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기독미술평론>

제목:테트라포드(tetrapod)_방파제, 4~10mx5 pvc, 2017

금보성 작가는 금보성아트센터 대표이며 성남아트센터, 충무아트홀, 학고재 등 주요 미술관에서 한글전을 다수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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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보성은 파도를 막기 위해 쌓아올린 방파제용 대형 콘크리트 블록 테트라포드(tetrapod)를 이용한 작품을 보여준다. 방파제로 쓰이는 일상 물성을 오브제 수법을 통해 독립예술 작품으로 재해석했는데, 거대한 자태는 존재감이다. 작가는 위로, 안전, 평화라는 상징적 의미를 부여했지만, 결코 감성적 작업이 아닌 그의 내면에 존재하는 스케일과 충일한 에너지의 조형적 표출로 보인다. 그의 설치작품 테트라포드는 평온, 질서, 조화, 크기로 감상자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다. 그는 작품을 포항에 설치했는데, 지진으로 삶의 터전을 잃고 실의에 빠진 포항 시민들의 어려움을 위로하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새해 첫날 호미곶에 설치한 대형풍선 <테트라포드_방파제> 작품은 해돋이와 함께 새해의 소망을 간구하는 의미 있는 전시였다. 4~10m 높이의 조형물을 설치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새해 아침 호미곶을 찾는 감상자에게 커다란 위로와 희망이었다.

여수가 고향인 작가는 어린 시절 가끔 바닷가에서 부친과 함께 바다낚시를 했다. 언제나 바다는 포근히 품어주는 어머니의 품 같은 평온한 곳 이였다. 그러나 이따금씩 항구를 송두리째 집어삼킬 듯 거친 파도가 내리칠 때면 두려운 존재로 둔갑하곤 했다. 그 때 테트라포드가 포구를 안전하게 지켜준다는 것을 경험하며 자랐다. 그래서인지 개인의 평안과 안전을 묻는 희망의 아이콘 <테트라포드_방파제> 이미지가 떠올랐고, 현대 예술로 승화시켰다.

테트라포드의 육중하지만 낯익은 형태감과 원색 컬러의 생동감이 조화를 이루며 누구에게나 친근하게 다가간다. 그의 사물에 대한 관찰 태도와 기발하고 번뜩이는 아이디어, 압도하는 공간 미학에 새삼 감탄했다. 작가는 테트라포드 형태에서 한글 ㅅ(시옷)과 한자 人(사람 인)이 연상된다고 했다. 테트라포드 방파제가 모여 있는 모습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 서로 협력하고 의지하며 보호한다는 뜻을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태풍과 지진 등 각종 자연재해로부터 사람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고, 위기에서 개인과 가정, 국가를 보호하는 수호의 상징이 되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오롯이 담겨있다. 또한 그는 30여 년간 한글 자음과 모음에 현대회화 요소를 접목한 ‘한글회화’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도 했다. 그는 창작과 더불어 ‘예술사업 다각화’라는 척박한 외길을 걷고 있다. 작품 활동과 아트센터 경영을 동시에 해내는 롤모델 작가다. 아트센터는 공모를 통해 대관료 없이 진행되는데 ‘창작의 수고로운 짐을 진 자유로운 영혼의 쉼터’라고 말한다. 한글을 알리는 한글회화 작업과 테트라포드로 꿈과 희망을 전하는 일련의 예술 행위, 그리고 아트센터 경영철학을 통해 작가다운 삶이란 무엇인지 한번쯤 되짚어 보게 한다.

‘예술은 먼지에 찌든 영혼을 맑게 해준다’라는 파블로 피카소의 말처럼 그가 보여 준 의미 있는 삶이란 모든 사람을 유익하게 하는 것이다. 새해는 각자에게 주어진 재능과 능력을 이웃을 위해 이롭게 쓴다면 사회가 한층 더 밝아지는 효험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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