아내 아닌 여성과 단 둘이 만나거나 식사는 금한다.

‘나 홀로’ 심방처럼 위험한 일도 없다. 식사 초대를 받아도 언제나 아내와 동행하거나 2:1의 구성비가 답이다.

4. 이성과의 1:1의 상담에는 절대적 주의가 필요하다.

신앙 상담의 경우라도 오픈 윈도우가 있는 방을 이용하라. 교회 내 ‘밀폐된 공간’은 모두 폐쇄해야 한다.

5. 외모에 대한 모든 칭찬을 금하라.

‘더 날씬해졌네’ ‘옷이 참 예쁘다’ ‘요즘 점점 예뻐진다’ 따위의 외모에 대한 언급을 삼가라. 쓸데없는 상상과 오해를 낳게 된다.

6. 여성과 남성으로가 아닌 인격체로 바라보아야 한다.

성 역할이 아니다. 아직도 여성을 ‘소비재’로 보는 남성중심의 시각이 항상 화를 불러일으킨다.

7. 부부애가 최고의 예방법이다.

정기적으로 부부의 ‘(성적, 정서적) 친밀감’을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가동해라. 그리고 그런 부부사랑이 교인들에게 잘 드러나 틈을 보이지 않도록 하라.

8. 교회 내 신문고를 설치하라.

‘쉬쉬’하거나 ‘그 분이 그럴 리가’ ‘너만 조용하면’ 등 침묵의 강요나 동조자가 있어 문제를 확산시킨다. 드러나지 않을 죄는 없다. 교회 내 윤리위원회나 컨시스토리(치리회)를 구성하라.

9. 치료보다 예방이 답이다. 전문상담센터와 연계해라.

교회 내 담임목사가 직접 나서 이런 ‘예방교육’을 하는데 적지 않은 부담이 있다. 전문기관의 전문가를 초대해 필요한 성교육과 예방지침을 지속적으로 공유해야 한다.

10. 만약 불식간에 실수했다면 즉시 사과하라.

피하고 합리화하다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키고 공동체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는다. 즉시 사과하고 회개하고 하나님께 나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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