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광택 목사(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 대표)

■ 관계의 걸림돌 극복하기(이관직 지음, 두란노)

이 책을 보니 친구 목사가 ‘목회는 관계’라고 한 말이 떠오른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성도의 교제가 피상적인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배 순서 중에 옆자리에 앉은 교인들과 서로 인사하는 순서를 갖기도 하지만 대개 목례 정도로 끝난다…. 예배가 끝난 뒤 순서 중에 인사한 옆자리 사람과 다시 인사하는 경우는 드물다.”(9~10쪽)

성경과 신학은 유기체적 교회를 가르친다. 그러나 교회들 사이에 또는 지역교회 내에서 교회의 유기성(organism)을 느끼기는 쉽지 않다고 이 책은 말한다. 인간관계가 피상적이라는 것은 하나님과의 관계도 예외가 아님을 반증한다. 바쁜 나날을 보내다 보면 인간관계는 물론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역시 피상적일 때가 많다.

심지어 “신학대학원의 학생들도 상급 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지친 모습이 역력하다. 과중한 공부와 사역에 시달리다보니 인간관계에서나 하나님과의 관계에서나 에너지와 관심이 별로 남아 있지 않는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11쪽)

저자 자신도 ‘삶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아쉬운 세상’이라고 말한다. 바쁜 일상을 지내다 보니 연락이 뜸해지고 전화 목소리조차 나누지 못하면서 주변에서 친구들이 사라지는 것 같다. 속내를 보여도 부끄럽지 않은 친구를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치유와 변화의 첫째 단계는 죄의 영역을 말씀의 빛으로 조명하는 일이다.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몇 가지 질문을 스스로 던져 보라고 저자는 권하다. “나의 대인관계는 어떤 상태에 있는가?” “나도 모르게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가?” “나의 대인관계에서 취약점은 무엇일까?” “왜 나는 어떤 유형의 사람을 힘들어 할까?” “나의 대인관계에 영향을 미친 크고 작은 원인들은 무엇일까?” “내가 힘들 때 잠시라도 공감하며 경청해 줄 사람이 있는가?” 등의 질문들을 열거한다.

이 책은 대인관계에 영향을 끼치는 변수들을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한다. 하나는 개인의 전 인격적인 삶의 변수들이다. 생물학적으로는 유전적인 요인, 호르몬의 변화, 성별, 나이, 신체적 조건이다. 심리적으로는 사고 능력, 정서적인 건강성, 현실과 비현실을 구별하는 정신건강, 충동조절 능력, 초자아의 발달, 자아의 힘과 같은 변수들이 있다.

다른 하나는 개인을 넘어서는 가족, 교회, 학교, 직장, 사회, 문화, 종교, 국가 그리고 하나님나라 등의 ‘시스템적인 변수들’이다(15쪽). 예를 들면, 직장의 경우 전체적인 분위기, 부서의 역동성, 상사나 부하와의 관계가 대인관계에 영향을 끼친다.

저자는 대인관계를 방해하는 걸림돌을 네 개의 범주로 나누어 다루고 있다. 성격장애, 불안장애, 역기능 가정의 성인아이 그리고 죄와 마귀가 그것들이다. 각 걸림돌을 성경적, 신학적 관점에서 접근하면서도 상담심리학적 관점에서 규명하였다. 그리고 각각의 걸림돌을 극복하며 치유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저자는 “상대방을 변화시키려고 하지 말고 당신이 변화하라”, “당신의 내면 상태를 인식하라”,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알아차리며 적절하게 표현하라”고 충고한다.

그리고 저자의 가장 중요한 통찰은 이것이다. “걸림돌이 없다면 성장도 없다”(238쪽). “우리는 다 한계가 있는 존재다. 모든 대인관계에서 잘할 수는 없다. 한두 명이라도 관심을 갖고 대하자. 한두 명이라도 용서하면서 살자. 한두 명에게라도 주님의 사랑을 베푸는 삶을 산다면 당신의 삶은 의미가 있다. 가치가 있다”(241쪽). “이 땅에서 우리가 맺는 대인관계에서 어느 정도 불안하고 긴장되는 것은 정상이다. 불안이 전혀 없을 수 없다. 그러나 천국에서 성도들은 대인관계에서 조금도 불안을 경험하지 않을 것이다”(247쪽).

이 책의 장점은 한국인의 삶의 현실을 인간의 죄와 그리스도의 구속이라는 기독교 진리로 풀어내면서 실천 가능한 대안을 제시한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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