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택 목사(발안제일교회)

▲ 김종택 목사(발안제일교회)

난세일수록 지도자가 필요하다. 그래서 옛말에 난세(亂世)에 영웅(英雄)이 난다고 했다. 고구려와 당나라의 645~668년의 끈질긴 전쟁사를 보면 포악한 성격의 소유자였으나 사대주의를 타파한 연개소문 장군과 안시성 전투의 명장 양만춘 장군은 함께 당나라 이세민을 무찔렀다. 이런 사람들이 난세의 영웅이었다.

백제가 풍전등화(風前燈火)처럼 꺼져갈 때 가족을 자기 칼로 죽이고 5000명의 결사대로 신라의 수만 군사와 싸우다 장렬히 전사한 백제의 영웅 계백장군도 있다.

임진왜란의 7년 전쟁에 못난 군주 선조 왕과 윤두수, 이산해, 원균 같은 간신들의 득세에도 12척 배로 수백 척의 왜선을 침몰시키고 명량해전 전투에서 장렬하게 전사한 우리 민족의 영웅 이순신 장군이 있었다.

지금 우리 교단은 종교개혁 500주년의 해를 맞이하여 힘차게 출항하다가 총신 문제, 종교인 납세 문제, 동성애 문제 등의 여러 암초에 부딪칠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이로 인해 우리 교단은 이제 나아가야 할 길을 찾지 못하고 있는 칠흑대해에 표류하고 있다. 특히 총신문제는 온 교회가 아파하며 진통하고 있다.

이러한 때 우리에게는 ‘난세의 지도자’가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이 때 우리의 지도자는 현실을 직시하고 전장에 뛰어드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난세의 지도자가 그저 시류(時流)에 따라 부화뇌동(附和雷同)한다면 그를 믿고 따르는 사람조차 난국에 휩쓸리게 됨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다.

지도자를 기를 줄도 모르고 지도자를 존경하지도 않고 또 올려놓은 지도자를 흔들어 대는 등의 고질적이고 고약한 우리 민족의 최고의 단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에게, 이런 난세에는 명실공히 나에 대한 평가, 민심과 여론에 연연하지 않고 내가 앞장서서 목숨을 내던지듯 희생을 감내하는 그런 거룩한 용기와 기백이 있는 지도자가 필요한 것이다.

난세의 지도자 여호수아가 이스라엘 일곱 지파가 가나안 땅 입성과 기업분배에 지체하고 머뭇거릴 때 ‘가나안 땅의 그림을 그려오라!’라고 명령했다.(수18:4~9)

난세의 지도자는 백성들에게 ‘그림을 그려오라’라고 말할 수 있는 새로운 비전, 가슴 벅찬 꿈을 꾸게 하는 지도자라야 한다. 가나안 입성 후 일곱 지파가 하나님의 성약(聖約)을 망각(忘却)하고 가나안 땅 입성에 대한 열망을 망각하고 현실에 안주하면서 전리품에만 만족하고 있을 때, 새로운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상실되고 영적 무기력에 빠져있을 때 ‘지도를 그려오라’,‘경계선을 그려오라’, ‘도대체 너희의 꿈은 무엇이냐’라고 그들을 질책하고 준엄한 꾸지람과 함께 ‘그림을 그려오라’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지도자가 필요한 것이다.

총회장을 비롯한 여러 지도자 분들께 감히 진언(進言)드린다. 총신문제로 얼마나 노심초사(勞心焦思)하시면서 밤잠 못 이루시는 것을 어찌 간과하겠는가마는 총신 문제는 더 이상 머뭇거리거나 기다릴 시간적 여유가 없다. 지금은 교단의 난세 상황임을 직시하시길 경요(敬要)드린다.

물론 상대방이 우리가 수용할 수 없는 요구조건을 제시했다는 점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전략이 필요하다. 그동안 그분들이 받았던 아픔도 헤아리면서 과감하게 테이블에 불러들여 함께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실 것을 진언 드린다. 가슴을 열어 놓고 함께 고민하며 엉켜버린 실타래를 풀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지도자는 우리에게 그림을 그리게 하는 지도자, 우리 교단의 미래를 설계해 주는 지도자인 것이다. 풍전등화처럼, 안개가 자욱하여 앞길이 보이지 않는 현 상황 속에서 캄캄한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오늘 우리 교단에게 어두움을 훤히 밝혀주는 등대 같은 지도자, 우리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해주며 비전을 설계하는 그런 지도자가 필요한 것이다.
하나님의 뜻을 실현한다는 절대 절명의 사명감에 고취되어 있는 그런 지도자가 지금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조금만 더 가자! 이 언덕만 넘으면 된다. 조금만 더 땀 흘리자, 조금만 더 눈물 흘리자!” 우리에게 인내의 미덕을 보이며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하고 우리의 주먹을 불끈 쥐게 하는 그런 지도자가 필요한 것이다.

무술년(戊戌年) 개의 해, 새해가 밝았다. 전도서 9장 4절에 “산 개가 죽은 사자보다 낫다”라고 말씀하신다. 관록과 경험이 풍부하나 죽어버린 사자는 도적을 지킬 수도 없고 주인께 충성할 수도 없지 않겠는가?

지금, 난세를 만난 우리에게 내 한목숨 내어놓고 전장에 뛰어드는 용기와 담력이 있는 지도자, 우리에게 그림을 그려오게 하는 그런 지도자, 꿈과 비전을 제시하는 지도자를 절실히 갈망하며 또 그런 지도자가 필요한 것이다. 우리 모두 이런 멋진 지도자가 되길 마음속에 굳게굳게 다짐하자.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