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포럼 프로그래머>

아이들은 자라면서 꿈을 꾼다. 다소 빠르거나 다소 늦게 그 꿈을 좇을 때가 온다. 그 때가 되면, 뭔가를 결정해야 한다. 누군가는 내가 사는 좁은 동네를 벗어나 더 큰 세상으로 떠나기를 원한다. 또는 아무런 꿈이 없어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무르고 싶어할 수도 있다. 누군가의 선택이든 결과는 오로지 자기 몫이다. 하나시 마을의 ‘카이’, ‘유호’, ‘쿠니코’의 때도 곧 다가온다.

인어의 마을로 알려진 일본의 작은 마을 하나시 어촌에 사는 중학생 ‘카이’는 평소처럼 집에서 음악을 만들고 있다. 작곡이라기보다는 작은 미디 음악 플레이어로 음원을 가지고 장난치듯 즐긴다. 통통 튀듯 쪼개지는 비트와 어울리는 멜로디는 기분 좋게 흥겹다. 바다로 이어진 카이네 집안 선착장에 음원이 울려 퍼지면 박자에 맞춰 물고기인 듯한 무언가가 물수제비를 치다가 튀어 오른다. 인어 ‘루’다. 인어로 유명해진 하나시 어촌 마을의 금기는 역설적이게도 인어다. 카이의 할아버지와 마을의 이상한 할머니 ‘타코’의 목격담만이 전해질 뿐 마을사람들에게조차 전설로만 이어진 마을의 인어이야기는 알 수 없는 두려움의 대상이다. 상대를 모르기에.
도쿄에서 살다가 부모의 이혼으로 아빠를 따라 하나시 마을에 정착하게 된 카이는 음악 편곡을 하는 것-보다 정확히는 미디 플레이어를 가지고 노는 것-빼고는 뭐든지 관심이 없다. 심지어 진학하고 싶은 고등학교도 없다. 유호와 쿠니코는 밴드 ‘사이렌’에서 보컬과 기타를 맡고 있다. SNS에 올린 카이의 편곡된 멜로디를 들은 유호와 쿠니코는 카이가 자기네 밴드에 합류하기를 원한다. 그 실력이면 유명해질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카이는 역시나 관심이 없다. 그런데 마을 ‘그늘의 벽’ 뒤편에 자리 잡은 버려진 외딴 섬, 지금은 폐장한 ‘인어랜드’에서 밴드 합주 연습을 한다는 말을 듣고 카이는 연습에 합류한다. 인어 루를 만나려고.

애니메이션의 깐느 영화제로 알려진 앙시애니메이션영화제에서 2017년 대상에 해당하는 앙시 크리스털상을 수상한 <새벽을 알리는 루의 노래>는 유아사 마사아키 감독의 작품으로,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시리즈의 그림체를 가지고 친숙하게 찾아왔다. 비트와 멜로디로 이루어진 음악에 반응하는 인어는 꿈을 잃어버린 소년 카이에겐 두렵지만 알고 싶은 존재이고 희망이다. 음악은 이들의 소통이다. 인어가 인간을, 카이가 루를, 서로를 알아가는 관계 맺음이다. 음악을 좋아하는 루가 인간과 소통하는 장면이자 이 애니메이션의 하이라이트는 마을의 축제에서 흥겨운 음악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추는 마을사람들과 루의(나중에는 모든 인어들) 군무 장면이다.

루가 노래하고 춤추는 곳에서는 사람들이 마치 마법에 걸린 것처럼 자동으로 춤을 춘다. 어깨동무 한 채로 스윙리듬에 맞춰 가볍게 아이리시 탭댄스를 추다가 좀 더 흥겨운 힙합 댄스로 옮겨간다. 서로가 서로를 모를 때는 무지하여 생긴 두려움을 폭력으로 표현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서로가 통한다. 인어 루와 소통한 카이는 세상에 대한 마음을 연다. 카이에겐 얼핏 잔소리꾼으로만 보이기만 한 아버지 ‘테루오’는 카이에게 너의 생각을 말하라고 행동으로 옮기라고 말한다. 아들에게 마음을 연다.

카이는 세상을 알고 싶고 경험하고 싶어 도시로 가고 싶다. 충분히 경험하고 다른 나라의 인어(희망)를 만나고 싶다. 그리고 다시 할아버지와 아빠가 나고 자란 하나시 마을로 돌아와 살고 싶다. <벼랑 위의 포뇨> 등으로 유명한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그의 작품들을 통해서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어떤 상황에서도 삶을 이어가라’라는 메시지를 유아사 마사아키 감독은 ‘희망’으로 이어 받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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