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른공부방은 이 땅의 가난하고 소외받는 이들이 찾아오는 영등포시장 뒤편에 자리를 잡았다. 놀이터조차 없는 동네에서 아이들은 푸른공부방에 모여 밥을 먹고 공부하고 악기를 배운다. 푸른교회와 푸른공부방은 예수님의 사랑과 복음으로 아이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은혜의 공간이었다.

푸른교회 개척부터 시작 ‘지역아동센터’로 성장
“온전히 아이들에게 집중하는 복음의 통로될 것”

국회대로를 따라 금빛 찬란한 63빌딩과 초고층 빌딩이 도열했다. 대로에서 불과 50미터 안쪽에 위치한 영등포시장 인근 주택가, 허름한 상가와 집들은 그래서 더욱 추래했다. 그 작은 집마다 사업에 실패한 식구들, 가정이 깨진 한부모 조부모 가족, 조선족과 다문화 가족들이 몸을 뉘었다. 

▲ 20년 동안 당산동 아이들을 품고 있는 유혜식 목사와 시설장 이정순 사모.

1999년 3월 1일 영등포구 당산동 그 골목에 푸른교회가 자리 잡았다. 교회 개척 다음날 ‘푸른공부방’ 간판을 내걸었다. 20년이 흐른 지금도 그 자리에 ‘푸른공부방지역아동센터’는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안락함과 편안함과 성공이 목표였다면 이곳에 개척하지 않았고 20년 동안 있지도 못했지요. 청소년 사역에 대한 소명감으로 시작했고, 희망이 없던 아이들이 복음으로 삶을 바꾸고 가족까지 전도하는 기적을 체험했습니다. 은혜 가득한 이곳을 떠날 이유가 없지요.” 유혜식 목사와 이정순 사모에게 이곳은 실패와 가난의 골목이 아니었다. 복음으로 사람이 변화하고 구원의 사건이 일어나는 은혜의 공간이었다.

1999년 푸른교회 개척을 결정할 당시, 유 목사 부부는 오직 소명뿐이었다. 청소년전문 사역자인 유 목사의 눈에 아이들이 들어왔고, 학원 강사 경험이 있는 이정순 사모가 공부방으로 아이들을 복음으로 인도할 통로를 만들었다. 이 사모는 딸과 아이들 3명을 모아 3월 2일 푸른공부방을 시작했다. 몇 년 후 정부에서 공부방을 지역아동센터로 전환해서 지원할 때도, 푸른공부방은 ‘아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통로’ 역할에 만족했다.

그 사이 지역에서 푸른공부방에 대한 소문이 퍼져 나갔다. 학원 보내기도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을 무료로 가르치는데, 아이들이 성적도 오르고 착하게 자란다는 칭찬이 이어졌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 손을 끌고 푸른공부방을 찾았다.

이정순 사모는 이렇게 7년 동안 혼자 아이들을 가르쳤다. 2006년 푸른공부방을 ‘푸른공부방지역아동센터’로 전환하고 정부의 지원을 받는 아동복지시설로 등록했다.

“지역아동센터로 전환하면서 가장 큰 고민은 복음을 전하는 것이었습니다. 정부의 지원을 받는 시설은 종교성을 띄면 안됩니다. 사모가 시설장을 맡고, 목사인 저는 지금도 아이들에게 복음을 전합니다.”

현재 푸른공부방지역아동센터에 초등학생 22명과 중고등학생 13명이 공부하고 있다. 지금까지 공부한 아이들은 450명이 넘는다. 기적과도 같은 간증은 차고 넘친다. 알코올 중독에 빠진 아버지와 함께 살던 아이가 건강하고 바르게 성장해서 아버지를 전도했다. 사업에 실패하고 야반도주한 가정의 초등학생 아이는 성장해 서울시 공무원으로 일하며 가족 모두를 전도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가르친 아이는 서울대에 진학했고 현재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자신의 삶을 바꿔준 푸른공부방에서 매주 2시간씩 무료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푸른교회에 출석하는 100여 명의 성도 중 80명 이상이 이렇게 푸른공부방에서 공부한 아이들과 부모들이다. 청년으로 성장한 아이들이 푸른교회에서 반주자와 찬양단 리더와 교사와 봉사자로 사역하고 있다. 물론 헌신적으로 가르쳐도 공부방을 떠나는 아이들도 있다. 시설장 이정순 사모는 이런 경우는 대부분 부모의 문제 때문이며, “자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생활여건이 아니라 부모”라고 강조했다.    

푸른공부방지역아동센터는 지역에서 가장 모범적인 시설로 인정받고 있다. 공영 방송을 비롯해 언론사 기자들이 취재 요청을 했지만, 유 목사 부부는 번번이 거절했다. 언론에 소개되면 후원이 밀려오지만,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어려운 삶을 보여줘야 하고 결국 상처를 받기 때문이다. 유혜식 목사와 이정순 시설장은 온전히 아이들에게 집중하는 것이 예수님께서 말씀을 따르는 것이라 확신했다. 푸른공부방지역아동센터는 상록수처럼 변하지 않고 영등포 당산동 골목의 아이들을 품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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