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대 목사(한광여자고등학교)

▲ 최성대 목사(한광여고)

목회를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떠밀리다시피 학교로 오게 됐다. 그리고 여자중학교에서 2년, 여자고등학교에서 14년을 지냈다. 남자만 다니는 중학교, 남자만 다니는 고등학교, 그리고 거의 남자가 주류였던 신학대학을 다녔던 나로서는 여학생에 대한 기대와 환상이 있었다. 깔끔하고 정갈하고 공주들만 사는 곳으로 알았다. 그런데 와보니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특별히 중학생의 경우는 말 그대로 천방지축인 경우가 많았다. 수업 시간 한참 나름 열강 하는 중간인데 불쑥 일어나 거침없이 말한다.

“목사님, 오줌 매려워요.” “고운 말을 써야지.” “히히, 소변요.” “휴지 있는 사람?” 그러면 어디서 두루마리 휴지가 휙 날아온다.

교회에서 오래도록 목회하던 습관이 있어서 그런지 아이들이 엎드려 있는 것이 눈에 거슬릴 때가 많다. 말을 하다가도 꼭 가서 깨우게 된다. 한 번은 깨웠는데, 성질을 부린다. 눈을 있는 대로 찡그리고 인상을 쓴다. 순간 숙면을 방해한(?) 선생님이 죄인이 된 것 같다. 그래서 수업이 끝난 후 상담을 진행했다.

“앞으로 잘하자?” “나 청소하러 가야돼요.” 속으로 ‘어머, 이거 봐라. 예의를 밥 말아 먹었나?’ 생각하며 소리를 내 본다. “잘 못했으면 잘 못했다고 해야지. 태도가 그게 뭐야?” 그래도 전혀 순종의 태도가 눈곱만큼도 없다. 나만 펄펄 뛰었지 아이는 여전히 무개념 딴청뿐이다.

어느 글에선가 본 적이 있다. 남녀 공학 교실에 쥐가 들어오면 여학생들이 의자 위에 올라가 기겁을 하는데, 여학생만 있는 교실에 쥐가 들어오면 양동이에 쥐를 넣고 먹이주고 어르고 기른다나.

때론 나의 무능과 한계를 느끼고, 아이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모를 때도 많다. 그렇지만 그래도 우리 아이들이 귀엽고 사랑스럽다. 체육대회 때의 일이다. 체육대회에서 아이들이 부르는 응원가가 익숙했다. 전부 성경수업 시간에 배우고 함께 부른 찬양들이 아닌가? 애들이 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를 찾다 보니 복음성가가 가장 익숙했나보다. 뿌듯했다. 그래, 노래는 사람을 사로잡는다. 세상의 슬픔과 이별 어쭙잖은 사랑타령 노래가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아이들이 복음성가에 사로잡히고 찬양에 사로잡히다가 언젠가 성령께서 손대시면 바뀌는 것은 순간 아닌가!

한 아이가 편지를 보냈다. “목사님, 고맙습니다. 목사님 말씀 듣고 이제 꼭 다시 예수님 믿어야 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벌써 고3인데 기도해주세요.”라고 썼다. 교목으로서 뿌듯한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앞으로 이런 아이가 많이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내 사랑 내 소중한 딸들, 학생들을 보면서 늘 하나님께 감사한다. 하나님이 힘없고 무능하고 재주도 없고 재능도 없는 인간을 불러 아이들을 믿음으로 키우는 일을 맡겨 주심에 감사할 뿐이다. 열왕기상하를 읽으며 왕들의 모친 이름을 기록한 부분이 나올 때 마다 엄마의 영향력이 아이의 신앙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끼친다는 사실을 눈여겨보게 된다. 여학생을 교육하는 것은 이 나라의 엄마들을 키우는 일이요, 다음 세대 아이를 기르는 일이다. 여학교 교실에 묻혀 아이처럼 살아가는 연약한 인간이지만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한 복음의 도구로 소중하게 쓰임 받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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