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왕 목사의 아름다운 자연사진 이야기] (9)신앙적 도전을 주는 유적-원형경기장과 교회

고대 로마시대 건축물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원형경기장 콜로세움(Colosseum)은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대표관광지이다. 물론 로마에만 콜로세움과 같은 건물이 있었던 것은 아니며, 로마제국 치하 곳곳에 원형경기장이 세워졌다.

콜로세움에는 4만명에서 7만명까지 앉을 수 있으며, 높이는 4층으로 되어 있다. 원형 경기장 바닥은 모래로 덮고, 곳곳에 사냥장의 분위기를 살려 나무와 구릉을 설치하였고, 바닥 밑에는 노예들과 맹수들을 수용하는 각종 우리 시설을 갖추었다.

로마시대에는 사람들을 종종 콜로세움에 모이게 해 해상전투, 검투사 대결, 동물 사냥 등을 보여주면서 관객들을 열광하게 하였는데, 이렇게 한 것은 백성들의 우민화에도 목적이 있지만 이와 더불어 사람들 마음에 공포심을 심어주어 반란을 도모하지 못하도록 하는 정치적인 목적도 숨겨져 있었다.

콜로세움에서 열린 큰 행사 중 하나는 기독교도들을 박해할 때 원형 경기장에서 검투사와 결투를 벌이게 하여 무참하게 죽이거나, 굶주린 맹수를 풀어놓아 처참하게 사냥하게 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잔인한 모습을 로마 시민들에게 보여주며 콜로세움은 기독교를 억압하는 수단으로 사용됐다고 한다.

유혈이 낭자한 기독교도들의 순교가 로마 시민들에게 스릴 있는 구경거리였다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서기 177년 리옹(Lyon)에서 한 무리의 기독교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군중은 기독교도들이 고문대에서 찢기고, 철판 의자에서 그을려지고, 황소 뿔에 받히고, 굶주린 사자에게 갈기갈기 찢기는 것을 보며 갈채를 보냈다.

이런 피비린내 나는 역사를 가진 콜로세움을 1749년 교황 베네딕토 14세(Benedictus XIV)가 기독교의 순교성지로 선포하면서 세상에 더욱 잘 알려지게 됐다. 이 때 로마 시 중심부에 세워진 원형경기장만을 콜로세움이라고 불렀고, 다른 지방에 세워진 원형경기장은 앰피시어터(Amphitheater) 또는 아레나(Arena)로 불렀다고 한다.

오늘 소개하는 사진은 발칸 반도 지역을 방문하였을 때 관람한, 로마제국 치하에 세워진 원형경기장과 똑같은 모습의 원형경기장 사진이다. 흘러간 세월을 말하는 것처럼 견고한 돌로 건축된 원형경기장은 곳곳이 부서지고 무너져 내려 있었다. 그러나 원형경기장 곁에 십자가 첨탑이 높이 세워진 예배당은 마찬가지로 돌로 건축됐지만, 마치 엊그제 건축한 새 건물처럼 말끔한 모습이었다.

문득 영화 <쿼바디스>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피에 주린 야수처럼 원형경기장에서 검투사와 기독교도간에 결투를 시켜, 비무장의 기독교도를 무참하게 죽이는 모습으로 노리개를 삼았던 로마 황제나 시민들의 아우성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원형경기장 옆에 세워진 예배당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정해진 시간에 함께 모여 하나님을 향해 아름다운 찬양을 부르고 있었다. 두 건물의 모습은 사뭇 대조적이다.

예수께서는 산상보훈을 마무리 하시면서 두개의 집에 대해 말씀하셨다. 겉으로 보기에는 둘 다 똑같아 보이는 집이지만 하나는 비바람이 불고 창수가 나면 쉽게 무너져 버리는 집이고, 다른 하나는 무너지지 않고 여전히 서있는 견고한 집이다. 이 비유는 ‘집’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 두 종류의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로마 황제들의 강력한 뒷받침에도 불구하고 원형경기장은 마침내 계속해서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그 안에서 맹수의 밥이 되고, 검투사의 칼날에 이슬이 되었던 순교자들의 피를 머금은 교회는 지금도 견고하게 서있다.

물론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기독교도들이 불에 타죽고, 참수를 당하고, 쫓겨난다. 마치 회심 전의 사울처럼 교회를 잔멸하기 위해 칼을 갈고 있는 무신론과 이슬람과 안티기독교 세력들의 노골적인 음모와 박해는 점점 노골화 되고 있다.

오늘의 현실 역시 로마 원형경기장을 연상케 하지만, 그럼에도 교회는 원형경기장 곁에 든든히 서있는 예배당처럼 영원히 견고할 것이다

“하나님 아는 것을 대적하여 높아진 것을 다 무너뜨리고 모든 생각을 사로잡아 그리스도에게 복종하게 하니”(고후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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