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개혁사상 부흥운동 인사이트 (insight) 개혁주의 구약신학 ① 구약성경에 나타난 개혁의 의미

사회를 고쳐가는 인간적 운동 아닌 주권적 은총에
전적인 순복과 말씀으로의 철저한 복귀

개혁(reformation)이란 구약성경에서 매우 중요한 주제이다. 개혁은 하나님께서 시간과 공간을 통하여 펼쳐나가신 구속 역사를 이해하는데 핵심이 되는 개념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개혁주의 신학을 물려받아 발전시켜 나가야 할 개혁파 목회자들이 구약성경에 나타난 개혁의 의미를 성경본문과 구속역사의 흐름에서 살피고, 또한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함은 마땅하다.

창조사건에 나타난 하나님의 왕국

▲ 김희석 교수
·총신대학교 구약학
·개혁사상부흥특별위 전문위원

구약성경에서 개혁은 ‘인간이 무엇인가를 고쳐서 이상적 사회를 건설한다’라는 상식적 의미의 개혁 개념을 뛰어넘는다. 구약이 말하는 개혁은 ‘하나님께서 타락한 피조세계 가운데 자신의 통치를 주권적으로 회복하신다’는 개념으로 나타난다. 이를 주요 본문 중심으로 간략히 살펴보자. 먼저 창세기 1~2장의 창조기사를 읽어보면, 하나님께서는 온 피조세계를 직접적으로 통치하시는 하나님의 왕국으로 창조하셔서 온 세계가 하나님을 예배하는 성전이 되게 하셨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또한 하나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신 순서를 기술할 뿐 아니라, 그 세상을 창조하신 이유가 하나님께서 왕으로 이 땅을 다스리시기 위함임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창세기 1~2장이 보여주는 창조사건의 결과는 창세기 1장 31절에서 “보시기에 매우 좋았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온전하였고, 창세기 2장 1~3절에서 “모든 일을 마치셨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완벽하였다. 그러므로 우리는 창세기 1~2장의 창조기사에서 하나님의 주권적 통치가 이루어진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창세기 1~2장이 그려내고 있는 하나님의 왕국 통치는 중요한 한 가지 함의를 지닌다. 바로 창세기 1장 26~28절의 창조명령(Creation Mandate, 혹은 문화명령(Cultural Mandate))이 가르쳐주는 바,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과 ‘모양’으로 창조되었다는 점이다. 여기서 ‘형상’과 ‘모양’이라는 단어의 뜻이 중요하다. 이는 우리 인간이 하나님을 닮은 인격적인 존재라는 뜻인 동시에, 인간이 하나님을 대리하여 다스리는 대리통치자로 지음 받았다는 의미도 지니고 있다.

본문에서 사람으로 온 피조물을 다스리게 하자라고 하신 구절 역시, 인간이 하나님의 대리통치권자라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따라서 창세기 1~2장이 묘사하는 하나님의 왕국 통치란 하나님께서 모든 만물의 주권자가 되시며, 그분의 뜻으로 인하여 사람이 하나님의 대리자로 세상을 다스리게 되었고, 이러한 부르심에 순종함으로써 왕이신 하나님께 모든 영광과 존귀를 돌리게 하시는데 궁극적인 목적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원복음에 나타난 개혁의 의미

그러나 하나님의 왕국으로서 피조세계는 창세기 3장에서 아담과 하와의 불순종으로 인하여 타락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다시 말해 인간과 피조세계가 하나님의 통치를 거부하는 죄악에 물들게 된 것이다. 이러한 인간의 타락에 대하여 하나님께서는 심판을 행하셨어야 마땅할 것인데, 오히려 그들을 향한 약속을 베푸시면서 심판 대신 구속의 약속을 허락하셨다. 바로 창세기 3장 15절의 원복음(Proto Evangelium)을 주셔서, 장차 오실 여자의 후손이 뱀을 심판하고 세상을 구속할 것을 선포하신 것이다. 이 원복음에 기록된 여자의 후손에 대한 종말론적 성취는 신약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 사건이며, 그 이전의 구약 역사는 예수 그리스도에게까지 나아가는 구속계시의 발전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 원복음에 나타난 ‘개혁’의 의미란 무엇일까? 두 가지로 살필 수 있다. 첫째, 하나님께서는 아담과 하와의 타락에 나타난 인간의 범죄를 하나님 왕국의 궁극적 실패로 인식하지 않으셨다. 따라서 창세기 1~2장에서 친히 선포하신 자신의 왕국을 끝내 완성하시겠다는 의지를 선포하셨다는 점이다. 하나님은 실패하거나 실수하지 않으시는 분이시며, 그분의 약속은 늘 신실하며, 그분의 나라는 영원하다. 즉 개혁이란 인간이 실수한 것을 인간이 돌이키는 것이 아님이 분명하다. 개혁이란 인간의 실패를 하나님의 승리로 변화시키시는 하나님 그분의 주권적 역사이다. 이 주권적 역사로서 개혁은 하나님의 영원하신 경륜은 결코 실패할 수 없다는 하나님의 능력에 굳건히 기초하고 있다.

