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이란 단어가 부족하지 않은 2017년이었습니다. 한국사회는 작년 10월 국정농단 사태 이후 촛불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했고 결국 파면시켰습니다. 국민들은 “한국사회가 이번 사태를 통해 불의와 적폐를 해소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변혁의 의지를 굳게 했습니다.
 

한국교회도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에 승복할 것을 촉구하고 교회가 사회의 화합과 통합, 적폐해소에 앞장서겠다고 밝혔습니다. 섭리일까요. 세월호 유가족을 폄훼하고 조사를 방해한 박근혜 정권이 무너진 직후, 참사 3주기를 앞두고 세월호가 어둠을 뚫고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무수한 노란리본이 휘날리는 목포신항 부두에 누워있던 세월호, 상처 가득한 세월호를 바라보던 미수습자 가족의 얼굴이 지금도 선합니다.

2017년 한국교회는 사회의 수많은 사건 속에 있었습니다. 그 역사 속에서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외쳤고 행동했습니다. <기독신문>이 ‘2017년 사회와 함께 한 교회 5장면’을 선정했습니다. ▲촛불로 변혁을 일군 그리스도인(대통령 탄핵과 파면) ▲엄마에게 돌아오렴(세월호와 생명·안전 의식 확산) ▲세금내겠다 그렇지만(종교인소득 과세) ▲핵미사일도 막지 못한 사랑(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한 기독통일단체) ▲공익으로 일궈가는 하나님 나라(공공성 강화에 앞장 선 기독엔지오들)입니다.


그리스도인, 촛불로 변혁 일구다

파사현정(破邪顯正), 잘못된 것을 타파하고 바름을 드러낸다. <교수신문>이 전국의 대학교수 1000명에게 설문해서 선정한 2017년 올해의 사자성어다. 국정농단으로 파면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조기대선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노력을 함축한 단어다. 2017년 한국 사회와 교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건일 것이다.

최순실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실체가 드러난 2016년 10월, 시민들의 촛불이 광화문 광장을 밝혔다. 한국교회도 하나님의 공의에 입각해 불의한 정권에 분노하며 시국선언 서명운동 기도회 등을 진행했다. 총신대 서울신대 등 주요 교단 8개 신학생들이 시국선언문을 발표했고, 개혁적인 교계 단체들과 예장통합 기감 기장 구세군 등 교단들, 신학교수와 기독학자들이 박 전 대통령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하며 촛불을 들었다. 한국기독교학술원 등 합리적 보수 의식을 가진 기관과 목회자들까지 “권력의 사유화를 야기한 대통령은 자신을 성찰하고 퇴진하라”고 촉구했다.

한기총 한교연 등 기득권 유지에 골몰한 연합기관과 목회자들만이 박 전 대통령을 옹호하며 하나님의 공의와 시대정신에 역행했다. 일부는 3월 10일 오전 11시 헌법재판소 재판관 8명이 전원일치 의견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파면한다”고 결정할 때까지, 촛불에 맞서 태극기를 흔들었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뒤엎기 위해 종북좌파가 벌인 일”이라며, 좌경화된 언론과 야당과 법조계가 짜고 대통령을 탄핵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금도 진행하고 있는 재판들을 보면서, 대한민국은 당시 알고 있던 것보다 국정농단과 적폐가 더욱 심각했음을 확인하고 있다.

광화문 촛불의 현장에 수많은 그리스도인이 참여했다. 시민들과 함께 촛불을 들고 하나님의 공의를 외쳤다. 그러나 언론과 시민들은 공의를 요구한 그리스도인보다, 종북좌파를 외치며 태극기를 흔든 그리스도인들을 기억했다. 촛불집회에 빠지지 않았던 예장합동 교단의 한 목회자는 “복음으로 한국 사회를 이끌었던 신앙의 선배들이 태극기 집회에 목사가운을 입고 나간 행동을 무어라고 하실까?”라고 한탄했다. 한국교회는 일부의 잘못된 목소리와 행동으로 다시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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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 안전 의식 필요 절감하다

“하나님께서 저 안에서 우리 딸을 안고 계시다고 믿습니다.” 3년 동안 어둠에 잠겨 있던 세월호가 3월 23일 인양됐다. 목포신항 부두에 누워있는 세월호를 보며, 딸 다윤이를 찾지 못한 박은미 씨는 계속 눈물을 흘렸다.

한국 사회와 교회는 세월호 참사로 큰 충격과 분노를 경험했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지 못한 정부의 무능력함, 그 무능을 감추고 호도하려는 악함, 생명보다 돈을 앞세우고 유가족을 폄훼하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많은 그리스도인과 목회자들 역시 무책임한 정부를 옹호하고 유가족의 아픔을 무시했다.

하지만 ‘우는 자와 함께 울라’는 말씀을 실천하는 그리스도인들이 있었다. 박종운 변호사(법무법인 하민)는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상임위원으로 활동하며 참사의 진상규명과 유가족을 위해 싸웠다. 교계 단체들은 세월호참사를 기억하는 기독인모임을 조직하고 목포신항에서 유가족을 얼싸안고 기도하며 울었다. 세월호 참사 3주기였던 4월 16일은 부활절이었다.

