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민심을 거스린 통치자를 그냥 둔 적이 없다. 임금이 주인이라던 전제치하에서도 명분을 잃은 제왕은 반정이라는 혁명에 의해 쫓겨났다. 재위 12년 만에 쫓겨난 연산군과 재위 15년만에 쫓겨난 광해군을 역사는 폭군이라고 말한다. 조선 장구한 역사의 요인이 ‘성리학적 명분사회’라는 것이었다.

패도 즉 힘에 의한 폭력적 지배가 아니라 왕도 즉 명분과 의리를 밝혀 백성을 설득하고 포용하는 정치로, 법치보다는 덕치를 우선했던 것이 조선이라는 나라였다. 법으로 다스리는 패도정치가 강제적인 법의 집행에 의한 것이라면 덕치의 왕도정치는 인간 자율성에 의지하는 정치였던 것이다. 이러한 모습을 상실한 제왕 연산과 광해는 결국 민심을 거슬렀기에 반정이라는 물리적 힘에 의해 부끄러운 폭군이라는 이름으로 남게 된 것이다.

95회 총회 이후 우리 교단은 소위 사학법을 방패로 제왕적 통치를 하며 무소불위로 대한예수교장로회 헌법을 무시하고 소위 총회결의를 가처분으로 희석시킨 채 2만3000의 동문 목사와 재학생들을 실망시킨 김영우 총장과 이를 비호한 재단이사들 앞에서 가슴앓이로 일관해야 했다. 지금 이 나라는 적폐청산이 이루어지고 있다. 국민 누구라도 낡은 질서와 관행에 좌절하지 않도록 평등하고 공정한 기회를 갖도록 바꿔 나가겠다는 것이 작년 11월 1일 문 대통령의 국회연설 메시지였다. 적폐 청산이 무엇인가? 이는 국가개조와 혁신 아닌가?

총신정관에서 “본 교단지도” 부분과 “본 교단 헌법에 입각하여”라는 부분을 삭제한 것으로 사유화 작업을 마무리한 재단이사들과 총장이 아예 상식을 뛰어넘는 몰지각으로 일관했던 것이 지금의 학내 사태를 야기했다. 3월 17일 토요일 밤 쇠파이프로 무장한 용역들과 함께 총신에 난입한 재단이사들은 쇠지렛대와 해머를 들고 전산실을 내리치는 만행으로 인터넷 검색 1위에 올랐다. 총신사태가 교육부 실태조사로 가닥을 잡아가는 것은 사필귀정이라고 보아야 한다.

무슨 일이든 결국 옳은대로 돌아간다는 것이 사필귀정 아닌가. 올바르지 못한 것이 기승을 부리는 것 같지만 결국 오래가지 못하고 올바른 것이 이기게 되어 있음을 가리키는 것이 사필귀정이다. 총신 정상화를 바라는 모든 이들은 ‘진리는 살아서 그 나라 영원하리라’는 루터의 찬송을 가슴에 담은 채 하나님의 하시는 일을 지켜보는 것이다. 우리 모두 총신의 주인은 학생이고 동창이며 동문임을 잊지 말고 총신 정상화가 되는 날까지 한 마음으로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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