둘째, 하나님의 주권적 역사를 수행하기 위해 하나님은 자신의 대리자를 사용하신다. 그 온전한 성취를 ‘여자의 후손’을 통해서 이루겠다고 약속하셨는데, 이 ‘여자의 후손’은 예수 그리스도를 예표한다. 또한 포괄적인 범주에서 보았을 때 예수 그리스도를 머리로 모신 공동체인 교회가 예수께서 남겨놓으신 사역을 감당하고 성취하는 것이므로, 교회가 원복음의 성취과정에 그리스도 안에서 동참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개혁이란 하나님의 주권적 통치에 순종하고 복종하는 교회 공동체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임을 알게 된다. 창세기 3장의 원복음에서 발견하는 개혁이란 하나님께서 친히 계획하신 영원한 나라의 통치를 회복하고 실현하는 것이며, 하나님의 주권적 이루심을 믿으며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하는 교회 공동체를 통해 그 통치가 실현되는 것을 뜻한다.

아브라함 언약에 나타난 개혁의 의미

원복음에서 발견된 개혁의 의미는 구속사 전반에서 계속해서 발전해 나갔다. 예를 들어보자. 하나님께서는 원복음을 통하여 구원에 대한 계획을 말씀해주셨지만, 인간들은 쉼없이 범죄의 길로 걸어갔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인간이 타락하여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져 있는 것을 그대로 놓아두지 않으시고, 하나님께로 회복할 수 있도록 역사하셨다. 다시 말해 원복음의 약속을 더욱 자세히 풀어주시면서 구원의 일을 진행시키신 것이다.

온 땅이 죄악으로 관영하였기에 홍수로 심판하셨지만, 그 가운데 노아언약(창 6~9장)을 베푸셔서, 창세기 1~2장에서 말씀하신 창조명령을 다시 한 번 확인하여 주시고, 인류가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도록 이끄셨다. 인류가 바벨탑 사건으로 하나님께 반역하자 민족들의 언어를 혼잡하게 하시고 그들을 흩으셨으나, 그 흩으신 민족들 중에서 한 사람 아브라함을 부르셔서 소명을 주시고 구원의 계시가 더 깊어져 나가도록 하셨다. 이것이 바로 아브라함 언약(창 12~25장)인데, 그 기초적인 맥락이 창세기 12장 1~3절에 서술되어 있다.

아브라함 언약의 주요 주제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는 아브라함에게 후손을 주셔서 큰 민족을 이루게 하신다는 것이고, 둘째는 그에게 땅을 허락하셔서 후손들이 그곳에서 살게 하신다는 것이며, 셋째는 그 후손을 통하여 열방이 복을 받고 하나님께로 돌아오게 하신다는 것이다. 이 아브라함 언약에 나타난 ‘후손’ 개념은 원복음에 나타난 ‘여자의 후손’의 주제가 점진적으로 발전한 형태이다.

아브라함 언약에서 우리는 개혁에 대하여 두 가지를 생각해야 한다. 첫째, 역사 가운데 인간의 범죄와 실패가 더해갔음에도 불구하고, 신적 왕국의 통치를 회복하시고 구속역사를 완성하시려는 하나님의 주권적 역사는 전혀 뒤로 물러가지 않았다. 오히려 계시의 점진적 발전을 통하여 그 내용이 더욱 풍성하고 아름다운 결실을 맺게 되었다는 점이다. 개혁이란 하나님의 통치를 회복하시는 하나님의 주권적 역사인데, 이 개혁은 인간의 실패로 무너지는 개념이 아니다. 인간이 실패하는 그 부분을 통하여 하나님은 오히려 더 큰 은총을 주시며, 그 왕국의 아름다움을 더 깊이 드러내신다.

둘째, 아브라함 언약이 이루어져 나간 창세기 12~25장, 즉 아브라함 이야기와 아브라함 언약의 포괄적 성취과정인 창세기 26~50장의 이야기를 읽어볼 때, 아브라함, 이삭, 야곱, 그리고 유다와 요셉을 포함한 야곱의 열 두 아들들은 그 신앙이 온전하지 못하였지만 하나님께서 그들을 양육하시고 훈련하시고 믿음을 주셔서 결국 하나님께서 사용하실만한 인물들로 바꾸어놓으셨다는 점이다. 개혁의 과정은 지난하고 많은 어려움과 분쟁이 존재할 수 있지만, 하나님은 결국 부르신 사람들을 다듬으시고 바꾸어 놓으셔서 하나님 왕국의 회복, 즉 개혁을 위한 개혁자들로 사용하심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모세 언약에 나타난 개혁의 의미

