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교회 내 성폭력과 미투 운동 ①무엇이 문제인가

교계도 ‘미투 운동’ 확산
교회 내 성범죄 방지 제도마련 목소리 커져

여성 성폭력에 저항하는 미투(#MeToo) 운동이 문화예술계와 학계 및 정치계를 넘어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종교계도 예외는 아니다. 성직자라면 ‘거룩함’과 ‘성결함’ 등 도덕적 흠결이 없어야 한다는 사회적 기대 때문에 성직자의 윤리적 타락은 그간 일반인보다 더 큰 사회적 지탄을 받아왔다.

종교인들이 미투 운동을 더욱 두려워하는 구체적인 이유도 있다. 지난 2016년 12월 기윤실은 경찰청에서 ‘전문직 종사자의 성폭력 범죄 검거 현황’을 발표했다. 의사 변호사 교수 종교인 언론인 예술인 등 전문직 종사자들 중에서 종교인의 범죄가 450명으로 가장 높았다. 종교인이 전문직 종사자들보다 성범죄율이 높다는 점에서 미투 운동의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

특히 언론에 목회자의 성문제가 보도될 때마다 목회와 전도, 선교 사역에 직격탄을 맞아온 한국교회 내에 미투 운동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미투 운동으로 인해 성추행 및 성폭력 의혹이 제기된 목회자들이 사임하거나 공개 사과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기독교여성상담소 채수지 소장은 교회 내 성폭력이 ‘성직 중심의 위계 구조’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발생하는 권력형 범죄라고 분석했다. 특히 “교회공동체가 가해자인 목회자를 두둔하면서 피해자를 보호하기는커녕 ‘꽃뱀’이나 ‘이단’으로 몰아서 교회를 떠나도록 종용하면서 2차, 3차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 주요 교단 중 헌법에 성범죄를 처벌 대상으로 명확히 규정한 곳은 없다. 면직과 출교 등 처벌 규정은 말할 것도 없다. 이렇듯 교회와 교단의 묵인과 은폐 속에 성범죄 경력을 가진 목회자가 신분 세탁하듯 교회나 교단, 심지어 선교지를 옮겨 다니며  성범죄를 저지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 세계여성의 날인 3월 8일 서울 명동 거리에서 한국YWCA 연합회원들이 미투 운동 지지와 성폭력 근절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기획] 교회 내 성폭력과 미투 운동 ①무엇이 문제인가

폐쇄적 권력관계, 성문제 악화시킨다

절대적 위계질서 속 2차 피해 속출 … ‘폭력’ 개념으로 공론화하는 과정 중요

여성 성폭력에 저항하는 미투(#MeToo) 운동이 종교계에도 불어 닥치고 있다. 그동안 언론에서 목회자의 성문제가 보도될 때마다 목회와 선교 사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아온 만큼, 한국교회 전체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런데 실제로 목회자의 성폭력은 만연해 있는 것일까?
한국교회의 성문제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와 통계는 없다. 다만 교회개혁실천연대 산하 교회문제상담소는 매년 상담통계를 발표하고 있다. 상담 내용 중 재정·인사전횡 문제가 압도적으로 높지만, 목회자 성문제와 목회세습도 해마다 주요 교회문제에 올라온다. 최근 5년 동안 교회 상담 통계를 보면, 목회자 성폭행 관련 상담은 2013년 전체 61건 중 7건(12%)을 시작으로 해마다 전체 상담의 10% 내외로 나타나고 있다. 2014년은 11건, 2015년 17건, 2016년 24건, 2017년 16건 등 대체로 증가 추세이다.

한국여신학자협의회 부설 기독교여성상담소 채수지 소장은 “교회 내 성폭력 상담이 지속적으로 있어왔지만, 최근 미투 운동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상담소에도 30~40년 전의 교회 내 성폭력을 상담해오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교회 내 성폭력은 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일까?
교회문제상담소는 “담임목사의 교회운영 및 재정권한이 크고 세습을 진행할 수 있을 만큼 목회자에게 권력이 집중된 교회에서 목회자 성문제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즉, 교회 내 성폭력은 ‘권력형 범죄’라는 것이다.

기독교여성상담소 채수지 소장은 “교회 내 성폭력은 교회 공동체에서 하나님의 영적 권위를 가지고 절대적 사랑과 존경을 받는 목회자와 교회 내 지위가 보잘 것 없는 평신도 여신도라는 외적인 불평등과 더불어, 여신도가 목회자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그 돌봄에 의존하고 있는 내적 불평등 상태에서 주로 발생한다”며 “여전히 ‘목회자의 여자 문제’로만 취급되고 있는 교회 내 성폭력 문제를 목회자가 권력을 이용해 벌이는 ‘폭력’으로 개념화 하고 공론화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렇듯 목회자가 절대적인 권위를 가진 위계질서 하에서 대부분 교회 내 성폭력 피해자들은 1차로 가해자에게 폭력을 당하는 데 이어, 사건을 은폐하거나 피해자에게 책임을 지우는 교회와 교단에 2차 피해까지 입고 교회를 떠나도록 종용받고 있다. 더욱이 교회와 교단의 묵인과 은폐 속에 성범죄 경력이 있는 목회자가 신분 세탁하듯 교회나 교단, 심지어 선교지로 옮겨 다니며 반복해서 성범죄를 저지르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한국교회 전체가 성폭력 문제에 취약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YWCA 성평등위원회 김은경 위원장은 “한국교회의 모든 권력을 남성이 독점하고 있는 구조에서, 폭력의 대상인 여성은 자신들의 피해와 고통을 말할 수 있는 자리는 물론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가지고 있지 않다”며 “교회 내에서 여성이 말할 수 있는 권리조차 갖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교회 내 성폭력은 정치계보다도 심각한 수준이다”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그 어떤 곳보다 개혁적이어야 할 교회가 한국사회의 가부장적 차별 구조라는 구태의연한 관습 하에 약자에 대한 폭력을 자행하고 또한 묵인하고 있다는 점에 대한 총체적인 반성이 필요하다”며 “여성을 비롯한 약자에 대한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한국교회가 앞으로 지속가능할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덧붙여 최근 문제가 된 성범죄 검사 사건이나 학교 제자에 성폭력을 저지른 교사의 사례처럼, 교회 내에서 성범죄를 ‘일탈적 행위’나 ‘여자 문제’ 등으로 가볍게 여기는 윤리적 해이가 목회자뿐 아니라 교회 내 직분자와 평신도 지도자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이렇듯 목회자의 성폭력이 지속적으로 사회의 우려와 지탄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대다수 교단이 목회자의 성범죄를 막을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지 않아, 이 또한 세간의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예장합동도 제101회 총회에서 전병욱 목사 성범죄 재판 상소가 결국 기각되고, 수년째 헌의되고 있는 목회자 윤리 강령 제정 헌의안 또한 “성경보다 더 귀한 윤리 강령은 없다”며 기각한 바 있다.

