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동강은 속살 드러낸 산자락과 매서운 칼바람에 합강(合江)이 되어, 동네 어르신들의 얼음 치기 낚시터가 되어 버렸다. 끝날 것 같지 않던 혹한에도 새 생명이 피어났음을 얼마 전 냉이를 캐 된장국을 끓이던 그 날 알았다. 매서운 혹한의 대지를 이겨낸 생명에 매번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농촌의 봄은 분주하다. 고추모종을 시작으로 녹진해진 밭두덩 위로 느릿느릿 촌로들의 겨우내 방치된 밭을 정비하는 밭 설거지가 한창이다. 부활절을 기다리는 여기 산골은 죽음 같던 적막을 여는 대지의 생명들을 보며 주님의 부활을 직접 만나는 듯 경이롭고 가슴 설렌다.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라고 주께서 말씀하셨다. 십자가의 죽으심이 없이는 부활도 없다. 부활이 영원한 생명으로 가는 유일한 길임을 체험하는 농부들의 봄은 창조와 그 질서의 살아있는 교과서다.

4월의 은혜, 그 감격과 기쁨을 설렘으로 기다린다. 새 생명을 주시기 위한 주님의 죽으심과 다시 사심을 통해 씨를 뿌리고 가꾸며 알곡을 거두어들이는 농부의 심정으로 올해도 땀 흘려 헌신할 것이다.

 

2018년 부활절을 고대하며 동강에서

이충석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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