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목사(람원교회·총회교회자립개발원 장학팀장)

▲ 김수환 목사(람원교회·총회교회자립개발원 장학팀장)

며칠 전, 총회교회자립개발원이 개최하는 제1회 목회자자녀 비전캠프에 참여하였다. 본래 이 행사는 미자립교회로 분류되는 교회의 목회자 자녀들, 그 중에서도 진로를 선택해야 하는 중고등학생들을 위한 것이었다. 그들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었다. “여러분들은 아버지가 목사님인 것이 좋은가요?”

세월이 지나 자신들도 아버지가 되고 한 단계 높은 신앙에 올라야 비로소 아버지의 목회와 삶을 이해할 수 있을 터이지만 지금 당장은 가난한 아버지를 원망하는 자녀들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감사하게도 2박3일 동안 전국에서 몰려온 아이들이 밝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들이 밝아지고, 이로 인해 아버지에게 힘이 된다면 이 행사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2016년에 설립된 총회교회자립개발원의 목적은 미자립교회의 자립을 돕는 것이다. 그동안 이사회와 권역별 조직을 갖추고, 현재 전국의 미자립교회 실태를 파악하면서 몇 가지 일들을 진행했다. 첫째 목회자의 최저생활비를 지원하는 일이다. 생활이 어려워 사모들이 직장을 가지거나, 목회자 자신도 직업 전선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 노회와 교회별 연계 프로그램을 만들어 상호 지원하도록 중간역할을 하고 있다.

둘째로 미자립교회가 속한 지역의 경제자립에 기여함으로 교회가 더불어 자립하는 일이다. 예를 들어 전남 보성의 천봉산희년교회와 복내전인치유선교센터에서 마을주민과 함께 김치공장을 설립하여 전국에 판매하도록 하였다. 또한 지역의 생산물을 도시 교인들에게 직접 판매할 수 있도록 도농직거래장터를 개설하기도 했다. 그러한 수익들로 마을의 경제자립도가 높아지고, 이로 인해 교회 이미지는 물론이고 교회자립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셋째로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일이다. 작년에는 102명의 대학생들에게 200만원씩 장학금을 지급한 바 있다. 올해도 진행한다. 얼마 전에는 목회자부부를 대상으로 가진 행사에서 그들이 노후 대책을 가장 우려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에 교회자립개발원은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의 은퇴 후 복지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게 되었다.

이처럼 세 가지 범주의 교회자립개발원 일들은 목회자들을 격려하여 목회에 전념하도록 돕는 일들이다. 현재 요청되는 것은 소위 ‘자립교회’들의 참여와 도움이다.

교회자립개발원이 일들을 추진하면서 붙잡고 있는 중요한 개념이 있다. 그것은 ‘공교회성’이다. 교회는 설립되는 순간 이미 혼자가 아니다.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단일 교회이다. 하나님나라의 확장을 위한 각각의 전선을 맡고 있는 지교회는 예하 부대와도 같다. 어느 쪽 전선이 승리하면 다른 쪽에도 힘이 되고, 한 쪽이 허물어지면 더불어 후퇴하게 되는 공동의 운명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서로 협력하지 않고 돌아보지 않고 지금처럼 경쟁 구도로 간다면 마치 제살을 깎아 먹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구약 율법 중에 이런 구절이 있다. “너희가 너희의 땅에서 곡식을 거둘 때에 너는 밭모퉁이까지 다 거두지 말고 네 떨어진 이삭도 줍지 말며”(레 19:9) 이것은 가난한 이웃과 나그네들을 배려하도록 만들어진 사랑의 법이다. 적용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규모가 있는 교회들은 작은 교회들을 위하여 교인들을 흩어지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본다.

경제적인 도움도 필요하지만 꼭 내 교회로만 오게 할 것이 아니라 이웃 교회에도 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준다면 결국에는 공생할 수 있지 않을까? 모두 ‘한 교회’라는 공교회성에 대한 인식을 공유한다면 앞으로 많은 일들이 일어나지 않을까? 지금보다 훨씬 좋은 쪽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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