목회자들의 성문제로 교단은 물론 한국교회의 신뢰도가 계속 추락하고 여성을 비롯한 청년들이 교회를 등지고 떠나가고 있는 오늘날, 한국교회는 생존을 위해서라도 목회자 윤리 기준을 바로 세우기 위한 실효성 있는 제도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박민균 이미영 기자

“한국교회가 성폭력 피해자들 편에 서서 그 고통에 공감하고 응답해주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한국여신학자협의회 부설 기독교여성상담소 채수지 소장(사진)은 2004년부터 한국여신학자협의회 활동가로 활동해오면서 상담소가 교회 내 성폭력 근절 운동을 펼치는 것을 지켜본 증인이다.

상담소가 생기게 된 것은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요청 때문이었다. 1990년 당시 한국교회 내에 성폭력 상담을 담당하는 기관이 없었던 까닭에 교회 내 성폭력 관련 상담이 한국성폭력상담소로 접수되곤 했던 것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관련 상담을 진행하다가 교회 내 성폭력이 일반 성폭력과 다른 양상과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한국여신학자협의회로 연락을 취해 교계 여성단체가 이 문제를 다뤄줄 것을 의뢰했다.

이를 계기로 1998년 한국여신학자협의회와 기독교여성상담소가 교회 내 성폭력 추방 공청회를 열어, 기존에 그저 목회자의 여자 문제로만 다뤄지던 교회 내 성폭력 개념을 처음 만들고 이를 공론화 하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 채수지 소장은 교회 내 성폭력 문제가 일반 성폭력과는 전혀 원인과 양상이 다른 문제라고 거듭 밝혔다.

“일반 성폭력과 다르게 교회 내 성폭력은 교회 공동체에서 하나님의 영적 권위를 가지고 절대적 사랑과 존경을 받는 목회자와 교회 내 지위가 보잘 것 없는 평신도 여신도라는 외적인 불평등과 더불어, 여신도가 목회자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그 돌봄에 의존하고 있는 내적 불평등 상태에서 주로 발생합니다. 이 때 피해자는 자신이 성폭력의 피해자임에도 자신이 교회 공동체를 망쳤다는 비난에 죄책감과 두려움에 시달리고, 위로와 치유를 받아야 할 교회 공동체에서마저 버림받으면서 하나님께도 자신을 버렸다는 절망감에 빠지게 됩니다.”

그런 까닭에 기독교여성상담소는 여전히 ‘목회자의 여자 문제’로만 취급되고 있는 교회 내 성폭력 문제를 목회자가 성직 중심의 위계 구조 하에서 영적 권위를 이용해 벌이는 ‘성폭력’으로 개념화 하고 공론화 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대부분 교회 내 성폭력 피해자들은 1차로 가해자에게 폭력을 당하는 데 이어, 이 사건을 은폐하거나 피해자에게 책임을 지우는 교회와 교단에 2차 피해까지 입게 됩니다. 교회와 교단의 묵인과 은폐 속에 목회자가 신분 세탁하듯 교회나 교단, 심지어 선교지로 옮겨 다니며 반복해서 성범죄를 저지르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한국교회 전체가 성폭력 문제에 취약해지고 말았습니다.”

이러한 윤리적 해이가 목회자뿐 아니라 교회 내 직분자와 평신도 지도자에게까지 확산돼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즉 목회자의 타락으로 시작해 가해자인 목회자를 보호하기 급급하고 약자인 피해자를 외면하면서 해당 교회 공동체 전체가 영적인 타락에 빠져 반기독교적 공동체로 전락해버리는 것을 물론, 교회 구성원들이 속한 생활터전까지 안전이 위협을 받고 있다.

채 소장은 “교회 내 성폭력 문제는 결국 목회자를 하나님처럼 섬겼던 한국교회 전체의 영적 타락이 문제이지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라며, 한국교회가 영적으로 쇄신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먼저 한국교회 안에서 하나님이 인간을 성적 존재로 창조하신 이유가 무엇인지, 바람직한 성관계가 무엇인지부터 시작해, 어떻게 폭력적이지 않게 성적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성범죄에는 어떻게 대응하고 해결해야 하는지 자유롭게 토론하는 장이 마련되어 성담론 자체가 활성화 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은 아파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데 있습니다. 우는 자와 함께 울고 억압받는 자들을 해방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을 기억합시다.”

기독교여성상담소는 홈페이지(http://www.8275.org)와 전화(02-2266-8275)로 상담을 받고 있다. 상담자 신상과 상담 내용은 모두 비공개로 보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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