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태열 목사(사천중앙교회)

오태열 목사(사천중앙교회)

올해부터 시행되는 종교인 과세에 대해 한국교회 목회자들은 두 가지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다.

먼저 진보주의적 사고를 가진 목회자들은 종교인도 국민의 한 사람이기 때문에 납세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극보수적인 시각을 가진 목회자들은 좌파 문재인 정부가 교회를 장악하고 말살하기 위한 조처라며 반정부 선전선동을 한다. 이들의 말대로라면 종교인 과세는 참으로 위험한 발상이다. 왜냐하면 종교를 바라보는 시각이 좌편향적이기 때문이다.

헤겔(1770~1831)은 <범 철학비판>이란 책에서, 사회 속에서 종교는 상부구조에 속하면서 국민에게 위안을 주는 산물로 보았다. 공산주의 이론가인 칼 마르크스(1818~1883)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종교를 아편이라고 단정하고, 국민의 행복을 위해 제일 먼저 필요한 일은 종교의 폐지라고 밝혔다. 마르크스는 종교가 인간의 현실적인 고통의 문제를 내세라는 다음세계로 이전시킨다고 보았다. 그 결과 이 땅의 현실 문제를 도외시하고 망각하게 만든다고 했다.

또한 자본주의 사회는 개인주의와 제도적 모순으로 생산수단을 소수가 차지하고 경제와 권력이 재생산됨으로 사회 구성원간 갈등 긴장 관계에 놓여 있다고 분석했다.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생산수단의 공동화를 통한 공동생산 공동분배를 주장했다. 이를 위해 국민들을 투쟁에 참여 시키려면 국민들이 불행함을 느끼고 분노가 유발되도록 선동하여 사회변혁을 꾀해야 했다. 그런데 종교가 아편 역할을 함으로써 인민의 불만을 폭동의 에너지로 삼기가 힘들기 때문에 종교를 없애야 한다고 역설했다. 혁명이 성공했을 때 이들이 제일 먼저 없앤 것이 종교였다.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 중국의 모택동의 문화혁명, 북한의 공산정권이 이를 말해 주고 있다.

종교가 국민의 아픔과 현실 문제를 외면하고 가진 자의 이익을 대변하고 합리화 시켜주는 역할을 할 때, 국민은 종교를 부정하게 된다. 크고 웅장하며 화려한 교회들이 많은 것이 진정한 교회부흥이 아니다.

한국교회는 1980년대 민주화 과정에서 제 역할을 감당하지 못한 것을 반성해야 한다. 국민들은 1987년 호헌조치에 맞서 군부독재 타도를 외치며 민주화를 위해 피 흘리면서 투쟁했다. 그때 대부분의 교회는 민주화를 위해 피 흘린 사람들을 빨갱이라 매도했다.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광주 시민을 학살한 군부 독재자들의 행태를 합리화 시켜주었다. 지금 한국 사회는 그 시대의 주역들인 386세대들이 정·관계와 언론사 등에서 종사하고 있다. 이들이 민주화 시대에 경험했던 교회에 대한 인상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안타깝게도 여전히 한국교회는 국민의 현실을 도외시 하고 가진 자들의 이익을 대변해 주고 있는 것 같다. 종교인 과세는 우리가 자초한 일이다. 한국교회를 대표한다는 대형교회 목회자들의 교회 재정비리가 사회 구성원들의 공분을 사게 된 것이 원인이라고 본다. 교회가 부해지면서 화려하고 웅장한 교회를 건축했고, 그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 면죄부를 팔듯 세속의 복을 강조했다. 우리는 이미 중세교회를 통해 이를 경험하였다.

교회는 소외받고 힘없는 이들의 필요를 채워주어야 한다. 그들은 사회의 약자요, 목자 없는 양과 같기 때문이다. 예수님 주변의 사람들 대다수가 이런 사람들이었다. 예수님은 이들의 편에 서 함께하셨다.

종교인 과세는 거역할 수 없는 대세다. 한국교회는 대다수 국민이 동의하지 않는 논리로 정부를 비판할 것이 아니라, 마가복음 12장 17절의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바치라’라는 예수님 말씀을 근거로 종교인 납세를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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