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결 목사(서울 신일고등학교)

▲ 박한결 목사(서울 신일고등학교)

“선생님! 하나님께 기도하라고 하는데, 선생님이 간절히 기도해서 받은 건 뭐에요?” 아마 교회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일게다. 목사님께 “당신은 기도해서 뭘 얻었나?”라고 묻다니. 교목의 자리는 이러한 자리다. ‘야생’을 맛볼 수 있는 자리, 가면을 쓰지 않은 청소년들을 마주대할 수 있는 자리. 그래서 좋다.

특별한 상담기법 없이 그저 지나가는 말로 “요즘은 어떤 고민이 있니?”하며 툭 던지면 속에 있는 이야기를 쏟아낸다. “엄마가 6번 바뀌었어요.” “지난 주말 한강에 가서 난간을 붙잡고 1시간이나 고민했어요.” 쉽지 않은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그런 과정을 경험하면서 감사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어깨를 짓누르는 무게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런데 그 야생이 정겹지만은 않다. 야생은 낭만도 있지만 무서움도 공존하기 때문이다. 한국 청소년 지도자들이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것이겠지만, 예배가 쉽지 않다. 학교 내 기독 학생들의 비율이 10~15% 정도이고 나머지 85~90%의 비기독 학생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아무리 한국교회의 내로라하는 청소년 사역자를 섭외해 설교를 해도 집중해서 듣는 이들은 소수다. 야생의 분위기를 모르고 교회에서만 설교하던 분들은 어쩔 줄 몰라 당황하기도 한다.

교육계에 계시는 친지와 대화를 나눴다. “요즘 청소년들 어떠니?” 현재 학교의 어려움, 청소년들의 실태를 다 토해놓았다. 한참동안 이야기를 듣던 그 어른이 물었다. “그래서 너는 뭐를 해봤니?” 깊은 울림이 있는 질문이었다. 순간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방어막을 펴기 시작했다. “애들이 엉망이니 교사가 뭘 할 수가 없어요.” “그런 상황에서 그런 애들을 가르치고 변화시키는 게 교사야. 그러니까 교사가 힘든 거야. 교사는 돈을 벌어먹고 살기 위해 있는 게 아니야. 교육이 쉽겠니? 사람을 변화시키는 게 그냥 되겠니?” 얼굴이 달아올랐다. 아무 말도 못했다. ‘그래, 쉬운 일을 하려고 교목이 된 것 아니잖아. 정말 스승이 되려고, 다음 세대를 키워내려고, 사람을 변화시키려고 교목이 된 것이잖아!’

힘들게 했던, 눈물을 흘리게 했던 학생들이 신기하게도 졸업해서는 신앙으로 회귀한 모습을 자주 본다. 수능을 앞둔 학생이 찾아와서 수줍게 편지를 넘겨주고 사라진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교회를 제대로 다니거나 기도를 해 본 적이 없는 제가 최근에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교회도 다니지 않고, 그 흔한 성경 한 구절, 찬송가 한 줄 모르면서 기도했지만 마음만큼은 진심이었고 간절했습니다. 솔직히 조금은 불안하기도 했습니다. 제 인생 예정에 없던 종교를, 하필 수능 직전에 빠져서 엉망이 되지 않을까? 그 시간에 공부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그런데 오늘 예배 시간에 나의 인생을 하나님께서 책임져 주실 것이라는 말씀을 듣고 확신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착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단순한 마음에서 이제는 하나님의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바뀌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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