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S 인도선교 세미나 … “힌두왕국 만들려는 집권당, 선교금지 노골화”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파송교회 협력과 냉철한 선교전략 마련 중요”

“비자 여행을 나가려다 콜카타공항 출국장에서 출입국 요원에게 1시간 이상 조사를 받고 추방당했습니다. 10년 동안의 출입국 이력을 가지고 비자법 위반 여부에 대해 취조를 당했습니다.”
“안식년으로 한국에 나와 있다가 비자 신청을 했는데, 거절을 당했습니다. 이유를 묻자 ‘대답할 의무가 없다’는 답변만 들었습니다. 별도의 블랙리스트가 있었다고 합니다.”

최근 몇 년간 인도 정부의 선교사 추방 사례가 증가하는 가운데, 총회세계선교회(이사장:김찬곤 목사·GMS)가 2월 20일 GMS선교센터에서 ‘인도선교 세미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세미나에는 인도에서 추방된 GMS 선교사와 파송교회 관계자, GMS본부 관계자, 인도가 속한 GMS서남아시아지역위원회 위원 등이 참석해 추방 현황과 이유 등을 공유하고, 선교사 재배치 등 향후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GMS는 2013년 송 모 선교사가 입국이 거절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말까지 12유닛(unit)이 입국 거절이나 비자 거절 등으로 인도에서 추방됐다. 이중 대부분은 2016년과 2017년에 집중됐다. 근래 들어 인도 정부가 선교사들을 추방하는 배경에는 힌두 민족주의의 발흥이 가장 큰 이유다. 힌두 민족주의자들은 정당을 비롯해 여러 단체를 만들어 기독교 선교사나 현지인 사역자들에게 위해를 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선교사는 “2014년 12월에 정권을 잡은 인도인민당(모디 수상)은 힌두 민족주의를 표방하며 인도를 힌두왕국으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모디 정권이 들어선 후 지금까지 100명 이상의 선교사가 추방됐으며, 추방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고 말했다.

▲ GMS가 인도 정부의 선교사 추방 사태를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향후 선교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인도선교 세미나를 열었다. 심치형 선교국장의 사회로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인도 정부는 선교를 금지하는 법률도 더 강화하고, 구체화하고 있다. 인도는 1971년 선교사 입국 금지법을 만들어 선교사 입국 금지를 공식적으로 선언했으며, 이외에도 헌법과 주 법률 등에서 여러 반개종법 조항들을 만들어 사실상 힌두인이 기독교나 다른 종교로 개종하는 것을 막고 있다.

인도 정부는 수개월 전부터는 교회나 신학교, 일반학교, 선교센터 등 기독교단체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내용에는 법인체 원본서류, 재정 자료, 회계감사 자료, 법인체 회의록, 법인체 구성원 자격 심사, 건축허가증 등 각종 서류가 포함돼 있다. 인도에서는 외국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인도 중앙은행의 허가가 필요하고, 단 선교적인 목적의 재정은 유치가 안 된다.

문제는 인도에 세워진 상당수 기독교 건물이나 토지가 중앙은행의 허락을 거치지 않고 비정기적인 후원을 통해 마련됐다는 점이다. 한 선교사는 “조사는 내년 3월 31일까지 시행될 예정으로, 정부가 요구하는 서류와 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단체에 대해서는 과세, 폐쇄, 압류 및 압수와 같은 불이익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세미나에서는 추방된 선교사들에 대한 케어와 선교사 재배치 과정에 있어 파송교회의 이해와 협력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일부 선교사들의 경우 파송교회로부터 후원이 중단되는 등 또 다른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서정배 목사(전주영광교회)는 “10년 동안 사역하던 선교사가 갑자기 추방을 당하고 나니 교회로서도 당황스러웠다”며 “그러나 추방이 선교사 잘못이 아니고, 이런 위기를 통해 도리어 향후 선교방향을 교회가 공감하고 함께 기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주영광교회의 경우 파송 선교사가 지난해 10월 추방된 이후에도 선교 후원을 계속하기로 결정하고, 파송 선교사가 해온 인도 사역을 현지에서 이어갈 수 있도록 현지인 목사를 1년간 후원키로 했다. 또 GMS본부와 논의를 거쳐 올해 3월 해당 선교사를 제3국으로 다시 파송키로 했다.

세미나에서는 추방된 선교사들을 위한 제언도 있었다. GMS 선교총무 조용성 선교사는 “인도 선교를 인도땅 내에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광의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며 선교사들에게 디아스포라 선교를 제안하고, “파송교회와 본부, 선교사들이 협력할 때 인도선교 출구전략이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상설위기관리팀장 김정한 선교사는 “중국에서도 지난해 80여 명의 선교사들이 추방을 당했다”며 “이제는 한국교회가 선교 현장의 제도나 환경들을 냉철하게 바라보고 그 기반에 근거한 선교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추방된 파송 선교사를 제3국에 보낼 계획인 박경환 목사(대성교회)는 “선교사들이 기도할 때 교회도 함께 기도하고, 기도하면 위기가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선교사들에게 “추방을 당한 것에 대해 너무 고민하거나 힘들어하지 말고, 기도하면서 또 다른 기회를 바라보라”고 권면했다.

GMS는 이번 회기 들어 보다 효율적인 선교를 위해 지역위원회와 파송교회의 협력을 강조해왔다. 이날 모임은 선교사 추방이라는 긴급하고 중요한 상황을 맞아 본부와 파송교회, 지역위원회, 선교사들이 한 데 머리를 맞댔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이사장 김찬곤 목사는 “지역위원회는 전부 선교사를 같은 지역에 파송한 교회 목사들로 구성돼 있는데, 지금까지는 유명무실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최소한 지역위원회와 선교사들이 선교방향과 고민들을 공유하고, 그를 통해 한국교회 선교의 단점인 개교회주의와 고립선교, 중복투자를 피하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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