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근대 선교의 아버지라 불리는 윌리엄 캐리(1761∼1834)를 다룬 책이 출간됐다. 우리나라에도 캐리를 다룬 많은 책들이 있었지만, 그 책은 내용면에서 다른 책들과 달랐다. 그동안의 책들이 캐리의 업적들을 칭송하는 내용이었다면, 그 책은 그가 극복했어야 할 과제들과 아쉬움들을 담았다. 그것은 그와 그의 동료들이 ‘돈 의존 방식’, ‘문화 우월주의 방식’, ‘분리주의 방식’ 선교를 했다는 것이다. 저자의 평가는 단순히 현재의 잣대로 과거 행위를 비판한 것이 아니었다. 캐리와 동시대를 살았던 선·후배 선교사들, 현지인들, 관료들, 언론인들 역시 캐리를 향해 비슷한 내용으로 여러 번 우려를 표명했다.

안타까운 것은 캐리를 향한 비판이 18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에게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교회는 은과 금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능력으로 선교하고 있는가? 특별히 한국교회의 ‘건축’으로 상징되는 ‘물량주의’ 선교에 대해 할 말이 많다. 몇 명의 신실의 제자를 낳았는지보다는 교회당과 선교센터를 몇 개 지었는지가 먼저고, 자랑거리다. 파송교회들은 조급한 마음에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원하고, 그 입김에 선교사들은 과연 그 건물이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을 외면한다. 반대로 더 많은 후원을 받기 위해 건축에 몰두하는 선교사도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결과적으로 많은 선교지에서 중복투자, 재산권 문제가 선교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물량주의, 중복투자를 막기 위한 방법 가운데 하나는 파송교회들과 선교사들이 머리를 맞대는 것이다. 지난 주 열린 GMS 인도선교 세미나는 이러한 연합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파송교회와 선교사, 본부가 선교사역을 공유하고, 협력방안을 찾는 가운데 최소한 불필요한 건축을 피할 수 있다. 적어도 같은 선교단체 소속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폐해의 심각성을 모르거나, 알고도 극복하지 않으면 미래는 달라지지 않는다. 180년 전 인도 캘커타의 아쉬움은 우리 시대에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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