아브라함 언약 이후로 고찰해야 할 중요한 개혁 의미의 용례는 모세언약(출애굽기~신명기)이다. 모세언약은 ‘시내산 언약’과 ‘모압 언약’이라는 두 개의 언약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중 시내산 언약을 중심으로 생각해 보도록 하자. 하나님께서는 가나안 땅을 주시겠다는 아브라함 언약을 이루시기 위해 이스라엘 백성들을 출애굽시키셨고, 시내산에서 그들과 언약을 맺으셨다. 출애굽기 19장 1~6절에 따르면, 하나님은 이스라엘 민족에게 ‘거룩한 백성’과 ‘제사장 나라’라는 정체성을 허락하셨다. 그들이 하나님을 따르는 거룩성을 지닌 삶을 살아냄으로써 이방민족들이 하나님께서 돌아오도록 인도하는 하는 제사장 역할을 감당할 것을 명령하신 것이다. 이러한 사명 정체성은 여자의 후손의 승리를 통한 왕국의 회복을 예고하신 원복음 및 아브라함의 후손이 열방을 향한 복의 통로가 될 것을 말씀하신 아브라함 언약의 1차적 성취요 그 점진적 발전임이 자명하다.

그런데 이러한 사명을 이스라엘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그 사명 감당을 위하여 이스라엘에게 십계명 및 기타 규정들을 허락하셨다. 다시 말해, 언약백성이 피조세계 가운데 하나님의 통치를 회복해 나가도록 삶의 기준으로 ‘율법’이 주어졌다는 것이다. 율법은 구원을 얻기 위한 조건으로 주어지지 않았다. 구원 얻은 백성이 이 땅 가운데 하나님의 왕국을 건설하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려주시기 위한 목적으로 주어졌다. 시내산 언약의 모습에서 우리는 개혁의 중요한 의미를 깨달아야 한다. 개혁의 기준은 그 무엇도 아닌 하나님의 말씀과 계명이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모세가 고대 근동의 풍습과 규율들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이상적 사회 건설을 위한 원리를 제시할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었으나, 하나님께서는 하나님 자신의 율법을 모세에게 주권적으로 계시하셨다.

개혁이란 단순히 인간의 지성과 상식을 기준삼아 논의할 이상적 사회건설이 아니며, 오직 계시된 하나님의 원리인 말씀과 율법에 순종함을 통해 하나님의 통치를 회복하는 것이다. 개혁의 과정에 나타난 이 율법의 중요성은 종교개혁자들이 소리 높여 외쳤던 ‘오직 성경(Sola Scriptura)’의 기치가 구약성경의 초반부에 이미 명확하게 주어져 있었음을 보여준다. 물론 시내산 언약 이후의 구약역사 가운데 이스라엘이 율법을 지키지 못함으로 하나님의 징계가 계속 이어졌으나, 하나님께서는 결국 예레미야와 에스겔을 통하여 새언약을 주심으로 하나님의 백성들이 언약의 말씀인 율법을 지킬 수 있도록 끝까지 주권적으로 역사하실 것을 약속하셨다. 예레미야는 백성들의 마음에 율법을 기록하셔서 백성들이 율법을 지킬 수 있게 하실 것이라 선언했고(렘 31:31~34), 에스겔은 하나님의 영을 부어주심으로 백성들이 율법을 지키게 될 것이라 선포했다(겔 36:26~27). 시내산 언약은 삶의 유일한 원리인 하나님의 말씀을 지킴으로써 하나님의 통치를 실현해 나가는 것이 개혁의 원칙임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나가는 글

구약성경은 개혁의 주제를 하나님 나라의 회복과 연관하여 설명한다. 개혁은 사람들이 사회를 고쳐내는 어떤 인간적 운동을 의미하지 않는다. 개혁은 하나님의 통치를 회복하시는 하나님 자신의 구속역사이기에, 하나님께서 친히 약속하시고 주권적으로 이루어 가시는 사건이다. 이를 위해서 개혁운동을 일으킬 사람을 부르시는데, 약하고 부족한 자들을 부르셔서 빚으시고, 그들로 인해 언약 공동체가 일어나게 하시며, 그 삶의 기준으로 율법의 말씀을 지키게 하셨다. 종교개혁자들이 발견한 개혁과 우리가 수행해야 할 개혁이란, 하나님의 주권 앞에 복종하며 그 말씀의 원칙에 따라 철저하게 개인과 교회와 사회를 바꾸어나가는 것이다. 우리가 이 성경적 개혁의 원리를 이어가야 한다. 개혁은 무언가를 바꾸려는 노력이 아니라 하나님의 주권적 은총에 대한 전적인 순복과 그 말씀으로의 철저한 복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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