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가치와 완성도 인정, 문화재 등록 잇따라

▲ 개신교가 우리 사회에 끼친 영향들을 최근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문화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은 배화학당 캐롤라이나관, 1908년에 제작된 무곡 찬송가, 서울해병대사령부 초대교회 건물, 1895년 선교사들에 의해 우리말로 번역된 <천로역정>.(위부터)

2017년은 기독교 신앙유산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이 크게 고조된 해로 기억될 것이다.

문화재청이 지난 한 해 동안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한 개신교 관련 문화재들은 배화학원 캐롤라이나관을 비롯해 총 10여 건에 이른다. 학교 건물, 교회당, 찬송가, 예배용 기물, 신앙서적, 묘소 등 그 종류들도 다양하다.

지난해 1월 가장 먼저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배화여자고등학교 캐롤라이나관(과학관)과 캠벨기념관(본관)은 각기 1915년과 1926년에 건립된 건물로, 서양 선교사들이 이 땅에 들여온 근대 교육시설로서 독특한 개성과 양호한 보존 상태를 유지해 가치를 인정받았다.

2월에는 개신교 유물 3건이 한꺼번에 문화재로 등록됐다. 1959년 건축한 서울 해병대사령부 초대교회 건물은 신앙을 군사력의 원천으로 삼은 우리나라 군종제도 역사의 소산이라는 점이, 1908년 악보 없이 가사로만 발행된 <찬송가(Union Hymnal)>(숭실대 한국기독교박물관 소장)는 우리나라 최초의 초교파 연합찬송가라는 점이,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의 모자이크 제단화는 8미터 높이의 규모를 자랑하는데다 작품의 완성도가 높다는 점이 각각 주목받았다.

이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학교 체육시설인 이화여자대학교 토마스홀(1935년 건립), 게일 선교사 부부가 1895년 우리말로 번역해 출간한 존 번역 원작의 <천로역정(합질)>(연세대 학술정보원 소장), 기독교학교 교사와 독립운동가로 활동하며 삼일운동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문일평 등이 묻힌 망우 독립유공자 묘역 등이 잇달아 문화재로 등록됐다.

마지막으로 12월에도 원주 선교 초창기의 흔적이 남은 유일한 개신교 유적인 모리슨 선교사 사택, 개신교의 한국 토착화 사례를 보여주는 대한성공회 강화성당의 제대 및 세례대 등이 근대문화유산 목록에 올랐다.

이밖에 이화여전 가사과 교수였던 방신영이 우리나라 전통요리 제조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1917년 작 <조선요리제법>(등록문화재 제686호), AP통신사 기자로 언더우스 스코필드 등 선교사들과 함께 삼일운동 당시 일제의 만행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공헌한 앨버트 테일러의 가옥 ‘딜쿠샤’(등록문화재 제687호) 등도 넓게 보면 한국교회 역사와 맞닿아있는 유물들이다.

이처럼 많은 기독교 근대문화유산 탄생이 주를 잇는 것은 우리 근현대사에 기여한 개신교의 역할을 학계에서 높게 평가한다는 증거라 할 수 있다. 특히 개신교인들이 주도한 삼일운동 100주년을 앞둔 시점에서, 이 땅에 뿌리내린 한국교회의 위상을 더욱 부각시킬 저변이 확산되는 현상으로도 보인다.

실제로 근대문화유산 등록 외에도 국내외에서 우리 문화유산을 새롭게 발굴하고 조명하는 사업들에 개신교가 직간접적으로 개입된 사례들이 최근 들어 증가하는 추세이다.

일례로 지난해 대한제국 선포 120주년을 기념해 각종 사업들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고종황제와 서양 선교사 혹은 기독교인 애국지사들이 연관된 행적들이 부각된다거나, 당대의 황실 음식문화를 재현하는 사업에 대한제국 탄생 이듬해에 설립된 기독교학교인 배화여자대학교가 참여한 일 등을 들 수 있다.

유네스코가 최근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한 문건 중 우리나라 ‘국채보상운동기록물’이 포함된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국가의 빚을 갚기 위해 전 국민이 일어나 1907년부터 1910년까지 전개한 국채보상운동에는 수많은 교회와 기독단체들, 그 중에서도 오늘날의 여전도회에 해당하는 교회 부인회에서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사실이 당시의 기록들에 명시되어있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기독교계 자체적으로 삼일운동을 비롯해 우리 근현대사에 남긴 행적들을 기념하는 노력들도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이를 통해 관련 기독교문화유산에 대한 관심도 새롭게 환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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