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왕 목사의 아름다운 자연사진 이야기] (15)분화구 속에 살아있는 작은 화산-타가이타이의 하루

세계에서 가장 큰 화산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미국의 옐로스톤 국립공원(Yellowstone National Park)이다. 와이오밍, 몬태나, 아이다호 등 3개 주(州)가 함께 만나는 지점에 위치해 있으며, 미국 최초의 국립공원이기도 하다. 필자가 아직 가보지 못했으나 언제 한번 기회가 되면 방문하고 싶은 곳 중 하나이다.

이번 사진은 옐로스톤과는 대조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작은 화산이 있는 필리핀 카비테(CAVITE)주 타가이타이(Tagaytay, 타갈로그어 Lungsod ng Tagaytay)의 타알호수(Taal Lake) 전경이다. 특이한 점은 이미 식어버린 분화구 호수 안에 살아 숨 쉬는 작은 화산이 마치 달걀 노른자위처럼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타알호수는 오래 전 타알화산(Taal Volcano)이 폭발할 때 만들어진 분화구에 형성된, 길이가 무려 25km에다 폭이 10km에 이르는 거대한 화산호수이다. 이름난 관광지인 타가이타이는 해발 600m의 고지대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다른 지대보다 기온이 낮고 호수를 내려다보는 경관이 뛰어나다.

더운 나라에서 이처럼 좋은 관광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이곳에는 필리핀 갑부들의 별장과 관광객들을 위한 고급 식당 그리고 피자집 카페 호텔 등이 즐비하다. 특히 주말이나 시원한 저녁이 되면 많은 관광객들로 인해 교통체증과 주차난이 심하다.

타가이타이를 방문하는 외지 관광객들에게 타알호수의 화산체험은 필수 코스이다. 화산체험을 하려면 일단 물가로 내려가서 30분 정도 배를 타야 한다. 호수를 가로 질러 타알화산에 도착하면 다시 말을 타고 1시간 30분 정도 연기가 피어오르는 분화구에 오른다.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하면 호수를 내려다보고 작은 화산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와 유황냄새를 체험하는 것이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타가이타이를 관광한 사람들의 후기가 여러 편 올라와 있다. 필자는 분화구 체험은 아직까지 직접 한 적이 없지만, 전망이 좋은 곳을 찾아가 호수 전경을 보면서 식사를 한 적은 몇 차례 있다. 특히 타알호수를 배경으로 아침 일출의 장관과 저녁 일몰의 아름다운 풍경을 모두 볼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아예 하루 일정을 잡고 머무르면서 낮과 저녁의 경치를 모두 다 사진에 담아 보았다.

경치가 좋은 호수일수록 막상 사진을 찍어 보면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가 많은데, 그 이유는 시간대를 적절히 맞추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온이 높아지는 낮에는 수증기의 증발로 인해 뿌옇게 해무가 끼기 때문에 깨끗한 사진을 찍을 수 없다.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지역은 반경이 넓기 때문에, 사진을 찍기 위해서 정반대의 장소까지 먼 거리를 이동하는 수고를 해야 한다. 그래서 하루에 두 장면을 모두 촬영하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일출의 위치, 대기의 청명도, 구름의 유무 등에 따라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작품이 나오기도 하고, 기대 이상의 사진을 얻기도 한다.

오늘 소개하는 사진들 중 위쪽의 타알호수 전경은 해무(海霧)가 피어오르기 전 오전에 찍은 것으로, 호수와 산과 구름이 잘 어우러진 경치를 담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러나 아래 왼편의 아침 해돋이 사진은 기대와 다르게 나왔다. 계절에 따라 해가 뜨는 지점이 다르기 때문에 균형을 잡는 것도 어려웠고, 구름이 짙은데다가 호수의 해발이 높기 때문에 이미 해가 떠오른 상태에서 일출의 장관을 보기 힘들었다.

해넘이라도 사진에 잘 담기 위해 장소를 옮겨 저녁식사를 하면서 기회를 엿보았으나, 그 또한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인지 흡족한 풍경을 담기 어려웠다. 해를 직접 찍을 수 없었고, 오히려 해지는 반대편 동쪽에 반사된 노을빛이 은은하고 섬과도 잘 조화를 이루고 있어서 이를 사진에 담아 보았다. 아래 오른편 사진이 그것이다.

필자가 그 동안 본 지면에 올린 원고 대부분은 오래 전 촬영해 저장해 둔 사진들 중에서 골라 기억을 더듬은 글을 덧붙인 것이다. 연재 기간 필리핀 선교지에 머물면서 따끈따끈한 사진을 독자들에게 선사해드리려 각별한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지만 의욕에 미치지 못해 아쉬울 따름이다. 가끔씩 차를 타고 달리다 좋은 경치나 석양을 마주칠 때가 있는데, 막상 사진을 찍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 아쉬움에 발을 동동 구르기도 한다.

풍경사진을 찍을 때마다 절감하는 것은 워낙 순간적으로 빛이 변하고, 그에 따라 사진도 달라지기 때문에 아름다운 자연사진을 찍는 일은 좋은 사진기나 기술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필자는 하나님의 솜씨를 드러내는 자연 사진을 찍을 때면 마치 설교 준비를 할 때처럼 친히 자연을 지으시고, 지금도 다스리시는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는 겸허한 마음을 갖는다. 그 마음으로 사진을 찍고, 좋은 작품을 얻게 되면 주님께 영광과 감사를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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