2500여 명의 성도들은 안산 세월호 참사 합동분향소를 찾아 기도하고, 바로 옆에서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 부활절연합예배를 드렸다. 많은 성도들이 미수습자 9명 모두 찾기를 바랐지만, 결국 5명을 수습하지 못하고 11월 18일 세월호 선체조사를 종료했다.

세월호 참사는 한국 사회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왔다. 생명과 안전보다 돈과 효율성을 중시했다는 자각이 일어났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이 재조명받고 생리대 파동에서 보듯 생활 안전에 대한 의식이 높아졌다. 경주지진과 포항지진을 겪으며 재난대처 시스템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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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과세 시행 앞두고 ‘혼선’

2015년 국회를 통과하고 2년 유예한 종교인소득 과세를 예정대로 2018년 시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시행을 1주일 앞둔 현재까지 시행법안을 확정하지 못했다.

국정 혼란 속에서 정부와 종교계는 지난 7월까지 1년 6개월 동안 종교인 과세를 준비하지 못했다. 기획재정부와 종교계는 협상을 벌여 4개월 만에 종교인소득 과세를 포함한 <소득세법 시행령>을 수정했다. 재개정한 시행령은 11월 28일 입법예고했다.

협의 과정은 힘들었다. 한국교회 협상단은 처음에 2년 더 유예하자는 주장을 했지만, 여론의 강력한 비판 속에 고개를 숙였다. 일반 언론은 이후 종교인소득 과세 문제가 나올 때마다 “개신교의 반대로…“라며 책임을 돌렸다.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지만 시민단체들은 종교인에게 특혜를 준 것이라고 혹평했다. 결국 12월 12일 국무총리가 보완지시를 내렸다.

지난 4개월 동안 그리고 현재도 논쟁하는 문제는 3가지다. 일반 시민보다 소득세를 적게 내도록 한 문제, 종교활동비를 자율적으로 책정해서 소득을 줄여 신고할 수 있다는 지적, 종교인이 탈세를 의심받을 때 해당 종교단체 세무사찰 불허 등이다. 언론과 시민단체는 이를 조세 형평성을 위반한 특혜로 규정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다른 종단보다 종교인소득 납세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이 과정에서 언론은 과도하게 한국교회에 화살을 돌렸다. 하지만 일부 목회자들은 종교인소득 과세를 개신교 탄압이라고, 종북좌파의 음모라고 주장하는 등 비판을 자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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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미사일도 막지 못한 평화 노력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가 한국은 물론 동아시아를 흔들었다. 이에 맞서 사드배치와 전술핵 전략핵, 참수작전, 전쟁임박설 등 위협과 불안이 사회를 잠식했다.

갈등과 대립이 심화하는 상황 속에서 한국교회는 누구보다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를 촉구했다. 1월부터 평화와통일을위한연대 한국복음주의협의회 등 교계 연합단체들과 엔지오들은 평화와 화해를 외쳤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속에서도 “악으로는 악을 이긴지 못한다”며, 개성공단 재가동과 인도적 지원 재개를 요구했다. 북한에 대해서도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단념하고 주민들의 인권과 복지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한반도 위기 극복을 위한 평화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5월 진행한 열린대화마당에서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 등은 “통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분단이 고착되고 있다. 남북교류가 단절됐을 때 한국교회가 인도적 지원을 지속한 것처럼 지금도 한국교회가 연합해서 평화와 통일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교회는 2017년 핵과 미사일의 위협 속에서도 평화를 외쳤다. 그리고 유엔 세계식량계획과 유진벨재단 등 국제기구와 협력하며 남북 교류와 화해를 위한 사랑을 계속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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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으로 일궈가는 하나님 나라

한국교회가 시민운동(엔지오)에 미친 영향은 막대하다. 2017년에도 기독 엔지오들은 생명과 환경, 사회불평등, 복지 등 전 분야에서 활약했다. 그중 노후한 고리1호기 원전 폐쇄와 유전자변형작물(GMO) 생산중단이 가장 눈길을 끈다. 

교계 기관과 교단이 공동으로 구성한 핵없는세상을위한그리스도인연대는 탈핵캠페인과 기도회 등을 진행하며, 6월 19일 수명을 연장해서 40년 동안 사용한 고리1호기의 폐쇄를 이끌어냈다. 전북 교회들은 농촌진흥청이 쌀을 비롯해 100종의 GMO를 개발 실험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1년 넘게 반대운동을 펼쳤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 한국농어촌선교단체협의회 등 교계 생명 환경 단체들은 탈GMO생명살림기독교연대를 조직하고 적극 협력했다. 결국 9월 1일 농진청은 GM작물개발단을 해체하고 생산 추진을 중단하겠다는 협약을 받아냈다.

이외에도 원전폐쇄 이후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 운동, 입시경쟁 속에서 자살하는 청소년을 위한 쉼이있는교육, 고금리채무에 빠진 저소득층과 청년을 살리는 부채해방운동 등 다양한 공익 활동을 펼치며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를 이루기 위해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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