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상 목사(희망정치시민연합 사무총장)

▲ 최은상 목사(희망정치시민연합 사무총장)

2018년 2~3월에 개최하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고위급회담이 열렸다. 지금도 후속 실무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고위급 1차 합의에 의하면,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 북한의 400~500명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쪽에 온다고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과 북은 일촉즉발의 전쟁위기로 초긴장 상태였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갑자기 남북고위급회담이 열리고, 선수단과 대표단 등 대규모 참가 소식을 접하고 있다. 다수 국민은 사실관계 여부를 떠나 현실감이 들지 않는 것 같다. 실제로 북한의 선수단 응원단 예술단 지원단 태권도시범단이 한국에 왔을 때, 10여 년 전처럼 우리 국민들이 북한 팀을 적극 환영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다.

지난 10년간 우리 국민은 정권의 의도에 의해 북한과 멀어져 왔다. 남북 민간교류와 금강산관광도 중단된 지 오래고 개성공단도 2년째 가동을 멈추었다. 그리고 북한의 지속적인 핵과 미사일 개발로 인한 위협에 시달려 왔고, 그 위협은 잠재적으로 변한 것이 없다.

게다가 평창 동계올림픽만 끝나면 한미군사훈련이 그대로 재개될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북한은 매우 호전적으로 한미를 위협할 것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난 후, 남북관계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이전으로 돌아갈 것이다. 지난 10년의 악몽과 올림픽 이후 벌어질 상황을 예상해 보면, 우리 국민들이 대규모의 북한 선수단과 공연단 등에 대해 감성적으로 충분한 환대를 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남과 북의 만남을 기뻐하고 환대하는 것보다 갑작스런 교류를 우려하거나 비난하는 목소리들이 나올듯하다.

그러나 슬기로운 대한민국 국민과 한국교회 성도들에게 제안 드린다. 남북한의 평화와 통일은 감성적 환대 이상의 문제이다.

우리는 사회주의를 태동시키고 이미 핵미사일을 7000개 이상 보유한 러시아와도 국교를 수립하여 잘 지내고 있다. 정치적으로 공산당이 국가를 지휘하고 핵미사일을 200기 이상 보유한 중국과도 국교를 수립하여 전략적 동반자관계로 잘 지내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북한이 핵미사일을 보유했다고 해서 북한과 잘 지내지 못하리란 법은 없다. 대한민국은 북한 핵미사일에 대해서 주한미군과 핵탑재 전략자산의 상시 배치로 균형을 잡으면 된다.

1972년 월남이 공산화된 사례를 기억해 본다. 공산화로 통일된 베트남은 그 후 미국과 수교했고, 현재 대한민국의 가장 절친한 협력국과 친족국가가 됐다. 역사의 아이러니이지만, 공산화된 월남이 미국과 수교한 이후 그렇게 변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는 북한의 유일체제를 부담스러워하고 북한의 비핵화를 오랫동안 추구해 왔다. 그러나 베트남의 사례를 통해서 우리는 남북관계의 해결 가능성을 보고 있다. 먼저 북미수교를 이루고 남북교류를 진행하면, 북한 역시 월남보다 더 빠르게 변화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지 않겠는가? 북미수교와 남북관계를 통해서 핵과 미사일을 포기시키는 것이 한반도 사태 해결에 더욱 현실적인 판단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우리는 복잡한 심정으로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석한 북한 방문단을 맞을 것이다. 하지만 올림픽으로 비핵화를 당장에 이루지 못해도, 북한을 당장에 변화시키지 못해도, 그 장벽을 넘어서서 북미수교 남북교류를 이루어내도록 순발력을 발휘해야 한다.

넓게 보고 크게 보아야 남과 북의 평화와 통일이 보인다. 눈 앞의 북한과 핵미사일만 보아서는 안 된다. 북미수교를 한 후 10년 동안, 한반도가 어떻게 변화될지를 상상해 보아야 한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의 기회를 그냥 날려버리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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