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기’한테 오늘은 우주인 암스트롱이 달에 첫 발을 내디딘 인류 역사적 사건 만큼이나 중요한 날이다. 선천성 안면 기형을 안고 태어나 엄마를 선생님으로 이제까지 홈스쿨링만을 한 어기가 보통 아이들과 함께 초등학교 5학년 과정에 편입하기로 결정한 후에 맞는 첫 등교 날이기 때문이다.

어기가 스물일곱 번씩이나 얼굴 성형 수술을 받는 동안 그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어두운 시선은 그를 따뜻한 사랑으로 감싸주는 엄마와 아빠, 그리고 누나가 있는 집으로만 가두어 버렸다. 그런 어기에게 우주인 헬멧이란 자기의 모습을 가려주는 해리포터의 투명망토이자 다른 이의 시선을 차단해주는 보호막이다. 그런데 오늘 어기는 그 보호막을 깨고 세상과 대면하려고 한다. 헬멧을 쓴 채로 수업을 받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역시나 아이들의 시선은 어기에게로 쏠리고 무리들은 홍해 바다 갈라지듯 그를 피한다. 그렇게 어기의 5학년 첫 날은 시작되고 시련은 예고된 듯하다. 여느 때처럼 ‘비아’ 누나도 어기의 첫 등교를 축복해주지만 그녀도 개학 첫 날이다. 게다가 비아의 절친 ‘미란다’는 그녀를 본체 만 체다. 비아네 가족은 동생 어기가 마치 태양인양 그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 엄마도 아빠도 오로지 어기만 바라본다. 세상에서 유일하게 비아를 바라봐준 할머니도 이젠 없다. 그런 가족에게 짐이 되기 싫은 비아는 학교생활도 본인의 삶도 스스로 감내해야 한다.

기적 같은 아이 어기의 눈으로 우리에게 세상을 보여주는 영화 <원더>가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극장가에 걸렸다. <귀여운 여인>으로 가장 잘 알려진 줄리아 로버츠와 <미트 페어런트>의 오웬 윌슨이 사랑과 이해심 넘치는 완벽한 부모상을 보여 준다. 또한 어기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도 언뜻 극의 반동 인물처럼(어기를 대적하는) 보이지만 관객의 공감을 끌어내는 각자의 스토리를 갖고 있다.

어기의 첫 번째 학교 친구 ‘잭 윌’은 처음엔 교장 선생님의 권유로 어기에게 다가갔지만 이내 어기의 매력에 빠져들어 진심으로 어울리고 싶어 하는 친구가 된다. 어기에게 우주인 헬멧을 선물한 이는 바로 비아의 친구 미란다이다. 미란다는 여름 캠프에 참여했다가 그녀만의 사정으로 어쩔 수없이 비아를 멀리하지만 진심은 비아와 어기를 아낀다. 이처럼 영화 <원더>의 캐릭터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한다. 심지어 어기를 괴롭히는 역의 ‘줄리안’조차도 나중엔 진심으로 사과한다.

마치 동화를 보는 듯하다. 현실에는 없는 판타지 같다. 이 지점에서 이 영화를 바라보는 포인트가 보인다. 영화에서 어기는 안면 기형을 가진 보통 아이들과 다른 아이다. 나와 다름은 상대적으로 무지(無知)하기에 두렵다. 두렵기에 무시하고 폭력으로 만회하려 한다. 어기의 안면 기형을 우리의 편견으로 치환해 보면, 관객은 치유를 경험한다. 특히나 아이를 가진 부모들의 마음을 터치한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을 본다. 현실에서는 쉽게 경험 할 수 없는.

영화는 다양한 형식으로 관객과 공감한다. 현실을 땅에 굳게 딛고 관객과 함께 호흡함으로써 ‘나’를 찾아볼 수 있는 영화가 있는 반면, 영화만이 줄 수 있는 판타지를 관객에게 제공함으로써 치유와 마음의 정화를 가능케 한다. <원더>는 후자의 영화이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장애를 가진 아이와 그의 가족들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면, 나와 다른 생각과 모습을 한 사람들을 편견 없이 차별 없이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다면, 우리는 이웃을 사랑 할 수 있다. 한 편의 영화가 가진 힘이다.
<필름포럼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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