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왕 목사의 아름다운 자연사진 이야기] (12)길을 가는 행복한 사람들의 이야기-탄자니아와 필리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한 국가의 발전은 도로의 발달과 더불어 이루어진다. 도로는 마치 인체의 동맥과 같아서 사람과 물류를 신속하게 이동 순환시키는 기능을 담당하기 때문에 자연히 경제가 발전하는 데 필수적인 인프라 역할을 한다.

대부분의 도로는 기존 도로를 점차 넓히거나 우회하여 만들지만, 고속도로는 ‘시간이 곧 경제’라는 개념으로 건설하기 때문에 운행 시간을 줄이기 위해 산을 관통하여 터널을 뚫고, 골짜기를 메워 평지로 만들고, 높은 교각을 세워 연결한다. 될 수만 있으면 도로를 직선으로 만들어 이전과는 전혀 생소한 풍경이 연출된다.

물론 고속도로가 이처럼 편리한 게 사실이지만 사진을 찍는 입장에서는 풍경에 큰 변화가 없기 때문에 별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드론을 날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광경이나, 원래 지형을 살려 만든 S커브 형태의 곡선 길 풍경은 아름다운 사진소재가 된다. 오늘 사진이 그 좋은 예로, 상단의 큰 사진은 수년 전 필자가 유럽에 갔을 때 나라와 나라 사이의 장거리 여행에 버스를 이용하다가 도중에 S커브 곡선도로를 발견하고 담은 작품이다.

위 사진은 아프리카 탄자니아 선교지 방문 중에 촬영한 도로 사진이다. 오른편은 동네 가운데를 관통하는 옛날 길이고, 왼편은 새로 만든 우회도로인데 서로 대조를 이루며 사진을 통해 지역의 발전상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수원제일교회 파송선교사가 사역하는 탄자니아는 오래전에 한 두 차례 방문한 경험이 있는 지역이다. 당시에는 여러 해가 흘러도 별다른 변화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낙후된 모습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탄자니아를 재차 방문하면서 본 풍경에는 예전에 경험했던 아프리카만의 독특한 색감, 뽀얗게 흙먼지를 일으키며 이동하는 목축 떼와 붉은 망토와 긴 지팡이를 어깨에 메고 걸어가는 마사이족, 먼 길도 마다하지 않고 물을 길러 오고가는 여인들의 정겨운 모습들이 점차 사라져가고 있었다. 이제는 잘 닦아진 도로와 매연을 뿜는 중고 자동차, 오토바이를 타고 양과 소떼를 모는 목동들의 모습이 옛 풍경을 대신했다.

우리나라의 예전 상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음을 서양 사람들이 사진에 담은 옛날 우리 조상들의 피폐한 생활풍경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물론 과거와 달리 지금 우리나라는 ‘도로 공화국’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수시로 내비게이션을 업그레이드하지 않으면 지도에도 없는 새 길을 만나 당황하는 일이 생기곤 한다. 그런데 과연 고속도로망이 확장되고, 대형자동차와 신도시가 늘어나고, 경제가 발전하는 것만으로 행복한 나라가 되는 것일까? 솔직히 이 질문에 선뜻 답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또 다른 선교지인 필리핀에 가보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극심한 교통체증 속에서도 어느 차든지 급하게 차머리를 내밀며 빵빵 거리거나, 보복 운전을 하는 대신 묵묵히 양보하는 모습을 쉽게 마주할 수 있다. 또한 차량들이 심하게 엉킨 곳에서는 경찰 제복 대신 허름한 옷을 입은 시민이 극심한 매연에도 아랑곳 않고 도로 한 복판에서 마치 춤추듯 차량을 통제하여 질서를 잡는 모습을 종종 발견한다. 무질서를 넘어서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우리 모두가 바라는 선진국 진입이나 행복지수를 높이는 일은 경제가 발전하고 고속도로와 고급세단이 늘어난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가중되는 교통체증 가운데서도 내가 먼저 양보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좁은 도로를 더 넓히고, 행복도 키우는 일임을 필리핀에서 새삼스레 느끼게 되었다.

“주께서 내 마음을 넓히시면 내가 주의 계명들의 길로 달려가리이다”(시 1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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