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장신대 최고령 졸업생 오점녀 할머니 후원금 기탁

▲ 한일장신대 최고령 졸업생인 오점녀 학생이 구춘서 총장에게 후원금을 기탁하고 있다.

한일장신대에서는 매일 아침 굽은 허리로 지팡이를 짚고, 가방을 맨 채 등굣길을 걷는 할머니 한 분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교수도 직원도 학부모도 아닌 그의 정체는 바로 이 학교 인문사회학부 NGO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오점녀 학생이다.

올해 86세인 오점녀 할머니는 4년간의 학업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이제 졸업식만 남겨두고 있다. “배우는 게 좋아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다보니 대학생이 되고 어느새 졸업까지 하게 됐다”고 겸손히 말하지만 손주 또래밖에 안 되는 어린 동급생들과 보낸 시간들이 어찌 쉽기만 했을까.

그러나 오 할머니는 누구보다 모범적인 상아탑에서의 시간들을 보냈다. 4년 내내 80점 이상의 학업성적을 유지한 것은 물론이고, 지난해 열흘간의 추석연휴 기간 허리 수술과 치료로 병원신세를 진 것을 빼고는 모든 과정에 개근한 모범생이었다.

그 덕분에 국가장학금과 교내장학금을 받아 전액 무료로 대학공부를 마칠 수 있었다. 나란히 한일장신대에 입학한 전북도립여성중고 출신 6명의 만학도 중 졸업의 영예를 차지한 것은 오 할머니 한 사람 뿐이다. 다른 이들은 건강이나 힘든 학업을 이유로 중도 포기하고 말았다.

이처럼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진리를 온 몸으로 보여주며 재학 중 내내 화제의 인물이 되었던 할머니가 졸업을 앞두고 총장실을 찾았다. 반갑게 맞는 구춘서 총장에게 오 할머니는 봉투 하나를 건넸다. 봉투 속에 담긴 200만원은 기초생활수급자인 할머니 입장에선 꽤 막대한 거금이다.

“4년 동안 장학금으로 학교를 다닐 수 있게 도와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을 꺼낸 오 할머니는 “후배들을 위해 학교발전기금으로 사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2년 전에도 할머니는 학교 강의동인 진리관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된다는 소식에 ‘나 같은 사람을 위해 설치해주나 보다’고 생각해 공사기금으로 손수 20만원을 내놓은 적도 있다.

구 총장은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도 학교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후원해주셔서 감사하다”면서 뜻깊은 데 사용할 것을 약속했다.

순탄하게 살아온 누구에게는 당연해서 지루하기까지 한 학교의 일상이, 절박하게 살아온 누구에게는 여생에 두고두고 기억될 소중한 행복이 되었다. 졸업식을 마친 후에도 학교와 오 할머니는 서로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자, 자랑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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