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 <팀 켈러, 고통에 답하다> 신정론에 대한 가장 복음주의적 답변

2000년대 초반 한국교회의 저명한 지도자가 <고통에는 하나님의 뜻이 있다>라는 제목의 설교집을 발간해서 큰 영향을 끼쳤다. 설교집은 고통은 하나님의 징벌이라고 여겼던 한국교회에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 주었다.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미국 복음주의교회 지도자 팀 켈러 목사의 신간 <팀 켈러, 고통에 답하다> 역시 고통에는 하나님의 뜻이 있다고 말한다. 팀 켈러 목사는 우리 삶의 최고의 가치를 ‘나’에게서 ‘하나님’께로 재조정할 때 고통을 하나님의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신앙 안에서 고통을 통과할 때 고통은 오히려 축복이 될 수 있으며 고통당하는 사람을 새롭게 하고 하나님께 소망을 둔 존재로 성장시킨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왜 하나님은 고통을 인간에게 허락하시는가’라는 신정론적 질문 자체가 옳은지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말로 책을 시작한다. 저자는 이런 질문은 계몽주의시대 이전에는 감히 나오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인간 스스로의 이성과 자각의 힘으로 더 나은 세계를 만들 수 있다고 믿게 된 이후 인간은 비로소 물음을 던졌다는 것이다. 세상의 변화와 운행의 주체를 ‘인간’으로 두고 하나님은 멀리 계신 존재로 밀어낸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저자는 현 세대가 제시하는 고통해결방법에도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현 세대는 고통을 받는 이들에게 “힘든 일을 잠시 미뤄두고 여행이나 쉼을 가지라”, “새로운 인간관계를 통해서 애정을 느껴보라”, “돈과 소유의 문제를 포기하라”, “사회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제안한다. 저자는 그 어떤 해결책일지라도 현상을 잠시 피하게 해 줄 수 있을지 몰라도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점을 건드린다.

저자는 인간의 참 행복은 무엇인가를 재고해야 한다고 생각을 던진다. 풍부한 예문과 근거 자료, 그의 통찰력이 더해지면서 독자들은 인간의 참 행복은 하나님을 신뢰하고 그분과 동행하는데 있다는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인생의 가치관을 내가 아니라 하나님께로 돌릴때 저자의 말대로 고통의 문제는 나의 실존을 위협하는 전부가 아니게 된다. 오히려 아주 사소한 일부터 불행한 일까지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사건들은 하나님이 세우신 계획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다.

신앙적 가치관을 전환하며 시선을 하나님께로 돌린다고 해서 고통이 찾아올 때 아픔을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한편 자신의 경험이나 지식을 토대로 고통을 당하고 있는 다른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조언을 하는 것도 현명하지 못하다. 저자는 하나님에 대한 신뢰와 동행을 마음에 새기고 평소 말씀을 공부하고 기도하고 생각하며 하나님께 소망을 두는 삶의 훈련을 할 것을 조언한다. 성경의 인물들을 예로 들면서 고통에 좌절하지 않고 통과해 나간다면 인간은 자기 중심에서 벗어나 하나님께만 소망을 둔 존재로 변화될 수 있음을 설득한다. 만일 지금 고통 가운데 있다면, 그리고 내 주위에 고통을 당한 이들이 있다면 이 책에서 위로와 지혜를 얻을 것이다. (543쪽/값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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